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됐습니다!

효린 강정희
(재독수필가, 시인, 소설가,
시조시인)

네 번째 대강절의 2022년 12월 18일 일요일인 오늘은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담임 목사님이 부임하시는 역사적인 날이다.

다른 주일날에 비해서 남편은 미리부터 옷을 차려입고 날 재촉했다. “여보, 새 담임 목사님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좀 빨리 갑시다.” 예배당에 들어서자 남자 신도회장이신 유병호 장로님께서 성도님 한 분 한 분을 이권행 목사님과 이미수 사모님께 소개하셨다. 내 차례가 되었다. “목사님, 반갑습니다. 제가 두 분을 한번 안아도 될까요?” 스스럼없이 두 분을 안은 난 “목사님, 사모님, 감사합니다. 이제는 됐습니다!”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 동안 청빙 과정을 통해 많은 어려움과 아픔으로 성실하게 슬픈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내게 오늘의 이 순간이 오색의 비눗방울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안방과 같은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예배당에 네 개의 빨강 촛불이 밝혀졌다. 단상(壇上)에는 두 개의 포인세티아 화분이 오늘따라 더 빨갛게 예쁘다. 포인세티아의 꽃말은 ‘뜨거운 마음으로 축하한다’인데 오늘 부임하신 이권행 목사님과 그의 가족을 반겨주는 듯했다.

거의 1년 동안 담임 목사님의 자리가 비었고 진흙의 찰기처럼 물러설 생각 없는 코로나19로 숨쉬기 편안한 세상을 꽃 편지처럼 기다리며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성도님들이 늘어나서 썰렁한 분위기였는데 모처럼 예배당은 온기로 가득 찼다.

그동안 갑자기 사임하신 이은표 목사님을 떠나보내고 부족한 믿음 앞에 야윈 속을 떨구고 가슴앓이하며 오로지 주님께 매달려 기도하는 성도님들의 모습은 애절하기도 했다. 주님은 우리의 가슴을 흔들어 깨워주시며 간절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드디어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제6대 이권행 담임 목사님이 사랑하는 그의 가족 이수미 사모님과 두 꼬마 아들 선준, 선율이와 함께 독일에 도착하셨다. 어쩜 우리에겐 성탄절의 큰 선물이 아닌가 싶다.

김정훈 전도사님의 인도로 주일예배가 시작되었다. 임세혁 집사님의 간절한 대표 기도와 언제나 예배의 꽃인 성가대의 우렁찬 찬양과 박지예 성도님의 플렛, 윤한나 사모님의 클라리넷, 변은정 님의 피아노 합동 연주는 감동이었다.

드디어 ‘기다림’이라는 주제로 이권행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목사님은 이미 2021년 11월에 독일 선교사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부르심을 받으셨는데 만 1년 만에 그 부르심이 기적적으로 이뤄졌다고 하셨다. 그 1년의 세월은 자신은 물론 우리에게도 인내와 연단(鍊鍛)의 시간이었다고 하셨다.

하나님의 임하심을 믿으며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애쓰심으로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와 씨앗을 아름답게 열매 맺기를 소망하며 1분의 설교를 위해서 1시간을 준비하신다는 목사님은 부족한 가운데도 주어진 환경에서 감사해하며 우리의 삶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끝까지 인내하고 기다리는 자의 소망을 담은 기도를 응답하신다며 “ DÜSSELDORF가 행복하게 하소서! 이 교회가 살아 역사하여 창립 50주년 귀한 사역에 쓰이기를 원합니다. 선한 인도하심이 충만하시기를 축복합니다. 철저히 순종하며 인도하여 주소서”로 설교를 마치셨다. 그의 단호한 의지와 각오는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깊고 확고한 신앙생활을 잘해 나가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영혼을 맡길 수 있는 주의 종이심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 주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며 구멍 뚫린 작은 가슴으로 자갈길, 가시밭길 한평생 걸어왔습니다. 양 볼에 자리 잡은 곧고 굵은 주름은 눈물보다 더 값진 자리매김입니다. 이제 우리는 속옷의 고무줄처럼 힘을 잃고 노안이든 병이 든 친구처럼 껴안고 살아야 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사랑은 나누는 것이라면 우리는 하나가 되어 행복은 합하는 것이리라 믿으며 서로를 감싸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평화가 뒤셀도르프 한인 교회에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이권행 목사님과 그의 가족에게 건강주시옵고 소임을 잘 감당하실 수 있도록 축복 내려주시옵소서!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난 벌써 목사님의 다음 설교가 기다려진다.

이제는 됐습니다!

가슴이 널을 뛰네 쏟아지네 기다림이
길 잃은 영혼들의 오색의 비눗방울
새로운 희망과 사랑, 한 아름으로 묶는

됐습니다, 됐습니다 이제는 됐습니다
부족한 믿음 앞에 모진 아픔 견디며
허세의 목쉰 바람이 빈 벽을 허뭅니다

두 분을 안으면서 울컥울컥 했습니다
위태롭고 불안했던 싸늘한 냉소 앞에
목 놓아 울고 싶었던 지난날이 서러워서

마음이 무너져도 견뎌야 하는 시간
구하고 기도하면 분명 채워 주신다는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암! 할 수 있고 말고요

인내와 사랑으로 가슴을 데우면서
세월을 등에 업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숙연한 역사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요

1296호 19면, 2022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