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독일의 교육제도(9)

◈ 독일의 평생교육 ➁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변화하는 직업 환경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이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 새로운 삶의 단계에서 필요한 것을 배우기 위해서 등 성인교육에 대한 요구는 매우 다양해졌다.

독일의 평생 교육의 장이 되고 있는 수많은 교육 제반 시설 중에서도 시민 대학(Volkshochschulen, VHS)은 독일의 평생 교육의 목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보편적인 공적 교육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독일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언제나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시민의 교육 받을 권리를 안전하게 보장하는 기관이 바로 시민 대학이다.

지역 시민을 위한 열린 교육의 장 Volkshochschulen)

독일의 시민 대학은 19세기 후반 민주화 교육을 목적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설립되기 시작하여 현재 독일 내 900개 이상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재정적으로 뒷받침을 받고 있지만 보통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지역 공공 교육 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시민 대학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나, 의무 교육에 해당하는 중등 1차 교육 과정을 마친 이후의 성인들의 이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평생 교육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성인 교육 기관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시민 대학 교육 이념

각 시민대학에서는 특정 성, 연령이나 계층에 치우지지 않은 평등한 교육의 기회 제공이라는 원칙 아래 교육 참여자의 이해에 맞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학습자의 요구와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업 방식이나 교수법에 대한 끊임없는 개발, 연구, 현장에서의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독일 성인교육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독일 시민 대학의 또 다른 특징은 직업 교육과 교양 교육의 구별이 없는 통합적인 교육을 지향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민 대학이 학습자 개개인의 세분화된 학습 욕구가 충족는 동시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시민의 지식 함양에도 기여한다는 목표에 부합하는 지점이다.

– 교육 내용

교육 내용은 기초 과학과 사회 과학 등 심도 있는 학문에서 공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다룬다. 현재 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정치, 사회, 환경과 문화, 건강, 언어, 직업, 기초 교육의 6대 분야로 분류되고 있으며 그 비율은 다음과 같다.

현재 시민 대학에서 제공되는 교육 내용은 1996년 독일 시민협회가 1990년대까지 도입되어 있던 11개 영역을 각 지역 시민대학의 조건을 고려하여 표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시민 대학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 과정을 수정하거나 보완하여 조건과 요구가 상이한 각 지역 시민 대학의 실정에 맞는 여러 가지 강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역 시민 대학은 위에서 언급한 6대 영역의 틀 안에서 개별 지역 시민의 요구에 맞는 세분화된 강의 주제를 개별적으로 선정한다.

이러한 교육 내용의 변경에 있어서는 시대상을 반영한 현실 사회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이 포함하게 된다. 예를 들어,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정치, 사회 조직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가 1980년대에 환경 문제가 중요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자 환경 보호와 보존에 대한 교육 내용이 강화되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직업에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추세였으나 최근 몇 년 간 독일 사회 내에 난민이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게 되자 성인 교육의 방향을 난민을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 교육 프로그램

시민대학의 프로그램은 1962년 토대가 마련된 이래로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 오고 있다. 특히, 1970년대에 니더작센주의 성인교육법이 만들어진 이후 프로그램 수, 수업 시간, 등록률에 있어 비약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등록률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지만 프로그램 수와 수업 시간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교육의 내용이 다양화, 세분화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양적으로 풍부한 교육 내용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학생 중 50+ 세대는 건강 관련 수업을 32.6%의 가장 높은 비율로 수강했고, 그 다음을 문화, 디자인(30%), 직업(26.8%), 정치, 사회, 환경(23.6%), 언어(21.2%), 기초 교육 (7.1%)의 순으로 수강했다. 또한 의무 교육 체계에서 다루는 교육 내용을 평생 교육 차원에서 제공하는 기초 교육에서 50+ 세대와 65세 이상 연령대의 낮은 수강률을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높아진 50+ 세대의 기초 교육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 시민 대학의 평생 교육학적 의미

앞서 본 바와 같이 독일 전체의 시민 대학 수강생의 절반 가까이를 50세 이상의 성인 인구가 차지하고 있다. 점점 장년 이상의 성인 수강생이 늘어나는 추세는 지속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정보화와 산업 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이루어진 지식과 정보의 폭발적 증가로 인하여 이전에 받은 교육 정도와 상관없이 배움을 이어나가야만 사회 생활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현대 사회의 특징이 반영된 것일 것이다.

특히 늘어난 여가 시간과 생활의 안정을 기반으로 생애에 걸친 배움의 기회를 누리고자 하는 요구가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이 여겨지던 성인 세대조차 새로운 지식에 대한 계속되는 학습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령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린 교육을 실천하는 시민대학이 독일 사회 속에서 가지는 의의는 매우 크다.

1303호 29면, 2023년 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