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등 최근 국제정세와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김정(金楨)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미국의 이란 군사개입 이후 국제정세는 새로운 불안정의 단계로 들어섰다. 이 사태의 핵심은 단지 중동에서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졌다는 데 있지 않다. 핵 개발 의혹, 선제공격, 보복 위협, 동맹 연루, 국제기구의 무력화가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은 이란의 핵능력 진전을 차단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결과는 핵 확산 억제보다 핵 억지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각인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북한이 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란의 교훈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을 완성하지 못한 국가의 취약성”으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이란 사태는 한반도 문제를 다시 국제질서의 구조 속에서 보게 만든다. 미국은 중동, 우크라이나, 인도태평양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전략적 부담을 안게 되었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 질서의 균열을 활용하려 한다. 규칙 기반 질서의 언어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실제 국제정치는 점점 더 힘, 진영, 군사력, 전략적 거래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중견국의 외교 공간은 좁아지고, 분단국가인 한국의 전략적 부담은 커진다. 한반도 평화는 더 이상 남북관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경쟁, 미러 대립, 북러 협력, 중동 전쟁이 교차하는 복합 위기의 일부가 되었다.

북한은 이런 구조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제재 체제의 틈을 넓히고, 중국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외교적 후방을 복원하려 한다. 북중 정상회담은 이런 점에서 중요한 신호다.

북한은 러시아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국과의 전통적 후원관계도 되살리려 한다. 중국 역시 북러 밀착으로 약화된 대북 영향력을 회복하고, 한반도를 미중 전략경쟁의 완충지대로 관리하려는 계산을 갖고 있다. 북중 협력은 과거와 같은 이념적 혈맹의 단순한 복귀라기보다 상호 필요에 따른 전략적 재조정에 가깝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보다 한반도 안정과 대미 견제를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과 군사협력을 확대하며 유엔 제재 체제의 약화를 촉진하고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핵무력을 국가정체성의 핵심으로 제도화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과거의 남북관계 복원론이나 정상회담 중심 접근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낭만적 화해론이 아니라 적대가 지속되는 조건 속에서도 전쟁을 막고 공존의 규칙을 만드는 현실주의다.

평화공존 정책의 첫 번째 성공 조건은 강한 억지다. 평화는 선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과 확장억제는 평화공존의 반대말이 아니라 그 전제다. 다만 억지는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한 압박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설계되어야 한다. 군사적 대비를 강화하되, 그것이 체제 붕괴나 흡수통일의 신호로 읽히지 않도록 전략적 메시지를 정교화해야 한다.

강한 억지와 제한된 목표가 결합될 때, 상대는 도발의 비용을 인식하면서도 대화의 공간을 완전히 닫지는 않는다.

두 번째 조건은 위기관리 채널의 복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평화선언보다 군 통신선 복구, 우발충돌 방지 절차, 접경지역 긴장완화 조치다. 신뢰가 없기 때문에 대화가 필요하고, 적대가 지속되기 때문에 제도가 필요하다. 평화공존의 출발점은 상호 호감이 아니라 오판 방지다. 군사분계선과 서해 접경수역에서 작은 충돌이 정치적 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연락체계를 복원해야 한다. 평화는 큰 합의보다 작은 안전장치에서 시작될 수 있다.

세 번째 조건은 비핵화 목표와 군비통제 접근의 병행이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은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간에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면 핵•미사일 활동의 동결, 투명성 확대, 위기 시 연락체계, 군사적 위험 감소를 중간단계로 추진해야 한다.

목표는 비핵화, 과정은 위험관리라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은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비핵화라는 장기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당장의 전쟁 위험을 줄이고, 협상의 최소 기반을 보존하자는 현실적 접근이다.

네 번째 조건은 중국을 관리하는 복합외교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은 다시 커질 수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축으로 삼되, 북한의 추가 도발이 중국의 안정 이익에도 부담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을 신뢰할 수는 없지만, 배제해서도 안 된다.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기대는 비현실적이지만, 북한의 도발 비용을 높이는 데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한국 외교는 동맹 강화와 대중 소통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는 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다섯 번째 조건은 국내적 지속 가능성이다. 평화공존 정책은 정권의 구호가 아니라 국가전략이 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정권 교체 때마다 대북정책을 전면 부정하면 북한은 한국 정부의 약속을 장기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최소한 전쟁 방지, 우발충돌 방지, 인도주의 협력, 군사적 연락체계 복원만큼은 초당적 합의의 영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평화공존은 북한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 전략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은 낙관주의가 아니라 현실주의 위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 이란 군사개입은 핵 문제의 군사적 해결이 더 큰 불안을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줬고, 북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가 다시 진영정치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시대의 평화는 선언으로 오지 않는다. 억지, 위기관리, 군비통제, 다자외교, 국내적 합의를 결합할 때 평화공존은 구호가 아니라 정책이 될 수 있다. 평화는 상대를 믿어서가 아니라, 서로 믿지 못하는 현실을 관리할 제도를 만들 때 가능해진다.

1464호 19면, 2026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