문화재 전쟁 – 전쟁과 약탈 그리고 회복 (44)

“우리도 돌려다오”

회복 목소리 커지는 아프리카 ➀

■ 국제사회에 충격 던진 마크롱 대통령의 반환 약속

서방, 특히 식민제국주의 국가들의 약탈품에 대해 아프리카의 반환 목소리 역시 힘을 더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나폴레옹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강탈했던 예술품을 서로 반환하면서 식민지로 삼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저지른 약탈품 반환에 귀를 막고 있는 처사는 위선적이고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빗발친다.

현생 인류의 발상지로 인류의 원초적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아프리카는 자신들을 사실상 삼분하여 약탈했던 프랑스, 영국, 독일을 향해 문화재 반환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2007년에 발간된 유네스코 포럼 자료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문화재의 90~95퍼센트 가량이 유럽에 있다. 반면, 최근 들어 중국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진 아프리카에서 요구하는 문화재 반환을 유럽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의 젊은 지도자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2018년 11월, 식민제국주의 시절이던 1892년 서부 아프리카 베냉 공화국에서 약탈한 문화재 26점을 늦어도 2021년까지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식민지 종주국 지도자가 던진 이 대담한 성명에 전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은 큰 충격을 받았다(<뉴욕타임스>, 2018년 11월 27일자 기사).

1977년에 출생한 마크롱 대통령이 반환을 약속한 유물은 나이지리아 왼쪽에 위치한 열쇠 모양인 베냉의 중하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옛 왕국 다호메이(Dahomey, 존속기간 1600년경~1904)의 것으로, 프랑스가 1904년 식민지로 삼으면서 약탈했다. 아보미를 수도로 정한 다호메이는 폰(Fon)족이 세운 왕국이다. 다호메이 왕국의 베냉 유물은 매우 독특한 아프리카 전통예술품이다. 이 유물은 다른 요소들을 결합한 앙상블라주(Assemblage)와 문화가 다른 나라의 형식과 기법 등을 폭넓게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의 베냉 공화국을, 독특한 황동 조각 유물인 ‘베닌 브론즈(Benin Bronzes)’를 일궈낸 ‘베닌 왕국’존속기간 1180~1897년과 혼동하지 말자. 나이지리아 남쪽 대서양 연안 열대우림 지역에 에도(Edo)족이 세운 베닌 왕국은 오늘날 베닌시로 알려진 에도가 그 수도였다. 베닌 왕국은 1897년 5월 영국에 정복되면서 영국 식민지가 되었다.

베냉 공화국과 베닌 왕국은 영어로는 ‘Benin’으로 같지만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오늘날의 공화국은 베냉으로, 과거 영국 식민지가 된 왕국은 베닌으로 표기한다. 잠시 뒤에 살펴볼 반환 논란의 대상인 ‘베닌 브론즈’는 베냉 공화국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2017년 11월 29일, 아프리카 서부 국가인 부르키나파소 수도에 있는 와가두구대학 특강에서 “아프리카 유산들은 유럽박물관에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앞으로 5년 이내에 아프리카의 문화유산을 아프리카에 반환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특강 직후마 크롱은 전공이 프랑스 예술사인 베네딕트 사부아(Bénédicte Savoy) 교수와 1972년생 동갑내기 세네갈 출신 작가 펠윈 사르(Felwine Sarr)에게 아프리카 약탈 문화예술품 반환에 관한 연구 조사를 의뢰했다.

마크롱의 의뢰로 ‘사부아-사르 보고서’가 2018년 11월에 발표되었다.

「아프리카 문화 유산의 회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새로운 관계 윤리를 향하여’라는 부제처럼 식민지 시기 유물의 기원국 동의 없이 획득한 물건은, 반환 요청이 있으면 영구히 반환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파리에 있는 케 브랑리(Quai Branly) 박물관은 베냉 문화재 3157점을 보유하는 등 사하라 사막 이남인 ‘서브 사하라’ 유물7 만여 점을 움켜쥐고 있다. 프랑스는 전체적으로 150여 년에 걸쳐 서브 사하라에서9 만여 점을 무단 반출했다.

■ 서브 사하라 유물 90퍼센트 이상이 유럽 박물관에

‘문화재 보고(寶庫)’ 이집트 같은 사하라 사막 북쪽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한 서브 사하라 유물 90퍼센트 이상이 유럽 박물관에 있다. 유럽의 아프리카에 대한 문화재 수탈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전리품, 절도, 약탈 그리고 대다수는 진정한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매입 등이 동원되었다.

그 현황을 보면 벨기에의 ‘아프리카 중앙박물관’이 18만 점을 소장하고 있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박물관 컬렉션의 85퍼센트 이상이 중앙아프리카의 과거 식민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박물관의 소장품 일부는 선교사들이 가져왔고, 또 일부는 군사 작전과 약탈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어서 독일 박물관인 ‘훔볼트 포럼(Humboldt Forum)’이 7만 5000점을 소장해 프랑스의 케 브랑리의 7만 점을 웃돌고 있다.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이 6만 9000점, 오스트리아 빈의 ‘세계박물관(Weltmuseum)’은 3만 7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예술품, 기록물, 의식용(儀式用) 물품, 인간 유해, 자연 표본, 사진과 소리 녹음과 같은 무형 문화유산도 포함되어 있다.

이 박물관들이 소장한 컬렉션은 아프리카 백과사전이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면, 사하라 이남 최고의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3000여 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유럽 박물관 컬렉션에 비교하면 중요도나 의미가 상당히 떨어지는 하급품들이라고 ‘사부아사르 보고서’는 지적한다.

유럽 박물관별 ‘서브 사하라’ 유물 소장 현황은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 중앙박물관(벨기에) 18만 점, 훔볼트 포럼(독일) 7만 5000점, 케 브랑리 박물관(프랑스) 7만 점, 영국박물관 6만 9000점, 세계박물관(오스트리아) 3만 7000점 케 브랑리 박물관이 소장한 서브 사하라 국가별 유물을 보면 차드 9296점, 카메룬 7838점, 마다가스카르 7590점, 말리 6910점, 코트디부아르 3951점, 베냉 3157점, 콩고공화국 2593점, 가봉 2448점, 세네갈 2281점, 기니 1997점 등이다.

1323호 30면, 2023년 7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