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목이의 아들(2)

류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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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의 유럽 여행으로 심신이 가벼워진 경목이는 나르듯 이모를 찿아갔다.

금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둘렀다. 다시 고국을 떠나가기 위한 과정을 이모에게 설득시켜 필요한 돈을 빌리기로 했다.

“그래도 결혼식이라도 올려야 할게 아니야? 같이 나와서 양쪽 어른들 모시고 식이라도 올려야지. 자식이 태어나면 어떻게 할 거야 ?….”

경목이는 계모가 금자의 큰절을 받으며 키운 보람이라고 자랑할 것을 눈앞에 떠올리며 온몸을 떨었다 .

“언젠가 같이 와서 예식을 올리겠습니다.”

혼인신고를 하는 데는 군청 내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모는 금자의 어머니와 경목이를 식당에 초대하여 인사를 하게하였고 금자의 호적등본을 부탁했다. 일이 무사히 잘되어 내년 쯤에 금자와 귀국하여 가족들을 모시겠다는 경목이의 뜻을 이모가 대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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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목이는 외국에서 금자와 단둘이 살면 슬픈 어린 날의 기억들을 잊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정착한다는 것에 집착했다.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고향 산천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계모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언제 다시 오느냐고 물었다

경목이가 이제는 계모의 구박을 받지 않겠다고 떠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사랑하는 아들을 멀리 떠나보내는 것같이 눈물을 닦았다.

경목이 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말이나 느낌을 찿 을 수 없는 계모의 미운 얼굴을 보았다. 그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복 아들로써 지켜야 하는 의무를 벗겨 주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경목이는 그녀에게 운명이 어깨 위에 걸쳐 준 무거운 짐이었다. 이제는 가벼워지는 어깨와 시원섭섭함의 허전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시작한 경목의 이민자 생활은 아들이 16 살이 되기까지 굴곡 없이 지나갔다. 사춘기의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때때로 표현했지만 경목이 보다 더 크고 육중한 신체를 가진 아들을 힘으로 당 할 수 없기에 그의 전형적인 침묵의 방법으로 충돌을 피했다.

경목이는 아들을 성장을 지켜보면서 잊고 살았던 아버지와 두 이복동생 생각을 했다. 말이 적은 아버지는 계모가 낳은 두 이복동생을 선호하고 사랑했다.

“형인 너 가 양보해야지!” 아버지가 한 말이 종종 생각났다

그는 형으로서가 아니라 계모가 들고 있는 회초리를 피하기 위해 두 이복 남동생에게 모든 것을 양보했다

경목이 여행 가방을 챙기는 것을 지켜보며 이복동생이 물었다 .

“형이 가서 살게 될 도시가 어디야?”

이제 중학생이 된 둘째는 그 형보다 붙임성이 있었다.

“가서 편지 할께.”

경목은 두 이복동생에게도 형제의 우정이 없었다. 계모의 사랑을 받는 그들에 게로 향한 질투가 차가운 증오심으로 남았다.

경목이는 두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중국집 음식점 에 초대를 했다

“나는 너희 둘과 같은 아버지의 피를 가졌을 뿐, 다른 여자의 뱃속에서 잉태했어. 나의 어머니는 어린 나를 두고 죽을 수가 없어 울면서 나의 손을 잡고 돌아가셨다는데, 너희들을 낳은 여자는 나를 증오했어. 회초리로 등을 때리고 뺨을 때렸어, 너희 둘과 나는 남이야! 너희 둘을 낳은 여자가 피를 나눈 우리를 갈라놓았어!”

“그런데 형은 나에게 많은 것을 양보했잖아?”

“어머니의 회초리가 무서워서 그랬지!”

“아버지가 편을 들어주지 않았어?”

“너희들의 어머니가 옆에 있을 때 그런 척 했지. 아버지가 없으면 어린 너희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때렸어 !”

경목은 목이 메여오는 것을 느꼈다

언젠가 경목이 울면서 이모네 집으로 가서 호소한 적이 있었다.

“목아 남의 배속에서 난 자식을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 그 여자도 팔자가 세어서 남의 집 후처로 들어가 전처 자식을 키워야 했으니 오죽했겠나! 너가 당하고 살았구나. 어서 커서 멀리 떠나가 살아라”

이제는 멀리 떠나게 되었다. 아픔을 기억하게 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 먼 곳에 낯선 세상에 가서 살면 잊어질 것이다.

“어머니는 나도 때렸어 !”

큰 동생이 말했다. 경목이는 계모가 동생을 때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두 이복동생들은 어머니가 회초리로 형을 때리는 것을 자주 보았다.

“형이 나이키 운동화 공장으로 간 후 어머니는 자주 나를 때렸어 !”

