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간호학교 동문 김말자
마치 어린 시절 소풍가는 전날 밤처럼, 오랜 망설임 후에 우리들의 행복한 만남은 이루어졌다. 독일 생활도 어느덧 반세기의 세월이 지났어도 잊혀지지 않는 옛 추억을 되새기며 진달래 만발한 뒷동산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벚꽃 만발한 무심천 이야기로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2019년도 만남을 마지막으로 다음 해 6월에 만나자고 약속해 놓고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준비하였으나 우리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하였던 코로나 19는 중국 대국으로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적으로 여기 유럽까지, 국경을 넘어 인종, 나이 차별 없이 모두를 위협하였다. 잠시 찾아와서 머물다 가는 유행 병 이려니… 하고 가볍게 생각한 것은 큰 착각이었다.
최고도로 발달한 기술에 기반을 둔 현대 문명은 무엇이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한 것도 큰 착각이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모든 만물이 겨울잠을 자는 듯… 겨울이 지나고 또 한 번의 봄이 와도 변함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모두가 멈추었는데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고 흘러갔다.
2022년 아직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 시대 현 시점에서 조심스럽게 안정적인 계획을 해보았다. 만남의 일자를 정해고, 장소는 번거롭고 복잡한 Frankfurt 도심가를 벗어나 아름답고 아담한 역사의 도시 Mainz로 결정하였다. 우선 라인강가에 위치한 힐튼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첫날의 만남에 장소를 한독회관으로 하여 우리 일행 25명이 마음껏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에서 만남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떡과 케이크를 곁들인 커피 타임에 이어 공식적인 회의에서 차기 만남의 장소와 회장 선출도 하였다. 인사 나눔의 시간에는 3년간 쌓아놓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고 저녁 식사전, 저녁노을이 반겨주는 라인강가 산책길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이번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먼 길을 따님의 손을 잡고 참석해 주신 선배 왕언니를 비롯하여 무릎의 통증으로 절룩이는 후배님도 함께해 준 귀중한 만남에서 또 한 번의 포근한 사랑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둘째 날 스케줄은 교포신문 조인학 편집장님을 모시고 독일의 로마도시 Mainz 그 당시의 흔적을 찾아 독일의 3대 성당에 속하는 대성당(Dom), 박물관, 구도시(Altstadt) 등의 명소를 찾아 우리 일행은 한걸음 한걸음 동행하며 옛날 학교시절 역사공부를 하듯 설명을 듣고 눈으로 보고 마인츠의 역사를 탐방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어진 우리들의 자유시간은 멋있고 아름답게 남은 여생을 즐기는 방법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신을 변화 시키고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100세 시대다운 뜨거운 대화로 꽃을 피우기도 하였다.
아쉬움을 접고 2023년 다시 만남의 약속을 기대하며 2박 3일의 “행복한 만남”의 일정이 막을 내렸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다.”
1276호 11면, 2022년 7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