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방식, 의사소통 하는 방식을 비롯하여 근무 중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까지도 자신이 속한 문화적 배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23년간 다국적 기업의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여러 회에 걸쳐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협업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특히 독일어권 비즈니스 파트너를 가진 한국기업이나 독일회사에서 일하는 한국 직원들이 겪을 수 있는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갈 것이다.
독일 대학생들의 한국탐방 1
초고도로 연결된 세상에서 대학생들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서 타국의 학문적 환경을 접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은 중요하다. 학생들은 다양한 시각과 문화에 노출됨으로써 더 넓고 유연한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인종과 국적이 다른 친구들과 상호 작용하고 낯선 학문적 접근과 의사소통에 참여함으로써 지적 경계를 넓히며, 다국적 기업에 취업을 하면 맞닥뜨리게 될 환경 적응력과 문화 간 이해가 필수인 상황을 미리 경험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학문적인 영역을 넘어서도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실질적인 경험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은데 외국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것 자체가 독립성, 유연성, 적응력, 회복 탄력성과 같은 필수적인 생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가면 새로운 대중교통 체계를 이해해야 할 것이요, 어설픈 한국어로 끊임없이 발생하는 일상적인 문제의 도전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실 밖에서도 끊임없이 정보를 얻고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국제적 시각과 실력을 갖춘 졸업생으로 성장시켜 주기에 교환학생 경험을 가진 학생들은 경쟁적인 취업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후보자가 될 수 있다. 단순히 학점을 이수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학문적 경계를 넘어 전인간적인 교육, 즉 인격, 도덕, 사회적 기술, 문화 이해, 심리적 안녕 등과 같은 다양한 측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교육을 경험하는 것이다. 인간적 가치, 공동체 참여, 문제 해결 능력, 리더십, 창의성, 협력 등의 능력을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하게 되고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독일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앞으로 두 회에 걸쳐서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 보고자 한다. 이번 기사에는 뒤스부르그 에센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 다섯 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22 살 팀 쿠낸(Tim Kuhnen)입니다.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2022 년 9 월부터 2023 년 7 월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 일 년을 보내는 것은 저희 대학 한국어 전공 프로그램에 필수사항으로 한국에 가서 한국어 수업에 참석하고 대학 강의를 들어야 하며 120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나 봉사활동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유학 기간 동안 외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수업도 듣고 대학교 강의도 들었는데 외대에는 특별히 유학생을 위해 쉬운 한국어로 하는 강의도 제공했습니다. 한국 현대사에 관심 많아서 „한국근현대사“라는 강의를 수강했었는데 한국 역사에 대한 지식도 쌓고 역사 관련 어휘력도 키울 수 있어서 매우 만족했습니다.
워낙 서울 생활비가 비싸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알바를 할 계획이었고 여러 군데 지원서를 냈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아 정식 일자리를 구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농사일손 돕기”를 위한 봉사자 모집 안내를 찾게 되었고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일도 배우면서 동료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첫날 사장님을 직접 뵙고 여기서 봉사하고 싶다 말씀드렸더니 외국인 봉사자를 처음 보신 사장님께서는 매우 당혹스러워하셨습니다. 하지만 차차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일하게 되면서 친하게 잘 지내게 됐습니다. 제가 농장에서 한 일은 채소와 꽃 심기, 식물재배함 옮기기, 농장 청소하기 등의 일상적인 농사 업무였습니다. 업무 자체보다는 봉사활동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분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동료분들은 대부분 50~60 대 아저씨이셨는데 독재 정권 시대 때 태어나시고 자라신 분들이었습니다. 제가 독일 어디에서 이런 분들과 말씀 나눌 기회가 있겠습니까? 그분들과 도란도란 앉아서 일하면서 나누었던 대화의 경험은 상상해 보지 못했던 특별한 체험이었습니다. 저는 이 봉사활동에서 느끼고 얻은 것이 많습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기회를 주신 사장님과 동료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동아시아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는 22 살 이야비 미셸입니다. 작년에 전북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습니다. 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들으면서 여러 개의 동아리에 적극적으로 가입했습니다. 덕분에 친구가 많이 생겨서 대학생활도 만끽하고 한국 문화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가입한 동아리 중에는 벽화를 그리는 봉사활동을 하는 동아리도 있었는데 보람 있는 활동들을 많이 했습니다. 벽화를 그리러 갔던 날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게요. 동아리 회원들과 봉사활동을 가던 날 저희는 모두 전주시 자원봉사센터 앞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완주로 이동했습니다. 드디어 완주에 도착해서 벽화 그리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장장 8 시간에 걸쳐 함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햇볕 아래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려서 많이 지쳤지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도 알바를 해보고 싶어서 일자리를 찾으려고 무척 애썼지만 아무리 지원해도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거의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던 어느 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가게에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식사 후 계산하면서 넌지시 사장님께 제가 일해도 되는지 여쭈어봤습니다. 성품 좋으신 사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드디어 “아이 마미 따 ”라는 멕시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손님께 인사하고 서빙하는 업무를 맡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주방에서 더 자주 일했습니다. 사장님은 매우 좋은 분이셔서 한국어 실력이 서툰 제게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한국에서 일했던 경험이 아주 특별하고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사장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전주에 가게 되신다면 꼭 한번 “아이 마미 따”에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음식도 맛있고 멋진 식당입니다.
