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 /
유럽 건축의 역사를 둘러보다 (1부)

서양 고대의 건축 (1): 에게 건축

독일과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양한 건축 양식이다. 한국에서는 궁궐이나, 사찰 등의 문화유적은 그 건축 양식이 각기 일정한 데 반해, 독일과 유럽의 교회나, 궁전, 대저택의 건축 양식들은 그 건축 시기에 따라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특별히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문화사업단에서는 다양한 유럽 건축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그 기초가 된 고대 그리스, 로마의 건축을 살펴보고, 이후 이른바,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로코코’ 양식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건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서양건축은 다양한 건축사론, 양식론, 시대구분론, 시·공간론, 지역성, 총체성, 국제성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선사시대 이후의 서양 고대 세계는 여러 건축 문화의 변천·계승·융합의 계통을 거쳐 BC 2000~1500년경을 전후하여 에게 해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문명의 시작과 함께 건축경험이 형성되었다.

◈ 에게 건축

동지중해의 에게 해 주변 및 그리스 본토 일대에 형성된 미노아 문명과 미케네 문명은 서양 건축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이 지역은 중동 일대와 유럽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했는데, 당시 세계 건축문명의 중심을 이루었던 서아시아와 이집트의 건축문명이 BC 3000년경부터 서방으로 팽창하면서 이 일대에 뿌리내렸다.

에게 문명은 기존의 신석기문명이 청동기문명으로 바뀌면서부터 BC 1200년경 철기시대가 시작할 때까지 서아시아의 건축 주제와 기술이 지방 고유문명과 결합한 것으로, 1870~73년 및 1876년 H. 슐리만이 소아시아·미케네·크레타 섬 일대를 발굴하면서 밝혀지기 시작했다.

크레타 섬의 미노아 문명은 20세기초 A. 에번스 경이 발굴·복원한 크노소스의 궁전 등으로 실체를 나타냈는데, 신석기시대부터 BC 14세기경 그리스 본토에서 들어온 그리스인에게 멸망할 때까지 단절되지 않은 건축문명이 이 지역에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 미노아 건축

크레타의 왕들은 해상권을 제압했기 때문에 성벽을 쌓을 필요가 없었다. 또한 크레타인들은 들판에서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신전을 건립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중정(中庭)을 둘러싸며 방을 배열하는 방식과 창문을 외벽으로 내지 않은 점은 서아시아와의 접촉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며, 복도를 길게 내는 방식이나 물을 공급하는 방식 역시 동방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서양 건축에서 출입구를 내기 위해 기둥이 사용된 것은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특징을 보면 장식과 미로라는 두 가지 중요한 건축 구성요소가 등장한다.

첫 번째 장식을 보면, 일단 벽화를 보면 장식의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다. 바닷가 생활, 권투나 서커스 같은 놀이 장면, 한가롭게 쉬는 장면 등 개인을 중심으로 한 가볍고 흥겨운 일상 주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고대 오리엔트에서 장식이 주로 전쟁, 왕의 권력 과시, 주술, 종교, 이렇게 좀 사회적이고 어렵고 무거운 큰 주제였던 것에 반해서 중요한 변화를 보이게 된 것이다.

특히 놀이라는 단어가 중요한데, 우리가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 놀이는 인간 본능 중에 하나로 보는데, 이런 놀이가 문명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 것이 바로 미노아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미로는 서양 건축에서 최초로 공간 개념이 형성된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이는 서양 건축의 정형주의, 비정형 주의의 한 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크노소스 궁전은 미로를 대표하고, 미로는 비정형 주의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다음으로 살펴볼 미케네 건축은 정형화된 기본 구성을 지니고 있다.

◈ 미케네 건축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동부 이르골라스 지방에 있었던 성채도시 미케네는 미케네 문명의 중심지로 BC 1400~1200년에 번영을 누렸다. 미케네 건축은 에게 건축의 융성·쇠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유적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편이나, 아치 대용품으로 사용한 3각형태의 상인방에 사자 조각을 한 미케네의 사자문과 아트레우스의 보고(寶庫)가 있고, 특히 티린스 궁전의 생활 중심지인 메가론은 그리스 고대 신전 건축의 모태이다.

이 지역에서는 전쟁이 많았기 때문에 일단 전쟁의 특징이 건축에 그대로 나타나게 되고, 그러나 미노아 건축에 이어서 서양 건축의 여러 기본 요소들이 등장을 하면서 건축이 계속 발전을 하게 된다.

건축의 특징을 보게 되면 첫 번째로 성채형 왕궁 도시가 대표적인 특징이다. 성채형 왕궁 도시는 전쟁을 수행하는, 전쟁을 기반으로 한 고대문명에서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건축 유형이다.

미케네 건축에는 서양 건축을 구성하는. 두 가지 기본 공간 유형이 등장하고 있다. 하나는 주로 왕궁의 공공시설과 같은 사각형 공간으로 ‘메가론’이라고 부르는 공간 형식으로, 중심 공간에서 발달했다.

다른 하나는 원형 공간 단위로서 무덤 건축의 톨로스에서 발달하게 된다. 이렇듯 미케네 건축에서는 사각형과 원형, 즉 우리가 쉽게 주변에서 보는 공간의 두 가지 대표적인 형식이 탄생한 것이다.

서양에는 원형 공간이 매우 발달되어 있는데, 사각형 공간과 더불어 양대 축을 이루면서 서양 건축을 이끌어왔다. 그러므로 사각형 공간도 각 시대마다 대표적인 건축 형식이 있고, 원형 공간도 시대마다 대표적인 건축 형식이 존재한다.

사각형 공간 하나만 가지고 서양 건축의 역사를 볼 수 있고, 원형 공간 하나 가지고 서양 건축의 역사를 볼 수 있을 정도인데 이 출발점이 바로 미케네 건축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기본 유형에서 출발하게 된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서양건축의 이름다움이 곷피기 시작한 그리스 건축을 살펴보도록 한다.

1330호 23면, 2023년 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