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 특허 침해 제품에 대한 네덜란드에서의 국경간 보호 조치 (1)

IP 전문가 협회 KIPEU의 지식재산 상식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항구는 유럽 해상의 주요 관문으로서 세계 각국으로부터의 많은 물류들이 이곳에 모인 후 다시 유럽 각 국가들로 운송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물류 중에는 타인의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만든 제품들도 있으므로 해당 기술의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제품들을 발견한 경우 당연히 이러한 제품들이 로테르담 항구로 반입되어 유럽 각국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으려고 할 것입니다.

이 때, 다음의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A를 특허 기술 X를  보유한 특허권자라고 하고, B를 A의 허락없이 X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든 자라고 가정합니다. 이 때, A 및 B는 자연인 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와 같은 법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첫번째 경우는 A가 X에 대한 특허권을 이미 네덜란드 특허청에 등록해 놓은 경우입니다. 즉, A가 보유하고 있는 유럽특허의 특허권이 네덜란드에서 효력을 갖는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A는 X에 대한 특허권을 근거로 로테르담 항구의 세관 압류와 같은 국경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즉, A는 네덜란드 법원에 대하여 i) A가 X에 대한 특허권을 유효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 ii) B 의 제품에 대한 정보 및 iii) B의 제품이 A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는 이유 등을 설명하면, 비교적 특허권자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네덜란드 법원에서는  세관 압류 명령을 내리고 되고, 이에 따라 B의 제품들은 로테르담 항구에서 압류되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B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므로 B입장에서는 효과적인 법적 방어가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필자가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한 고객사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되는 국제 박람회에 전시할 목적으로 관련 제품들을 인천항에서 출발하여 로테르담 항구로 반입하였는데, 이 때 한 해외 경쟁사가 이러한 방법으로 세관 압류를 진행하여 저희 고객사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듯 특허 침해로 판단되는 제품에 대한 세관 압류 조치는 이미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에서도 시행하고 있으며 그 요건 중의 하나로서 해당 국가에서 관련 특허권을 유효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음의 두번째 경우입니다.

이번에는 A가 X에 대한 특허권 확보 절차를 유럽특허청(EPO)을 통해 진행하여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으나, 등록 결정 후validation 과정에서 예컨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특허청에 등록을 하였으나, 네덜란드 특허청에는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이 경우에는 A의 X에 대한 유럽특허권의 효력은 독일, 프랑스 및 이탈리아에는 미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게 됩니다 (연재 21편 “유럽특허청을 통한 특허출원 제도” 참고). 즉, 제3자가 네덜란드 내에서 X를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거나 또는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B는 침해로 판단되는 제품들을 로테르담 항구로 반입하고, 창고에 이러한 제품들을 보관한 후, 독일, 프랑스 및 이탈리아로 제품들을 운반한다고 가정합시다.

이 때, X에 대한 특허권은 네덜란드에서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으므로 A는 첫번째 상황에서와 같이 세관에서의 압류 절차는 진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A입장에서는 침해로 예상되는 B의 제품들이 네덜란드로부터 독일, 프랑스 및 이탈리아로 운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의 네덜란드 법원의 결정에 비추어 보면 답은 “YES” 입니다.

실제로 최근에 우리나라의 한화큐셀(Hanwha Q-Cells)과 네덜란드 롱기무역회사(LONGI Netherlands Trading B.V.)간에 두번째 상황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한화큐셀은 우리나라의 한화그룹이 2010년에 한화솔라원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태양광사업을 시작하면서2012년에 세계적인 셀 생산 기술을 보유한 독일의 큐셀을 인수함으로써 출범되었습니다. 그 후 2015년에는 한화솔라원과 한화 큐셀이 지금의 한화 큐셀로 통합되어 세계적인 태양광 솔루션 회사로 성장한 것입니다.

네덜란드 롱기무역회사는 중국 태양광 모듈 회사인 LONGi Green Energy Technology 의 네덜란드 자회사로서 중국에서 제조된 태양광 모듈/패널을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를 통하여 반입하여 창고에 비축한 후, 다시 이 제품들을 유럽 각 나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3월, 한화큐셀이 롱기를 포함한 다수의 태양광 관련 회사를 상대로 독일의 뒤셀도르프 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해당 특허에 대한 양 회사간의 특허분쟁은 서막을 열게 됩니다. 2020년 6월, 뒤셀도르프 법원의 1심 판결에서는 한화큐셀의 손을 들어 주게 됩니다.  그러나 상대 진영의 계속된 불복으로 인해 이 특허 침해 소송은 계속 중에 있으며 현재에는 최종심 결과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독일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두 회사 간의 법적 다툼이 있으나 본고에서는 그 범위를 좁혀 네덜란드 법원에서의 cross-border injunction 에 대해서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저자: 강태민 한국변리사
핵심분야: 통신, 네트워크, 전자, 소프트웨어
거주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속: 네덜란드 NLO특허사무소 (헤이그 본사)
연락처: kang@nlo.eu , bostonterry72@gmail.com

1345호 18면, 2024년 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