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린 강정희
(재독수필가, 시인, 소설가, 시조시인)
우리 부부는 1년이 넘게 대면 예배를 드리지 못했다. 그 누구도 예측 못 했던 코로나 팬데 미로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바퀴를 돌리며 우리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남편은 1, 2차 백신을 맞았고 난 2차 접종을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지난 4월 말에는 큰아들 집에도 다녀왔고 오늘은 나들이 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교회를 향해 집을 나섰다. 교회에 들어선 우린 5월의 안내 위원이신 이 권사님과 유 장로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손 소독을 마치고 안전거리를 맞춰 드문드문 배열된 좌석에 앉았다. 예전과 달리 예배에 참석한 사람이 많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각 11시 30분에 예배가 시작되었다.
평소에 함께 하는 찬송은 성가대 유경식 반주자의 피아노 반주와 김성미 지휘자의 잔잔한 목소리 가사 낭독으로 대신하였다. 목사님의 은혜로운 설교로 차츰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예배가 끝난 후에 오랜만에 참석한 우리 부부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성도님들과 악수를 대신해서 팔꿈치를 부딪치며 인사를 나누었다.
교회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칠 때까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해괴망측한 인사의 형식이었지만,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모두의 안전을 위하는 일인 만큼 철두철미한 코로나 방역지침을 지키는 교우들에게 고마운 생각마저 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정녕 봄이 찾아왔듯이 그동안 뒤셀도르프 한인교회에서도 계획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이루어졌다. 언제나 노심초사했던 교회의 낡은 지붕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청기와로 교체가 되었고 입구에 서 있던 큰 나무도 제거되어 정돈된 모습이었다.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교회를 위하여 헌신 수고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목사님의 목회도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주일날엔 대면, 비대면 예배로 교회 홈페이지에 올려졌고 성경 공부는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오전과 저녁 시간에 두 차례에 걸쳐 Zoom으로 진행되었고 많은 모임 역시 Zoom으로 이루어졌다. 주 중의 새로운 교회 소식은 선교부에서 이메일로 전달이 되었고 동시에 각 부서 카톡방을 통해 빈틈없이 소통 공감되었다.
이 어려운 난국에 조금도 지치지 않으시고 몸담은 교회와 성도들을 위하여 현실의 본질에 접근하여 온 힘을 다하시는 이 은표 담임 목사님과 교인 대표 윤영숙 권사님, 운영위원회 여러분께 엷은 미소를 지으며 절절한 감사와 공들여 칭찬을 주고 싶다. 거의 50년의 역사와 전통으로 면면하게 이어져 내려온 뒤셀도르프 주께로 한인교회의 튼실한 얼개를 다시 한번 실감하기도 한다.
주님을 사모하사 각 곳에서 어김없이 모여든 권속들의 참하고 고운 발걸음,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전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드린 주일 예배, 군더더기 하나 없는 담임 목사님의 설교, 예배당을 울렸던 정성을 다한 성가대의 찬양,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한 미소와 손길로 맞아주신 조 난숙 사모님, 주름으로 구겨진 초로의 수수한 사람끼리 거짓 없는 몸짓으로 오손도손 모여 앉아 한 주간의 인사를 미주알고주알 나누며 고슬고슬한 한솥밥에 맛난 점심을 함께했던 소중한 교제 시간, 교회학교 꿈나무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마치 구슬이 은쟁반을 구르는 듯한 까르륵 웃음소리,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지지배배 소리가 우리에게 활력을 주었던 함께했던 이 모든 시간이 사랑과 은혜의 꽃떨기였음을,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이 가장 슬픈 이유를 모르듯이 우린 미처 몰랐다.
매일 뉴스 시간에 맨 먼저 뜨는 지긋지긋한 코로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듯이 날마다 숫자 놀음하는 수치가 차츰 내려가는 좋은 소식이다.
믿음이 있는 곳엔 사랑이 있다고 노래가 있고 바람이 있고 사람이 있고 세월이 있는 이곳에
우린 곧 긴 세월을 두루 감싸며 서로를 배려하는 새롭게 약진하는 시작을 하게 되리라.
파도처럼 달려와 바람처럼 달아나는 수많은 인연, 기복의 신앙이 아닌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희고 맑은 웃음소리로 교회의 작은 뜨락에서 볼우물로 웃으며 널을 뛰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기쁨이 고동치고 연둣빛 한 폭의 그림 같은 오월의 봄, 오늘따라 발걸음이 철없이 행복하다.
오랜만의 만남
마스크에 가려진 반쪽짜리 표정들
좋아하는 느낌은 조금도 변함없다.
느낌은 세월이 없다 오월의 하늘이 파랗다.
1219호 17면, 2021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