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94)

마이센의 알브레히트 성(Albrechtsburg)과 구시가지 ➁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76년 8월 23일 유네스코 조약에 비준한 이래, 48건의 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교포신문사에서는 2022년 특집 기획으로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을 매 주 연재한 바 있다.
2023년에는 2022년 기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된 8곳과 신청 후 자진 탈퇴, 또는 유네스코에 의해 등재 거부된 문화유산을 살펴보았다.
2024년에는 구 동독지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편집실

마이센은 기차역에서 내려 엘베 강(Elbe River)을 건너 구 시가지가 시작된다. 대성당(Dom)과 알브레히트 성이 있는 산자락에 오르면 강변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또한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을 중심으로 한 구 시가지는 낡은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데다가 좁은 언덕길이기 때문에 독특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마이센은 도자기 제조의 중심지로도 이름을 알렸다. 1710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동아시아의 기술을 받아들인 고품질 도자기를 생산하여 유럽 도자기 제조의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이 곳에서 발달한 마이센 자기는 아름다운 양식으로 유명하다.

마이센의 하이라이트는 마이센 자기공방 박물관(Museum Porzellan-Manufaktur Meissen). 예술의 경지에 오른 마이센 도자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마이센은 유럽에서 최초로 도자기를 만든 도시로 유명하다. 바로 그 유럽 최초의 자기를 만든 “공방”이 바로 알브레히트 성(Albrechtsburg)이다. 대성당(Dom)과 붙어있으며, 처음 건축년도 역시 대성당과 엇비슷하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개조된 것은 15세기 경부터이고, 원래는 귀족의 저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귀족의 이름이 알브레히트(Albrecht)였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알브레히트 성으로 불린다.

아치형 커튼 창문, 나선형 돌계단 등 건축 자체의 아름다움도 무시할 수 없다. 주인이 없어진 뒤 비어있던 성에 1710년 요한 뵈트거(Johann Friedrich Böttger))가 도자기 공장을 만들어 유럽 최초의 자기가 생산되었다.

마이센에서 생산된 자기는 유럽 최고의 품질을 보장하며, 아예 마이센이라는 단어가 도자기를 뜻할 정도가 되었다. 공장이 더 커져야 할 만큼 마이센 자기가 각광을 받자 1863년 공장을 새로 짓고 이전하게 되었고, 이후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통해 일반에 공개되어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중세 조각품 등 성에 소장된 전시품도 볼만하고, 성 자체의 아름다운 내부가 더 인상적이다.

성모 교회(Frauenkirche) 바로 뒤에 있는 직공의 문(Tuchmachertor)은 옛 건물의 일부 흔적만 남아있는 것으로 르네상스 양식의 박공이 아름답다. 벽돌이 새까맣게 그을려 낡은 모습이 역력하지만, 교회 뒤편 조용한 공원의 출입문으로 그럴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뿐만 아니라 직공의 문 주위로 마이센의 옛 건물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 중 유명한 곳이 오늘날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있는 빈센츠 리히터 레스토랑(Vincenz Richter Restaurant), 그리고 르네상스 양식의 옛 양조장(Altes Brauhaus) 건물이 유명하다.

마이센보다 더 유명한 것이 마이센 도자기(Meissener Porzellan)이다. 마이센 자기공방 박물관(Museum Porzellan-Manufaktur Meissen)은 마이센 도자기의 공장에 만들어진 박물관이다.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수많은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어떻게 채색을 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손가락만한 것에서부터 사람보다 더 큰 것까지 다양한 예술품들이 테마별로 전시 중이다.

역사적인 도자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이센은 오늘날까지도 유럽 최고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공방, 그래서 여전히 새로운 예술이 창조되고 있으며, 그러한 것들은 현대 미술의 트렌드를 따라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는 것도 많다. 중세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예술품을 만날 수 있으며, 도자기로 만든 파이프 오르간을 직접 연주하는 등 신기한 볼거리도 빼놓지 않고 있다.

건물 1층에 마련된 아울렛에서는 마이센의 다양한 제품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한편 마이센 자기공방 박물관(Museum Porzellan-Manufaktur Meissen) 내부에는 카페가 영업 중이다. 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기가 바로 마이센의 제품이다.

나무와 풀밖에 없는 넓은 공원 속에 조그마한 오두막처럼 서 있는 외딴 교회가 있다. 겉에서 보기에는 아주 허름하고 조그마한 예배당이기에 무심코 지나칠 수밖에 없게 생겼는데, 이 외딴 교회 내부에 깜짝 놀랄 것들이 숨겨져 있다.

이 곳은 성 니콜라이 교회(St.Nikolaikirche). 1150년경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자그마한 교회에는 뜻밖에도 도자기가 가득하다. 교회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도자기가 있지 않았음은 당연한 노릇. 성 니콜라이 교회가 이렇게 변신한 것은 1920년대. 당시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에밀 파울 뵈르너(Emil Paul Börner)가 만들었다. 희생자의 이름을 일일이 적고, 교회 제단을 꾸몄다. 도자기의 도시 마이센에 걸맞은 기념관이다.

마이센 자기공방 박물관(Museum Porzellan-Manufaktur Meissen)에서 나와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곧바로 우측으로 케르스팅 거리(Kerstingstraße)로 꺾어 다리를 건너면 정면에 공원이 보인다. 공원으로 들어가면 교회가 바로 보인다.

1352호 31면, 2024년 2울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