저는 25살 레오니 시버(Leonie Siber)이고 서울에서 1년 동안 연구원으로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한국 외국어대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외대에서 일주일에 20시간씩 언어 수업을 수강하면서 한국어를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일본, 미국, 태국,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영어로 진행되는 한국 정치 외교 수업도 수강했고, 쉬운 한국어로 진행되는 한국의 대중문화라는 수업도 수강했습니다.
수업만 들은 것이 아니라 일도 하게 되었는데 여의도에 있는 베이커리, 브롯아트 (BrotArt)라는 독일식 빵집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빵집 사장님과 저는 우연히도 같은 동네 (루드빅스부르크) 출신이었고 그 빵집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빵들은 오리지널 독일빵과 매우 흡사해서 놀랐습니다.
저는 베이킹과 요리가 취미이기에 여기서 일하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일을 하면서 한국에 독일 베이커리 문화가 공유되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이 경험은 더욱 소중하게 남았습니다.
힘들었던 점은 근로자 허가를 받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이었는데요, 제 부족한 한국어로는 관련 문서를 이해하고, 이민국직원과 상담을 해서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고생 끝에 다행히 성공해서 두 달 정도 빵집에서 일하게 되었고 사장님도 동료들도 모두 친절하고 모두가 인내심을 가지고 저를 많이 도와주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고객을 위해 음식을 서빙하거나 포장하는 일로 보통 11시부터 15시까지 근무했는데 점심시간이 가장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체력소모가 많은 일이지만 대학공부를 할 때 항상 책상머리에 붙어 앉아 있어야 하기에 몸을 쓰는 일은 삶에 균형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두 달밖에 일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지만 다음에 한국에 가면 꼭 다시 나의 일터를 방문할 계획입니다.
저는 졸리나 레오폴드 (Jolina Leopold)이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1 년 동안 정규 수업을 들으면서 어학연수도 함께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외국어와 번역에 관심이 많아서 주로 한국의 관광 및 지리에 관한 번역 강의를 선택해서 수강했습니다. 제게 매우 특별했던 경험은 외대의 ‘국제학생회’에 가입했던 것인데요, 그곳에서 말로만 듣던 한국대학의 동아리 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다른 팀원들과 함께 유학생들을 위한 한국 문화 관련 행사를 기획했고, 두 번째 학기부터는 임원으로서 한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을 한 자리에 모으는 언어 교환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처음으로 한국어만으로 회의를 하고 큰 규모의 행사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기에 흥분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학교생활 이외에도 근처에 있는 작은 음식점에서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하였습니다.
알바몬 앱에서 모집안내를 보고 문자신청과 면접, 그리고 한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일하는데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한 후, 2023 년 4 월부터 6 월까지 주당 12 시간씩 일했습니다. 손님 주문 처리부터 재료 준비, 매장 청결 유지까지 다양한 일을 맡아서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일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회를 제게 주시고 항상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도와주신 사장님과 동료들 덕분에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데 이러한 경험이 큰 밑거름을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제 이름은 하나 (Hanna-Loreen Heinze, 23)이고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었습니다. 독일 대학에서의 전공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수업을 선택할 수 있었기에 독일 대학에서 수강할 수 없는 분야의 수업을 듣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공부와 철학 분야를 결합한 수업을 위시하여 종교, 문화 및 현대한국, 또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등의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또한 외국 학생들을 위하여 쉬운 한국어로 진행되는 한국 역사, 한류 및 한국 대중음악과 같은 수업도 들었습니다.
흥미 있던 수업 중 하나로 국제 개발 협력에 관한 수업이 있었는데 이 수업에서는 한국이 다른 개발도상국을 어떻게 지원하고 그들의 경제와 생활 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강원 대학에서의 수업은 제가 미래에 일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시야를 확장하는 좋은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훌륭한 기회였습니다.
대부분의 수업시간은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함께 협력하여 발표나 토론을 준비해야 했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친구를 가장 빠르게 사귈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수업 이외에도 대학의 영어 클럽에 가입했었는데 이름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잘못했습니다. 클럽친구들과 함께 소풍도 가고 술자리를 가지는 등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고 그때 사귄 친구들은 제 한국어 공부 및 시험 준비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습니다.
또한 어학원에서 만난 다른 외국인 학생들과 댄스 그룹을 결성하여 졸업식 및 대학 축제에서 공연까지 했습니다. 어학원 측에서는 친절하게 저희가 댄스를 연습할 공간까지 제공해 주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선생님들은 간식까지 사다 주시며 응원해 주셨고 댄스그룹에 이름까지 지어 주었습니다.
대학 생활 이외에도 몇 달 동안 언어 카페에서도 일하며 영어와 독일어를 가르쳤습니다. 대상은 학생이 아닌 일반인들로 영어든 독일어든 문법과 회화를 가르쳤습니다.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어 이 일이 정말 즐겁고 흥미로웠습니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직접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또한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대화와 독일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듣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교환학생 경험은 지금까지 내 삶에서 가장 훌륭한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한국의 일상생활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곳에서 연락할 수 있는 멋진 친구들이 많이 생겼으니까요!
1349호 14면, 2024년 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