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원 박사와 둘러보는
문화와 문화 사이를 잇는 다양한 현장들 (6)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방식, 의사소통 하는 방식을 비롯하여 근무 중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까지도 자신이 속한 문화적 배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23년간 다국적 기업의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여러 회에 걸쳐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협업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특히 독일어권 비즈니스 파트너를 가진 한국기업이나 독일회사에서 일하는 한국 직원들이 겪을 수 있는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갈 것이다.

(지난호에서 이어집니다)

의사소통하고 협업하는 방식에서 문화의 차이 셋째 하위 요소는 갈등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문제나 갈등이 생겼을 때 직설적으로 여과없이 말하느냐 (direct) 아니면 다른 사람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에둘러서 말하거나 언급하는 것 자체를 최대한 지양하느냐 (indirect)이다.

독일에서는 갈등이 생겼을 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업무상 이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의견충돌이 있을 때에 서로의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그것에 대해 시간을 내어 토론을 하는 것을 마땅한 절차로 여긴다. 반면에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한국인에게 갈등은 불편하고 부정적인 요소이다.

반대의견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의견을 개진해야 할지 사려 깊게 생각해서 행동해야 한다. 이렇게 갈등이나 문제를 직설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권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일 할 때에는 큰 오해가 생기거나 업무의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늘 직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은 에둘러서 문제를 말하는 상대의 메시지를 쉽게 알아듣지 못하거나 갈등 사항을 분명하게 피력하지 않는 상대에게 전혀 문제가 없다고 오해할 수 있다. 반대로 문제점과 갈등을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않는 사람은 그것에 대해 여과 없이 표출해 내는 상대의 의사소통 방식 자체에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례함을 느껴 함께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상실할 수 있다.

독일 문화에서처럼 갈등과 문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업무의 역량을 넓히는 길이라고 보고, 회의 중에 서로의 의견을 무리 없이 반대하고, 충돌하면서 해결점을 찾는 방법은 한국문화에서와 같이 구성원 간의 원만한 소통과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응하기 (특히 초기에) 힘들다.

그러기에 독일인들과 일하는 한국 직원들에게는 양심의 가책 없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내가 처음 독일 조직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팀원 중에 가장 어렸다. 나보다 열 살에서 열다섯 살까지 나이 많은 사람들과 수평적인 환경에서 일하면서 내 주장을 피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가 자라온 문화에서는 연장자와 같은 레벨에서 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에 이렇게 연륜과 경험이 훨씬 많은 사람들과 뜨겁게 의견을 교환해 본 경험이 없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침묵을 지키다가 용기 내어 의견을 개진해 보니 선배 동료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들이 선입견 없이 내 의견을 받아주고 긍정적으로 내가 낸 제안들을 검토해 주면서 나도 서서히 발언하는 문화에 편안해져 갔다. 반대의견이 있을 경우에도 상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난 후 내 의견을 개진할 때 왜 반대하는지에 대해 잘 설명하는 연습을 하고 난 후 성과를 보기 시작했다.

남의 의견을 반대할 때 중요한 것은 먼저 내가 그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반대할 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입장을 분명하고 알아듣기 쉽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경험과 연습을 통해서 이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반대하고 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 서로 마음 상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내가면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네번째로 문화차이가 갈등을 부를 수 있는 요소는 비즈니스 소통에서 감정과 열정을 표현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느냐 (expressive) 아니면 감정표현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실만을 바탕으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어 소통하느냐 (instrumental)이다.

즉 열정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다른 사람과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아닌지의 문제이다.

회사 내에서 판매팀과 제품개발팀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미팅을 한다고 상상해 보자. 판매팀 매니저는 프레젠테이션 중에 제품의 특징, 이점 및 시장 성과에 중점을 두며 사실과 데이터와 숫자를 강조하는 발표를 했다. 판매부 팀원들은 수익 목표를 달성하는 데 관심이 있으며 제품과 관련된 실질적인 정보를 논의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제품 개발 팀 매니저는 팀이 어떻게 제품을 개발해 내었는지의 과정에 대해 감성적인 이야기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감정적 투자를 공유하였다. 팀 구성원들이 얼마나 이 프로젝트의 혁신성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제품의 독특한 특징과 창의적 비전에 대해 상세히 논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이다.

