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리 아동을 소개 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찾아보려고 애쓰고 있는 취업 준비생 여성 입니다. 어느 날, 길을 걷는데, 길거리에 박스를 깔고 자고 있는 노숙자들 사이로 열다섯 살 가량의 한 여자아이가 보였습니다. 저는 숙소로 돌아 와서도, 자꾸만 그 어린 소녀 생각이 났습니다. 그날 잠들기 전에 취침 기도를 하는데 그 어린 소녀를 만나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저는 여자 아이에게 다가가 <보기에 어린 사람 같은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요? 혹시 근처 카페에 가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근처의 카페로 가서 따뜻한 코코아 두 잔을 사서 소녀 앞에 놓아 주자, 그제야 소녀는 안심을 하고 제게 감사하다는 눈빛을 보냈습니다.

나는 < 학교는요?> <사립 외고를 다녔어요. 학비가 비싼 편인데, 제가 고아가 되면서 그 학비를 감당해 줄 사람이 없어서 자퇴할 수 밖에 없었어요.> < 아….그렇군요. 저도 취업 준비생인데, 지금 단칸방 고시텔에 살고 있어요. 혹시, 제가 학생을 위해서 한 번 기도해도 될까요?> 그 아이는 잠시 멈칫 하더니, <예, 그렇게 하세요>

저는 아주 조용히 소곤대듯이 그 아이의 손을 잡고 하나님께서 보호해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주었습니다. 저의 눈에도, 그 아이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 거렸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말이 내 입에서 튀어 나왔습니다.

<혹시, 괜찮다면 나랑 같이 살아도 좋아요.> <같이 살자고요?> < 나는 김은경인데 이름이 뭐에요?> <최단비에요. 그리고 말 놓으세요.> <그래도 될까?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취업 준비생이고 이번 달 말에 있을 면접에서 떨어지면 나는 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을 예정이거든.> <그럼, 이번 달 말까지만 같이 살 수 있는거에요?>

<물론, 단비 너만 괜찮다면 같이 우리 고향으로 내려가도 좋아. 내려가서 농사일도 배우고 틈틈이 고등학교 검정고시도 공부하면 되니까.> <언니는 진짜 천사 같네요. 이렇게 아무런 조건없이 남을 도울 수 있다는게 신기해요.> <자, 그럼 갈까? 짐은 그 가방이 다야?> <네.>

그렇게 해서 단비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부터 저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알바를 가면 단비가 집에서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검정고시 문제집을 하나 사다 주었습니다.

<언니, 이것 필요없어. 나 외고 출신이잖아, 나, 영어, 중국어도 잘해. 그리고 취미로 그림도 배웠어.> <와…정말 부럽다. 단비야, 너는 어떤 꿈이 있니?> <응, 나는외교관이 꿈이었어. 지금은 다 물건너 갔지만.> <단비야, 그렇게 말하지 마.. 희망을 버리면 안 돼.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시거든.>

그렇게 단비와 저는 날이 갈수록 친해 졌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에 날자가 지난 폐기물 음식들을 많이 가져와서 단비와 함께 데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단비는 매일 자신의 감정을 빈 노트에 그림으로 풀어 냈는데, 나는 단비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그림이 디자인을 전공한 제가 보기에도 너무나 뛰어나게 예술적 이었습니다. 저는 그 그림들을 면접날 들고 갈 나의 포트폴리오에 함께 첨부했습니다.

나의 순서가 되어 들어갔을 때 면접관 중의 한 분이, <포트폴리오의 내용이 인상적이기도 합니다만, 함께 첨부된 그림이 그 느낌을 더욱 빛나게 해 주네요. 직접 그린 그림인가요?> <아, 그건 제가 그린 게 아닙니다.> <그럼 누가 그린 건가요?> <그림 실력이 좋은 동생이 있습니다. 그의 그림 입니다.> <혹시, 그림 그린 그 동생을 직접 만나 볼 수 있을까요?> 나는 그 면접관의 이야기에 어리둥절하면서도 회사에 합격하는게 시급한 일이었기에, 얼른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단비는 나를 보자마자, <언니, 어떻게 됐어? 합격했겠지? 오늘 하루 종일 기도하고 있었어, 서툴기는 하지만…> 단비는 자신이 기도했다는 것이 부끄러운 듯 수줍은 듯이 말했습니다. < 아니야, 너만 나를 도와준다면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사실, 오늘 면접 때 내 포트폴리오에 너의 그림을 함께 첨부해서 올렸어. 미안해.> <뭐가 미안해, 나는 그저 심심해서 그렸을 뿐이야, 내 그림을 첨부할 줄 알았으면 더 신경 써서 그릴걸.>.

