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정의 시사칼럼] 서유럽의 이스라엘 부채의식 청산을 앞당기는 이란전쟁

이스라엘의 독주에 당혹스러운 서유럽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장대한분노’ 작전으로 이란을 전격 공격했다. 목표는 이란 정권 교체와 핵위협 제거였다. 2025년 6월 22일 ‘한밤의 망치’ 작전 당시만 해도 국제사회의 심각한 반발은 없었다. 서유럽은 사실상 ‘묵인’을 통해 공습을 지지했다.

그러나 7개월 만에 재개된 공격은 전례없는 규모였다. 사전연락 없이 미-이스라엘만 아는 전쟁이었다.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2천 개 이상의 군사표적이 파괴되며 이란의 재래식 전력은 무력화됐다. 서유럽 국가들의 반응은 매우 차가웠다. 더 나아가 서유럽 국가들은 이번 전쟁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국으로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이미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도 하루아침에 멈춰 섰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지속적인 공습과 이란 내 민간인,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 내에서 이제 “중동의 평화”을 헤치는 주요 악의 원천은 “이스라엘”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과거 변함없던 이스라엘 지지는 달라지고 있다.

맹목적 지지가 낳은 지정학적 비용

미국은 왜 중동정책에서 무조건적인 이스라엘 우선정책을 취하는가?

미국은 2025년 최소 24조 원 규모의 군사원조를 이스라엘에 지원했다. 이스라엘이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가 넘는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한 매우 이례적인 지원이다. 그 이유는 양국의 군사안보적 니즈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국가를 수립하였을 때만 해도 이스라엘이 미국에게 그렇게 중요한 국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1960년대를 거치면서 미소의 냉전구도 강화와 2000년대 아랍의 반미주의가 확대되면서 미국에게 있어 이스라엘은 친소련적이면서 아랍민족주의가 휩쓸고 있는 중동을 공략할 비책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실질적인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련에서 미국으로 그 협력국을 갈아타게 되었다.

미국의 이스라엘우선주의는 맹목적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및 총회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결의안을 제안할 때마다 독자적인 거부권 행사를 통해 이스라엘을 보호해왔다. 2023년 시카고의회가 발간한 국제관계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미국이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하여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45차례 이상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2025년 7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유혈사태를 조사한 유엔특별보고관(프란체스카 알바네제)은 이스라엘의 폭력을 “집단학살”로 평가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2025년 9월, 가자지구 내 기아확산 억제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요구를 담을 안보리 결의안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미국의 “맹목적 지지”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선제타격교리(베긴 독트린)를 정당화하며 1981년 이라크, 2007년 시리아, 2025년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생존을 위한 선제타격을 국제 규범보다 우선시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타도 이스라엘”을 외치는 아랍세력은 생존을 위협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를 넘어 “생사”를 건 사실상의 제거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타국의 주권을 무시한 주요인물 암살을 포함하여 주요 군사시설 파괴나 핵무기 시설 타격은 그들의 입장에서 당연한 자위권 행사로 간주되는 것이다. 국제법의 틀 위에 앉은 국가라는 측면에서 악의 축으로 지목되는 “러시아, 이란, 북한”과 다를 바 없는 나리라고 볼 수 있다.

소외된 유럽의 딜레마와 경제적 충격

중동정치에 있어 이스라엘과 미국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처럼 중동에서 서로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그 일방적이고도 전격적인 결합이 바로 2026년 2월말 발생한 미/이스라엘-이란전쟁인 것이다. 2025년 6월에 있었던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처럼 짧은 시간에 끝날 줄 알았던 이 무력충돌은 한 달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그 사이 전세계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모든 산업전반에 걸쳐 심각한 전쟁인플레를 경험하고 있다.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 두나라만의 야합으로 이루어졌으나 그 피해는 전지구적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불가피한 사태일까? 국제분쟁을 일으킨 국가는 당연히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과연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세계가 당하고 있는 유가상승 및 그로 인한 추가비용발생에 대해 책임질 것인가?

2025년 6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도 사전에 알았던 나라는 미국뿐이었다. 이란핵협상 참여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조차 직전에야 통보받았다. 그럼에도 유럽국가들은 “최대한의 자제”만 언급했고, 독일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2026년 2월 공격은 달랐다. 전황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자 미국이 나토 협조를 주문했고,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폴란드 등 포함한 나토 회원국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이 무력 침략은 역내 방어를 위한 나토의 집단안보개념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유럽 입장도 난처하다. 나토의 운영 구조상 전적으로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놓고 “노(NO)”라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70년 넘게 미국은 유럽에서 러시아를 막아주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미국과 이란핵협상을 함께 추진해왔던 주요 서유럽 리더국가들 입장에서 대서양동맹의 신뢰의 본질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서유럽의 이스라엘에 대한 부채의식 청산

더욱이 독일을 중심으로 서유럽국가들이 이스라엘에 가지고 있는 부채의식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중동무력사태는 서유럽이 가진 그간의 “유대인 부채의식”에 큰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독일은 홀로코스트로 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을 학살한 ‘도덕적 부채’를 무겁게 다루는 국가다. 1952년부터 약 850억 유로의 배상금을 지불하며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 전체 무기수입의 99%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도 비시정권 하 유대인 색출을 반성하며 이스라엘 핵개발사업을 지원한 바 있다. 그리고 영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씨앗을 뿌린 나라로 이스라엘이 관여된 분쟁에 있어 이스라엘 비난에 늘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2023년 가자사태 이후 레바논공격, 그리고 이란전쟁에 이르는 무력행사에 대해 서유럽국가들이 보낸 메시지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전쟁에서 민간인과 민간시설에 대한 과도한 무력행사를 반대하고 있다.

유럽시민이니셔티브(European Citizen Initiative, 이하 ECI)는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EU-이스라엘 연합협정(Association Agreement)를 전면중단할 것을 2026년 4월 EU집행위원회에 요청한 상태이다. 이 협정은 이스라엘에게 매우 중요한 협정으로 이스라엘의 제1의 교역상대국이 EU인 점(이스라엘 수입품의 46%, 수출품의 33% 차지, 2025년 기준) 그리고 이 협정을 통한 무역특혜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강력한 압력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멜로니총리는 2026년 4월 14일, 이스라엘과의 국방협정 연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국방에서는 이스라엘이 거의 99%를 미국과 독일에 의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타격이 크지는 않겠지만 특별한 이의가 없으면 자동갱신되는 조약의 연장을 중단시킨 것은 정치적 메시지가 크다.

독일은 2025년 8월 이후 이스라엘이 자자지구에 벌이고 있는 비인도주의적 행위에 자국 무기가 사용되는 것을 우려하여 각종 군사장비 수출을 더 이상 승인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스페인, 슬로베니아는 이스라엘과의 모든 무기거래을 금지시키고 있다. 프랑스는 레바논 관련 협상에서 전면배제되는 상황을 겪으며 이스라엘과는 실질적인 국방협력이 완전히 끊어진 상황이다.

유럽은 이번 이란전쟁을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전쟁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이 이스라엘에게 진 빚이 언제쯤 청산될지는 모르는 일이나, 이번 이란전쟁이 그 청산기일을 앞당긴 것은 분명하다. 공개적으로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저격할 수 없었던 서유럽에서도 이제 그 금기가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나라를 계속 봐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교포신문사는 2026년 3월부터 매월 넷째 주에 최수정 칼럼리스트의 ‘시사칼럼’을 게재한다.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현재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편집자주

1456호 14면, 2026년 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