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 (4)
함부르크 Museum am Rothenbaum(구 민족학박물관)과 한국문화재 ➀

Museum am Rothenbaum 2,711개에 달하는 한국유물을 소장

함부르크 민족학 박물관(Museum für Völkerkunde Hamburg)은 2018년 박물관 이름을 “Museum am Rothenbaum – Kulturen und Künste der Welt(MARKK)” 이름을 바꾸었다.

Museum am Rothenbaum은 중후하고 고풍스러운 외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 건물은 건축학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건물로 보호받고 있다. 박물관이 외관을 갖춘 것은 1912년경 이지만,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Museum für Vökerkunde)이 설립된 것은 1879년이다. 처음에는 1849년 도서관의 한 컬렉션으로 시작하였으며, 자연사박물관에 속하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현재 박물관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으며, 오늘날 Museum am Museum am Rothenbaum은 유럽에서 가장 큰 민족학박물관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Museum am Rothenbaum은 현재 유물번호 상으로 2,711개에 달하는 한국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여러 점의 유물을 묶어서 하나의 번호만을 부여하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 소장품의 수는 2,711점이 넘는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이 소장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 한국유물로 잘못 추정되었던 다수의 유물들을 다른 나라의 유물로 정정하였다. 반면 중국과 일본 소장품 중에 한국유물로 밝혀진 경우도 있어서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소장품의 규모가 다소 커진 상태이다. 또 새로운 유물 구입도 이루어져 한국컬렉션의 규모가 확대되는 것에 일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내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부서의 전체 컬렉션이 40,000여 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 컬렉션은 비교적 작은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Museum am Rothenbaum이 소장하고 있는 2,711개의 한국유물은 그 종류 역시 매우 다양하다.

회화, 자기, 불상 등 여타 예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물품들도 있지만, 이보다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조선인들의 독특한 생활방식과 무속신앙의 형태를 알려주는 직물, 의복, 무기, 농사용 기구, 장례용구, 흉배와 관모, 말린 약초와 종이를 꼬아 만든 새끼줄 등 다량 소장되어 있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부적, 신령들의 초상화, 무당의 의복 등 ‘굿’에 사용된 일체의 용구들이 전체 소장품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소장품이 조선의 무속신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19세기 유럽에 유행했던 인류학 내지는 민족학 연구 경향과 연관이 있다.

당시 유럽의 민속학은 주로 사회의 하위문화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 집단 내부에 보존되어 있는 유서 깊은 관습과 신앙 형태를 분석함으로써 인류의 정신사를 추적해 나가고자 하였다.

한국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의 현지조사

Museum am Rothenbaum 소장 한국문화재에 대한 한국 기관에 의해 현지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이례적으로 소장처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해서였다. 그동안 다량의 한국문화재를 소장한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컬렉션 전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2013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담당자 간에 만남이 이루어졌고, 이후 현지조사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양 기관의 사전 협의를 거쳐, 2014년 5월 21일에 현지조사를 위한 MOU를 체결하였으며, 2014년 10월 1차 조사를 진행하였다.

2014년 10월에 실시된 첫 번째 조사는 회화와 복식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은 다수의 풍속화가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김준근 풍속화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병풍 등이 소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낙화와 인물화 등이 소장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복식으로는 갑주, 일반복식, 모자 등이 소장되어 있다. 소장되어 있는 갑주 2세트 중에서 마이어가 수집한 갑주 일습은 지금까지 공개된 것들과 비교해 볼 때, 이른 시기에 제작되었으며 제작수준도 높은 편이어서 주목되었다.

2차 조사는 2015년도에 이루어졌는데, 지도·전적, 공예 그리고 민속품에 대한 조사였다.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의 한국컬렉션에는 지도류가 많이 소장되어 있다. 대동여지도를 비롯하여 외국인에 의해 제작된 다양한 성격의 지도들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삽화가 많은 책이나 놀이용품 등은 수집 당시에 고가의 품목들은 아니었지만, 현재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중요한 자료들이다. 민속품은 1965년 이후에 제작된 유물들도 많이 소장되어 있으며, 부적을 비롯한 현대의 무속용품들도 그 수량이 상당하였다.

2016년 6월에 진행된 3차 조사는 이전 조사 중에 누락된 유물들에 대한 사진 촬영에 중점을 두었으며, 민속품들이 조사되었다. 특히 2차 조사에 이어 직물이나 식물, 약재 등에 대한 견본이 다수 확인되었다. 이는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품의 특징 중의 하나로 종이나 끈, 직물 등의 다양한 견본들이 소장되어 있다.

다음 호에서는 Museum am Rothenbaum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문화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2020년 7월 10일, 1178호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