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L 해금 앙상블, 제23회 쾰른 음악축제에서 45분간 단독무대 펼쳐
지난 2026년 6월 14일 일요일, 쾰른 Tanzbrunnen Open-Air-Bühne에서 열린 제23회 쾰른 음악축제에 K-YUL 해금 앙상블이 초청되어 무대에 올랐다. 이번 행사는 StadtMusikVerband Köln e. V.가 주관하였으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쾰른 지역의 여러 합창단, 앙상블, 오케스트라 및 음악 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전체 사회는 전문사회자 Jürgen Kablitz가 맡았고, K-YUL 해금 앙상블은 오후 4시부터 “Haegeum Ensemble K-YUL (Köln & Korea)”라는 이름으로 45분간 단독무대를 펼쳤다. 이 시간 동안 K-YUL은 한국 전통악기 해금의 소리와 한국적 정서, 그리고 세계 여러 청중이 공유할 수 있는 선율을 하나의 흐름 안에 엮어냈다.
K-YUL 해금 앙상블은 음악학자이자 예술감독인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노유경 단장의 지도 아래 쾰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해금 앙상블이다. 이날 무대에는 총 19명의 K-YUL 단원이 참여했으며, K-YUL 무대의 진행은 노율래 Aurelia von Blumröder가 맡았다.

이날 K-YUL은 한국 전통악기 해금을 중심에 두면서도, 한국 민요와 가곡, 영화음악, 드라마 음악, 독일어권 청중에게 친숙한 선율을 함께 엮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Over the Rainbow”, “Moon River”, 애니메이션 Inuyasha OST 중 “A Heart That Transcends Ages”와 “Destiny and Love”로 무대를 열었고, 이어 “Edelweiß”, “Die Loreley”, “Heidenröslein” 등 독일 관객들에게 익숙한 곡들을 해금의 음색으로 새롭게 들려주었다. 또한 “고향의 봄”, “아침이슬”, 영화 La La Land의 “City of Stars”, 드라마 Reply 1988의 “걱정 말아요 그대” 등이 이어졌다.
해금은 두 줄과 활, 그리고 연주자의 손끝에서 소리가 만들어지는 한국 전통 현악기이다. 고정된 지판이 없는 구조 때문에 음의 미세한 흔들림과 굴곡, 농현의 표현이 섬세하게 드러나며, 이러한 특성은 해금 소리에 한국 전통음악 특유의 긴장과 여백을 부여한다.
K-YUL의 이번 무대는 해금을 단순히 이국적인 악기로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곡과 곡 사이에는 짧은 설명이 곁들여졌고, 관객은 해금이라는 악기와 각 곡이 지닌 정서적•문화적 맥락을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날 무대는 단순한 연주회라기보다 짧은 해설이 함께한 작은 인문 콘서트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쾰른 음악축제를 찾은 일부 관객들에게 해금은 이날 처음 듣는 악기였다. 낯선 악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한 독일 관객이 K-YUL 단원을 찾아와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금의 소리가 긴 설명 이전에 먼저 청중에게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무대 위에서 특히 인상적인 순간은 관객의 자연스러운 반응 속에서 나타났다. “고향의 봄”과 “아침이슬”에서는 객석 일부가 노래의 정서를 함께 따라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 두 곡은 단순히 잘 알려진 노래가 아니라, 한국인의 시간 속에 오래 머물러 온 노래들이다. “고향의 봄”이 잃어버린 장소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낸다면, “아침이슬”은 한 시대의 기억과 목소리를 품고 있다. 해금의 선율 위에서 이 노래들이 다시 울렸을 때,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억의 통로가 열렸다.
또한 영화 La La Land의 “City of Stars”는 이날 프로그램 가운데 색다른 음악적 가능성을 보여준 곡이었다. 재즈풍의 선율과 엇박의 감칠맛이 해금 앙상블의 유연한 음색으로 이어지면서, 독일 관객들 가운데에는 어깨를 가볍게 움직이며 리듬에 반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통악기 해금이 한국 민요뿐 아니라 영화음악과 재즈적 감각까지 품어낼 수 있다는 점은, 이날 무대가 보여준 중요한 음악적 장면 가운데 하나였다.
현장 진행 시간상 준비했던 일부 아리랑 곡은 생략되었지만, 마지막에 남은 것은 오히려 가장 압축적인 한국의 소리였다. “새야 새야”에서 시작해 “도라지”를 지나 “아리랑”으로 이어지는 피날레 메들리는 단순한 곡의 배열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처와 노동, 그리움과 공동체의 기억이 한 줄기의 선율 안에서 서로를 밀고 당기는 시간이었다.
객석 어딘가에서 누군가 조용히 선율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을 때, 해금의 소리는 더 이상 무대 위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것은 듣는 사람의 안쪽으로 들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노래가 되었다.
K-YUL 해금 앙상블의 활동은 한국 전통음악을 독일 사회에 소개하는 일인 동시에, 한국 음악이 해외에서 어떻게 배우고, 이해되고, 다시 새로운 문화적 맥락 속에서 연주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적 사례이기도 하다.
단원들 가운데 다수는 독일 현지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학생 및 한국 음악 애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한국 음악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악기를 배우고 무대에 서며 문화교류의 한 장면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제23회 쾰른 음악축제 참가를 통해 K-YUL 해금 앙상블은 한국 전통음악이 독일 지역사회 안에서 어떻게 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해금의 소리는 낯설었을 수 있으나, 그 낯섦은 거리감이 아니라 새로운 청취의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음악은 때로 언어보다 먼저 도착한다.
K-YUL 해금 앙상블의 이번 무대는 한국 전통악기 해금이 쾰른의 지역 음악문화 안에서 하나의 살아 있는 목소리로 자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뜻깊은 시간이었다.
출연진
Birgitt, Clara, Conny, Debo, Irem, Kimberly, Kristina, Liam, Lisa, Lotte, Mira, Marco, Olyn, Nanja, Sawina, Sungeun, Viola, Yasemin, Nho-von Blumröder
기사, 사진 제공: K-YUL 해금 앙상블
1465호 13면, 2026년 7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