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 174

산업사를 통해 본 독일 10대 산업(3)

자동차, 기계, 철강, 전기 및 전자, 정밀기기, 광학, 화학, 제약, 해양, 철도, 항공, 우주, 바이오 및 유전공학 등 ‘Made in Germany’의 최상의 품질을 대표하는 독일 산업 분야에 대해 알아본다.

화학 및 제약산업

독일의 기술 전통은 화학제품 개발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일의 화학 및 제약산업은 모든 가공 산업의 기초로 작용하였다. 화학산업은 제조업의 재료로 사용되는 자재 중심의 산업으로 생산 제품의 대다수는 산업가공 분야 내 공급, 특히 기계, 섬유, 건설, 포장재, 자동차 제조 분야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일찍이 1863년 설립된 바이엘(Bayer), 1865년 설립된 BASF 등 현재 굴지의 화학기업이 19세기 말에 설립되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였는데, 1877년 독일산 인공색소는 이미 전 세계 소비의 50%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1880년 화학자인 배이어(Adolph von Baeyer)는 현재도 중요한 나염 재료로 쓰이는 인디고 색소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그 제조비용이 천연 인디고의 가격보다 훨씬 비쌌다. 1897년 BASF가 합성 인디고를 대량 생산하면서 천연 인디고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함성 인디고 색소 발명으로 1896년까지만 하더라도 약 2,000만 골드마르크(Goldmark, 1871년 이래 독일제국의 화폐단위로 1914년 지폐 마르크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에 이르는 인디고 색소를 수입하던 독일은 6년 후 동일한 규모의 합성인디고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BASF는 1900년대를 전후하여 최대의 화학제조사로 부상하였다.

이 외에도 1897년 바이엘 사의 화학자 호프만 박사(Dr. Felix Hoffmann)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아스피린을 개발하였다.

독일은 세계 최대 화학제품 수출국 중 하나이며, 매출(2015년 1,908억 유로) 기준 독일 화학산업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대 규모이자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이다. 가공 분야 중 화학 산업은 3대 혁신 분야로 평균 R&D 연구비용 지출 규모가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연간 R&D 투자 규모가 90억 유로에 이른다. 특히 화학 파크 조성으로 핵심 기술을 집약하고 있다. 제약산업은 화학산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 분야로 총 화학 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바이엘(Bayer)과 베링거 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 등의 기업이 글로벌 시장 내 높은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바이엘은 동사가 소재하고 있는 레버쿠젠(Leverkusen)과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레버쿠젠은 1891년도에 당시 염료회사였던 바이엘그룹이 회사를 부퍼탈(Wuppertal)에서 레버쿠젠으로 이전한 후부터 국제적으로 기업 도시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스포츠 도시로 유명해진 레버쿠젠 시에 1900년대 초부터 각종 스포츠 활동을 후원하여 스포츠 문화를 개발시킨 것도 역시 바이엘 사가 시초이다. 이러한 연관 관계 속에서 레버쿠젠 축구팀의 이름은 바이엘 레버쿠젠이다. 예전 차범근 선수도 뛰었고, 손흥민 선수도 뛴 적이 있어 한국과는 인연이 깊다.

해양산업(조선과 풍력발전)

독일은 전통적으로 선박 강국이다. 이미 1851년 독일 로슈토크Rostock)에 소재하는 조선사가 최초의 증기선 생산했으며, 독일 내 선박주조는 나사 및 증기선의 바퀴를 이용한 동력 도입과 철과 강철생산과 더불어 발전하였다.

1차 세계대전 후 독일 조선산업은 용접기술에 역량을 집중하였고, 2차 대전 이후 선박건조가 일시 중단되었다가 1951년에 다시 생산에 돌입해 이후 전 세계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독일의 조선산업은 80년 대 이래 한국과 중국 등과의 경쟁 격화 속에 다소 하향산업으로 전락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선 및 부품기업은 약 400개의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총 매출 119억 유로(2014년)에서 수출비중은 74%에 이르며, 독일 조선사의 경우, 총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지난 5년간 90% 이상에 달한다.

독일은 특히 특수 선박 제조 및 부품 기술 노하우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는 선박부품기업은 석유, 가스, 풍력이나 특수선박과 같은 고성장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울러 시장 잠재력이 높은 친환경 제품이나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조선, 선박부품, 등을 아우르는 독일 해양산업은 연 매출 500억 유로로 중요한 기간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나, 다만 지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적인 선박경기 침체 이후 회복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2014년 기준 전 세계 신규 설비의 10.2%를 차지하며,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풍력에너지 시장을 이끌어나가고 있고,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1349호 29면, 2024년 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