<근데 문제가 하나 생겼어. 그 그림을 감명 깊게 본 면접관이 나한테 그림의 출처가 어데인지 물어 보더라고. 거짓말 할 수없어서 나는 실력좋은 동생이 그렸다고 말했지.> <그런데 뭐가 문제인 거야?> <그런데 그 면접관이 너를 너무 보고 싶다고 하네. 너를 꼭 데려 오라는 거야.> <나를, 왜?> <글쎄, 잘은 모르지만, 너를 스카웃하려고 하는 것 같아.> <언니, 나는 싫어. 나는 무서워. 나는 못 가.>

나는 당연히 단비가 가줄 줄 알았는데, 무섭다는 말을 하며 어린 아이처럼 떨기 시작했습니다. <단비야, 왜? 그래, 도대체 뭐가 무섭다는 거야?> 단비는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을 가다가, 자동차 추돌사고로 자신의 눈앞에서 부모를 잃고, 고모에게 맡겨졌는데, 고모가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을 고아원에 맡기고 한 달 후에 온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뒤, 다시는 고모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후, 단비는 모든 어른들을 무서워하며, 혐오하는 습관이 생겨났던 것입니다.

만일, 제가 어른이었다면, 단비는 나를 따라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흐느꼈습니다. <언니, 나 언니한테 받은 것이 너무나 많은데,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아니야, 나는 괜찮으니까 걱정마.>

그날 밤, 저는 “저와 단비의 앞날을 성령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십시오!” 라고 기도한 후에 다음날 회사에 단비를 데려갈 수 없다고 통보를 했고, 면접시험 발표에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향으로 내려갈 준비를 슬슬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나니, 웬일인지 제 마음은 평안했습니다.

3주일 쯤 시간이 흐른 후, 어느 날, 단비가 <언니, 지금이라도 그 회사에 함께 가볼 수 있어?> 하고 물었습니다. <왜? 갑자기?> <웬지, 어른이 이제 별로 무섭지 않아,> <무슨 말이야?> <언니는 내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언니가 오랫동안 그렇게도 기다리던 면접을 보고 합격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내가 함께 가주지 못한 것을 원망하지 않고, 담담하게 고향으로 돌아 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쩐지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사라진 것 같아. 세상에는 이런 사람, 이런 어른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덜 무서워지려고 해. 지금이라도 그 회사 갈 수 있을까?>

단비의 말을 듣고 저는 성령 하나님께서 역사하고 계시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계속 기도 하면서 부리나케 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회사에서는 빨리 오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희 둘은 버스를 타고 회사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았는데, 안내하시는 분이 우리를 회사 대표님실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대표실에 들어서자 그때 면접관 중에 한 분이셨던 분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나는<대표님이신 줄 몰랐습니다> < 내가 이 회사 대표 윤정수입니다. 그리고 옆에 친구는 그 그림의 주인?> 단비는 조금 긴장한 얼굴로 <안녕하세요 최단비 입니다> 하고 고개를 숙여 대표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대표님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제 그림이 그렇게 좋으셨나요?> <예,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이 아이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었거든요> <네? 저를 아세요?> <물론이죠.>

대표님의 충격적인 발언에 말문이 막힌 저희는 아무말 없이 그저 대표님을 처다 보았고, 대표님은 웃으면서 ,<단비야, 아저씨 기억 안 나니?> 대표님의 말에 단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그 얼굴을 바라보더니, 곧이어 생각이 난 듯, 눈이 동그래져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정수 아저씨?> <그래, 반갑다. 단비야>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단비에게 물었습니다.> <언니, 정수 아저씨, 아니 대표님은 저희 아빠의 제일 친한 친구세요. 저 어릴 때 많이 만난 적이 있어요>그때 대표님이 나에게 가까이 오시더니 내 두 손을 잡고, <김은경씨, 최종 합격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환하게 웃고 계셨습니다. 그 후, 단비는 대표님의 딸로 입양이 되었고, 나는 열심히 일해서 그 회사에 없어서는 아니 될 간부로 남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대표님의 딸이 된 단비와 친 자매처럼 지내며, 인생의 반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며, 오늘도 살아 계신 성령 하나님의 정확하신 인도하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끝까지 믿고 순종하는 자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공유리 아동은 경상북도 김천에 위치한 양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동의 부모는 항상 서로 갈등을 겪고 있었고, 유리는 아버지로부터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당했습니다. 부모의 학대로 인해 더 이상 양육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현 시설로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유리 아동은 2025년 현재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11살의 여자 아동입니다. 지적 장애 판정을 받아 초등학교 입학을 일년 늦추었습니다. 밝은 성격으로, 인사성이 좋아 시설 선생님들로 부터 귀여움을 받고 있습니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고, 춤추기와 노래 부르기를 좋아 합니다. 특별히 그림에 소질이 있어 미술 학원에 다니면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교민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은 유리 아동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 해 철 선교사 드림.

1437호 34면, 2025년 1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