그러니 판매 팀은 제품 개발 팀의 프레젠테이션이 핵심을 벗어나 감성팔이만 해댄 효과적이지 못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보여 짜증이 났다. 또한 제품 개발 팀은 구성원들이 제품 개발을 위해 쏟아부은 수고와 감정적 측면을 깡그리 무시하고 숫자만을 내세워 프로젝트를 해가는 판매팀의 냉담함에 등을 돌리게 되었다.

이렇게 상호 문화 (이 예에서는 국가문화가 아닌 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명확한 소통의 규범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젝트 협업을 진행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각기 다른 두 부서가 서로의 소통 방식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공동 목표의 달성을 위해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서로에 대해 배워가면서 협업해야 한다.

독일의 의사소통 방식의 경향은 숫자와 정보, 데이터 등으로 건조하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들이 예를 들어 열정과 인간적인 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중동지역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제품을 소개하거나 함께 파트너십을 이루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의사소통을 할 때에는 자신 본연의 스타일보다 더 많이 감정을 표현하는 요소를 집어넣고 관계적 측면을 강조한 콘텐츠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감정표현이 중요하게 간주되는 문화권에서는 감정적 요소와 개인적 접근이 결여된 업무 방식은 신뢰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기에 기술적으로 니즈가 충족되었다 할지라도 함께 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에서 독일사람들과 소통을 할 때에는 감정표현을 조금 줄이고 세심하고 정확하게 준비한 데이터와 숫자를 바탕으로 정보교환을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사람들과 신뢰를 구축할 수 없다.

이렇게 업무를 함에 있어 감정과 열정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효과적인 협업을 위하여 세심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이다.

다섯째로 의사소통에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사회적 예절과 예의범절에 대한 민감성에 관한 것이다.

즉 의전 및 관습을 따르는 공식적인 태도 (official) 가지고 일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여겨지는가 아니면 비공식적 (casual)인 태도로 일하는 가 이다.

구성원 사이에서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문화권을 떠나 중요한 일이지만 세세하게 들어가 서로의 호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 이메일로 소통이 더 효과적이고 언제 반드시 면대면 대화를 나누는가, 비대면으로 소통할 때에는 비디오 화면을 켜는가 꺼도 되는가, 미팅의 소집은 얼마나 여유를 두고 알려야 하는가, 비즈니스 모임이나 회식의 절차는 어떠한가, 회식이 있다면 얼마 전에 서로에게 알리고 어떻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가 등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기본예절에 대한 개념이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직장에서 얼마나 또 어떠한 방식으로 예의를 지켜 일하는 가에 대해 미리 서로 알고 일하지 않으면 사소한 오해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규칙 및 규정을 따를 때 어느 경우에도 변칙이나 예외 없이 똑같은 룰을 적용할 것이냐 (universalistic) 아니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다른 규칙을 적용해하며 (Particularistic) 업무 할 것인가 하는 보편주의와 특수주의 문제이다.

특수주의의 문화를 가진 조직은 상황의 고유한 특성을 강조하며 개인적인 관계와 맥락을 우선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문화에서는 상황에 따라 규칙과 과정에 유연하게 접근하고 개별적 상황에 따라 예외를 만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보편주의 문화는 표준화된 규칙, 절차 및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며 모든 상황과 개인에게 일관되고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독일은 보편주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이라 할지라도 똑같은 슈퍼에서 장을 보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면서 같은 규칙과 법을 따라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특수주의 문화이다. 같은 조직에서도 직급에 따라 가지는 특권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다르고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기 싫더라도) 인정한다. 우리 문화의 경우 직장 내에서 “누구누구의 라인”이라고 부르는 개인적인 관계 구축과 고위직원에 대한 존경은 당연시 여긴다. 또한 종종 근무시간 이외에 비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관계를 구축하는 것 또한 사회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관계가 경력을 쌓는데 중요하다고 믿는다.

독일에 이러한 문화가 전무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정도나 존재범위는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승진을 하기 위해 관계를 구축하고 상사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는 특별한 노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대부분 보편주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기 때문에 승진은 직무성과가 뛰어난 직원들에게 부여되지 관계가 좋은 직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국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특별주의와 보편주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조직의 성공과 직원들 사이에서의 조화를 위해서 필수적이다. (다음 편에 계속)

삽화작가 소개:
루이 콜만 (Lui Kohlmann, 1995), 루이 콜만은 브렌멘 대학에서 미술학위를 마친 후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중이며 그와 더불어 현재 한국학 학사를 취득중이다. (https://lui-kohlman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