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이야기: 대구에서 카페 마니아가 된 마렌

제 이름은 마렌 (Maren Hoffmann)이고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교환 학생으로 1년을 보냈습니다. 첫 학기에는 대부분 언어 수업을 들으면서 다른 나라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요, 독일대학과 다른 수업 방식으로 한국 전문 교수님과 동료학생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어 드디어 학문적으로 국제적인 연결을 구축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두 번째 학기부터는 전공 수업 모두를 한국어로 수강하기로 결정했는데 물론 처음에는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한국어 음성학”이라는 수업에서는 심지어 한국어로 조별 발표까지 진행했는데, 저에게는 정말 크나큰 도전이었습니다.

대구에 있었기에 재미있었던 일은 사투리인데요, 제가 독일에 있었을 때에는 한국어 표준어만을 배웠기에 대구 사투리는 한국에 와서 처음 접했습니다. “일본 팝 문화”라는 수업을 수강했었는데 해당 교수님께서는 대구 사투리를 쓰셨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사투리는 정말 강력하여 심지어 대구 출신이 아닌 한국 학생들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힘들었지만 수업이 정말 재미있었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힘들게, 힘들게 대구 사투리를 배워갔습니다.

귀 기울여 듣고 따라서 말하기를 꾸준하게 연습한 결과 사투리를 말하는 것이 늘지는 않았지만 학기말 즈음에는 적어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대구 사투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수업에서 저는 유일한 외국인이었는데 교수님께서도 저와 이야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제 키가 너무 커서였을까요?) 어쨌든 저는 경북대에서 수강했던 모든 수업이 좋았고 누군가가 한국으로 유학을 간다면 경북대학교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유학생활이 끝나고 독일로 돌아와서야 깨닫게 된 문화적 차이들도 있습니다.

독일로 돌아와서 기차를 타보니 독일 기차는 한국에 비해 너무 시끄럽습니다. 한국의 기차는 거의 소음이 없이 조용하거든요. 또한 갑자기 독일의 음식이 너무 짜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을 경험하고 와서 오히려 내 나라 독일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여러 가지가 생기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그리운 것이 “한국 카페의 편안함”이었습니다. 공부를 할 때나 학교 과제들의 마감 기한이 다가와 스트레스가 밀려올 때마다 저는 카페를 찾았었습니다. 왜냐하면 독일과 전혀 다른 한국의 카페 문화가 제게 마음의 안정과 아늑함을 안겨 주었었거든요.

독일에서는 사람들이 혼자 카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습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해 잠시 앉아 있을 수는 있겠으나 혼자서 카페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간다 하여도 최대 2시간 이상 머무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혼자 카페에 가서 느긋하게 마감시간 직전까지 머물러도 괜찮습니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 일하는 직장인들, 책 쓰는 작가들까지 카페를 찾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시험 기간에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기에 저도 한국 학생들처럼 해 보고 싶어 카페에서 과제를 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나고 여기저기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와 음악이 잔잔히 깔린 카페에서 오히려 집이나 도서관 보다 집중이 더 잘되었습니다. 어려워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과제를 카페에서 깔끔하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 놀라운 경험을 한 후부터 저는 한국어 인증시험인 토픽 시험공부를 도서관이 아닌 캠퍼스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하게 되었고 그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카페를 찾아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었습니다. 대구에는 멋진 카페들이 많고 한국 친구들 조차 대구에 좋은 카페가 너무 많아 놀랍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5미터마다 카페가 있고 계속해서 트렌디한 카페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가 즐겨 찾는 카페들은 대형 카페보다는 작고 아늑한 곳이었는데요, 그중 제가 가장 좋아했던 카페는 어두운 갈색 의자가 있고 몇 가지 식물과 다양한 벽장식이 있던 곳입니다. 대구 도심의 붐비는 거리와는 달리 그 카페를 들어서면 또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우 조용하기에 바깥세상의 지나친 자극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조화로운 색깔 속의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매우 좋아했었습니다.

작은 카페였기에 바리스타가 한 명, 케이크는 직접 만들어서 서빙되었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옥수수 타르트였습니다. 유럽에서는 옥수수가 주로 샐러드나 짭짤한 요리에 섞이지만 한국에서 옥수수는 디저트입니다.

한국 카페의 빵은 전통적인 독일 빵과 많이 다른데 그 비결은 짠맛에 있습니다. 한국 빵은 절대로 짠맛이 느껴지지 않지만 독일의 농축효모 빵은 일반적으로 짠맛이 나고 치즈로 덮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늘 빵은 우리 집 가족 식사에서는 바비큐와 함께 먹는 안주 같은 음식이지만 한국에서 마늘빵은 커피와 함께 먹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한국 카페에서 마늘 빵을 먹어보았을 때 짭짤한 빵이라 기대하고 먹었었는데 저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습니다. 달짝 지근하면서 마늘향이 확 풍기는 한국의 마늘빵. 사실 처음에는 조금 이상했었지만 한국을 떠날 즈음에는 정말로 좋아하게 됐습니다.

이곳저곳 경북 지역들의 카페를 다녀보면서 저만의 리스트들이 생겼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아늑한 카페는 양녕시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카페였고 경북대 캠퍼스 근처의 최고의 카페는 “foRest cafe”입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인데 남편분이 쿠키와 파운드케이크를 굽고 아내분께서 음료를 만드십니다. 그리고 손님의 얼굴을 기억해 주십니다. 독일로 돌아와서 가장 그리운 한국에서의 기억은 이 카페들에서 보냈던 평화롭고 아늑한 시간들입니다.

그래서 한국이 그리울 때마다 독일 카페에 가서 책을 읽습니다. 언젠가는 친구들과 함께 독일에서도 카페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말이죠.

1354호 15면, 2024년 3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