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독일 산업의 역사(5, 마지막회)

독일 통일은 단기적으로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의 기회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구동독 경제의 전면적 개편이 이뤄졌으며, 유로화 도입과 더불어 경기 회복세를 기록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 독일은 여러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 미국, 일본에 이은 4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전 세계적으로 5대 중 1대의 자동차가 독일 브랜드이다. 전통적으로 중소기업이 주도해온 기계분야에서도 독일은 전 세계 기술 관련 특허의 25%를 출원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건실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Daimler-Benz·BMW·VW), 화학(BASF·Bayer), 전자(Siemens), 자동차 부품(Continental) 분야 내 굴지의 제조기업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외에도 전시산업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기에 이른다. 세계 10대 전시장 중 5개가 독일에 소재하고 있고, 세계 전시장 총면적(1,200만m2)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연간 전시산업의 규모는 30억 유로에 이른다.

구동독 지역 내, 핵심 산업 집중 육성

통일 이후 인구감소와 높은 실업률, 기존 산업 붕괴로 고통 받던 구동독 지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안정화되며 견조한 경제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구동독 내 작센주가 드레스덴-라이프치히-켐니츠를 중심으로 ICT 및 기계공학 클러스터로 발전시키며 성공적인 경제개발 모델로 인식되었으며, 마이크로칩, 소프트웨어, 태양광 등을 중심으로 한 핵심산업 육성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뤄냈다.

특히 작센 주는 유럽 최대이자 세계 5위의 초소형 전자제품/정보통신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고, 유럽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칩2 개 중 1개는 작센에서 생산된다.

제조업 강국의 기틀 마련

독일은 사회적 시장경제에 기초하여 2004년 GDP 기준 세계 3위 무역규모 기준 세계 제2위를 기록하였고, 자동차 산업을 필두로 기계, 전기전자, 화학에서 수출을 주도하며 경제성장을 이끌어 냈다.

이 외에도 철강, 시멘트, 화학, 비료, 자동차, 선박, 가전, 철도기관차, 합성 섬유, 수공구, 엘리베이터, 카메라 등의 부문에서 시장을 선도하며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독일 GDP 중 제조업 비중은 세계은행(World Bank) 집계 기준 23%(독일통계청 기준 25.8%)로 프랑스(11%), 오스트리아(18%), 이탈리아(15%), 스페인(13%), 그리스(8%) 등 기타 EU 회원국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아울러 선진국 증시에서 주종 상위종목은 대부분 서비스업인데, 독일에는 제조업체가 많다. 독일 DAX 주식상장 30대 기업 중 제조업은 절반을 넘는 17개를 차지한다.

독일에서는 특히 전 세계 최첨단 기술이 산업 클러스터에 집중되어 있는데, 독일 내 소재하는 약 500개의 산업 클러스터는 신기술 개발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베를린 소재IT 클러스터, 함부르크의 해양산업 클러스터, 구동독 지역(Halle, Leipzig. Jena) 등의 바이오 클러스트, 독일 남부 칼스루에(Karlsruhe)의 자동차산업, 프라이부르크(Freiburg)의 태양광 산업클러스트 등을 들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 극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한 독일은 제조업 강국이라는 명칭에 맞게 지속된 유럽재정위기에도 유럽 경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였다. 탁월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미국의 경기둔화와 유로화 강세 등의 불리한 외부요인을 극복하고 2003~2008년 수출 세계 1위를 기록하였다.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2011년 수출규모가 10쳔601억 유로에 달해 중국에 이어 수출 세계 2위를 차지하는 등, 지속되는 경제위기에도 여전히 자동차와 기계, 화학, 전자, 친환경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Made in Germany’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 교수가 펴낸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에 따르면, 독일 내 1,300개의 히든 챔피언이 있으며, 이들은 독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개막

독일은 2006년 이래 하이테크 전략(Hightech Strategy) 하에 생산, 광학, 정밀공학, 나노, 바이오, 전자, 전기자동차, 항공, 해양, 의학, 우주, 교통, 경량화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2년 이후 독일은 사이버-물리-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인더스트리(Industry) 4.0’이라는 이름하에 이른바 제4의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독일의 제조업 IT 융합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제조 강국인 독일이 나날이 경쟁이 고조되는 제조업 분야의 혁신을 도모하고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제조 산업에 IT를 접목시켜 생산기술을 향상시키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독일의 미래전략이다.

더불어 독일은 2014년 8월 디지털 아젠다(Digital Agenda) 정책을 발표하며 디지털화로의 전환을 주도하기 위한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시장 내에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나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클라우드(Cloud), 사이버 보안 등 수많은 기계들을 실시간으로 연결시켜 보다 효율적이며 비용 절감형 커뮤니케이션을 창출해 내기 위한 차별화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독일은 전기자동차를 위시한 차세대 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저장기술, 나노기술, 로봇 등 미래 핵심 산업도 중점 지원 중이다.

1344호 29면, 2023년 1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