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9일 오후 9시10분. 독도 남서쪽 11.8해리 지점에서 항해하던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조사선 ‘탐구21호’ 근처로 일본 해상보안청의 1500t급 함정 ‘오키함’(PL-01)이 접근했다. 999t급인 탐구21호에는 우리 연구원 등 27명이 승선해 있었다. 오키함은 탐구21호를 무단 호출하고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해다. 일본 해상에서 너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두 차례 무단 방송했다.
탐구21호가 활동 중이던 해역은 엄연히 국제법상 영해 경계선인 12해리 안쪽이었다. 일본 함정이 우리 영해 내 조사활동까지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오키함은 탐구21호의 조사활동을 11시간 가까이 감시하면서 방해하다가 이튿날 오전 8시가 돼서야 독도 인근에서 모습을 감췄다.
10월 20일 해양수산부의 ‘수산과학조사선 일본 순시선 대응 항해일지 보고’와 해양경찰청의 ‘상황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이 올 들어서만 19차례에 걸쳐 우리 해양조사선 조사행위를 감시·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 해 전체 횟수(11차례)보다 8차례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지난 2월15일 탐구21호의 첫 조사와 8월31일∼9월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어도호’ 등 9차례 조사는 우리 영해 내에서 이뤄진 것이다.
일본은 방해활동 범위를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독도 기점 12해리 이내 우리 영해로 확대한 것은 물론이고 위협활동도 근접감시에서 부당 호출 및 방송으로 수위를 끌어올렸다. 일본은 드론 등을 활용한 우리 측 해양조사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우에도 사후 우리 측 기술연보와 관보 등을 통해 확인하고 외교채널을 통해 항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도 영유권 주장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우리 측 대응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일본 함정의 독도 접근 사실 자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해수부의 항해일지와 해경의 상황보고서 등을 비교 분석해 보면 지난해 11월26일 해경은 일본 함정이 탐구21호에 접근해 조사 방해를 한 사실을 탐구21호로부터 신고받고서야 파악했다. 지난해 7월21일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올 들어 지난 2월18일과 5월24일에는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독도경비대가 독도에 접근하는 일본 함정을 먼저 발견했고, 8월9일에는 울릉도에 주둔하는 해군 118전대와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을 발견해 해경에 통보했다. 독도 영해 경계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경 관계자는 “기상 상황이나 경비함 사정으로 일본 함정 출현을 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본 함정 출현 위치에 따라 독도경비대와 해군이 일본 함정을 최초 발견하는 것이지 경계 실패는 아니다”고 말했다.
해경이 독도 영해에 근접한 일본 함정을 향해 별도로 ‘영해 진입금지 방송’을 하지 않은 것도 소극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한편 독도 경비와 일본 해상보안청의 방해행위에 대한 항해일지와 상황보고서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수부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올해 일본 해상보안청의 해양조사 방해행위가 9건이라고 밝혔다. 해경 상황보고서로 확인된 19건과 크게 차이 난다. 해양조사선이 일본 함정이 부당 호출 및 방송을 보고했는데도 해경 상황보고서에 부당 방송이 없었다고 적힌 보고서도 있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일본이 독도 위협행위 고조는 국제사회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며 “독도 해상 경비망을 더욱더 촘촘히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정부 차원에서 일본의 독도 위협에 대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10월 25일, 1144호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