큰 동생이 한마디하고 고개를 돌렸다.

경목이의 마음은 이미 집을 떠나는 길 위에 서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과거를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 나도 형처럼 멀리멀리 떠나버리고 싶어 !”

“너는 이곳에 있어”

“형이 그곳에 살면 나를 불러 줄 꺼야?”

“…. 이곳에서 엄마의 사랑 많으며 잘 살어! 집을 나서면 어머니만큼 너를 사랑해줄 사람이 없어 ”

경목이는 이복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그는 장남으로서의 위치나 한 가족으로 중요한 자리에 앉은 느낌을 전해 받은 적이 없다. 형으로써 동생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싶지 않았다. 빈말로 “공부 열심히 하고 어머니 말 잘 듣고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면….” 이라고 말하지 않고 매정하게 잘랐다. 경목이는 계모가 동생이 원하면 아버지를 설득시켜 살고 있는 집을 팔아 외국으로 유학을 보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입속에 모이는 쓴 물을 삼켰다

계모는 두 아들이 어른이 되어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때때로 경목이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끌어 담을 수 없는 쏟아진 물이다. 경목이는 먼 곳에 살고 있을 것이다.

두 이복동생들은 먼저 어른이 되어 외국으로 떠난 형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경목이는 일어나 그곳을 떠났다.

7

경목이의 아들이 친구들과 주말여행을 떠난다고 금자와 용돈 문제로 흥정을 하고있었다. 경 목이는 제 어미가 알아서 할 거라는 생각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못들은 척 했다. 이번에는 유독 아내가 일 푼도 더 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경목은 그 나이에 학교를 돈을 벌기 위해 그만두고 신발 공장에 갔던 생각이 났다. 그는 용돈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아들이 아버지인 그 에게 와서 사정을 하면 아내 몰래 종이 돈을 손에 쥐어 줄 것을 생각했다.

경목이는 아내가 정한 아들의 잡비 양을 모르지만 이렇게 실랑이를 하는 아내에게 감사하며 자신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이 사정을 해왔고

경목이는 어머니에게 말하지 말라고 속삭이며 지갑에 넣어 다니는 현금을 손에 쥐어주었다

그 역시 상당한 양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들의 요구를 거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일요일, 금자는 아들 친구 어머니와 약속을 했다. 자동차로 아들을 데리려 같이 가게 되어 다음날 일찍 일어나 근무를 가야 하는 경목이는 자리에 들어갔다. 한밤중에 귀가한 아들이 어머니와 말다툼 하는 것을 들다가 다시 잠이든 경목은 다음날 아침 급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출근을 했다.

경목은 아들로부터 여행 보고를 들을 생각으로 바쁜 걸음으로 귀가 했다.

그는 아들이 학교 결석을 하고 여포를 풀기 위해 자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 했다. 아내가 울어서 붉게 퉁퉁 부은 눈으로 부엌의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야 ?”

아내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

아들이 자다 일어나 팬티 바람으로 부엌으로 들어왔다

아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놀란 얼굴로 지켜보는 것을 무시 한 체 냉장고 문을 열고 콜라 병을 집어내어 들고 다시 나가려고 했다.

검은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한 아들의 어깨와 두 팔에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경목은 입안이 바싹 바싹 타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할 말을 찾았다.

“저놈이 완전히 미쳤네!”

경목은 눈앞이 캄캄해져 앉을 의자를 찾으며 비틀거렸다. 창문 아래에 설치된 남방 모퉁이에 머리 뒤통수가 부딪쳐 땅바닥으로 쓰려졌다

금자가 남편을 부르며 바닥에 앉았다. 붉은 피가 방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아들이 달려와서 구급차를 불렀다.

그는 의식을 잃은 지 3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깨어났다. 뇌출혈이 심하지 않아 조금씩 회복이 되었고 퇴원 후 4주간의 재활 병원으로 가 사지의 움직임을 되살렸지만 왼쪽 다리의 마비 증상이 흔적을 남겼다.

집으로 돌아온 경목이 그가 알고 있던 세상이 달라진 것을 의식하기까지 시일이 걸렸다

정말 등신이 된 느낌을 털어 버릴 수가 없었다. 왼쪽 다리 의 마비가 조금씩 회복되어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걸을 수가 있었다.

어느 날 경목은 금자와 의논했다. 아들을 데리고 귀국 여행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금자는 한국 여행이 남편의 건강을 되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승낙했다.

경목이는 아들에게 그가 계모에게 구박 받으며 살던 집과 같은 나이에 나이키 신발 공장에서 하루에 12 시간씩 노동을 하고 한방에 네 명이 같이 살았던 노동자 기숙사를 보여주어야 갰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지금까지 말로써 전하지 못한 것을 눈으로 보게 해주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