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 175

산업사를 통해 본 독일 10대 산업(4, 마지막회)

자동차, 기계, 철강, 전기 및 전자, 정밀기기, 광학, 화학, 제약, 해양, 철도, 항공, 우주, 바이오 및 유전공학 등 ‘Made in Germany’의 최상의 품질을 대표하는 독일 산업 분야에 대해 알아본다.

철도산업

독일 철도 산업은 175년 이상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 내 건설된 첫 철도 노선은 뉘른베르크(Nuernberg)에서 퓌르트(Fuerth)에 이르는 구간으로 1835년도 개설되었는데, 당시 영국 열차와 기관사가 투입되었다.

이는 독일 산업 개발을 위한 효시로 J.A. Maffai, Borsig Lokomotiv-Werke, Henschel & Sohn, HANOMAG, Hartmann, BMAG vorm. Louis Schwartzkopff, Krauss 등 다수의 기업이 철도 차량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1842년 독일 내 245대의 기관차 중 38대만이 독일제였으나, 1851년에는 1,084대의 기관차 중 679대가 독일제로 철로 수요도 점점 자국제품에 의해 충당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철도와 관련하여 고정자본의 투자가 이에 알맞은 금속공업의 발전을 가져온 것은 독일 경제사에 있어서 결정적인 의의를 가진다.

지멘스 슈커르트(Siemens-Schuckert)가 최초의 전기식 열차를 개발한 데 이어 1879년 지멘스와 할스케(Siemens&Halske)가 공사한 최초의 전기식 열차 노선이 운영되었고, 1881년에는 최초의 전철이 운행되었다. 1896년에는 동사가 개발한 지하철이 부다페스트로 수출되기에 이르렀고, 독일 내 최초의 지하철은 1902년 베를린에 개설되었다.

1933년에는 독일 엔지니어 켐퍼(Hermann Kemper), 일명 ‘트란스라피트(Transrapid)’로 불리는 자기부상열차(Magnetschwebebahn)를 개발하였는데, 1934년 특허를 취득하였다.

자기부상열차는 소음이 없고 높은 에너지 효율성으로 큰 주목을 끌었다. 독일은 이후 60년 대 개발에 착수하였고, 70년대 이후에도 수차례 테스트를 거쳤다. 1979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최초로 도입된 승객용 자기부상열차의 최대 속도는 75 km/h에 불과했으나, 1972년독일 만(MAN)사가 제작한 테스트 차량 EET 01이 401.3km/h를 달성한 이래 1999년 이래 최대 시속 500km/h를 넘어서며 높은 관심을 끌었으나 도입하는 데는 최종적으로 실패하였다.

이는 각계의 오랜 논쟁 끝에 기존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환경에 부담이 크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판단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자기부상열차는 현재 독일이 아닌 중국, 일본, 미국, 한국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독일 철도 산업은 현재 3대 대기업 – 알스톰(Alstom), 봄바르디어(Bombardier), 지멘스(Siemens)와 매우 광범위하게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납품 산업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일 내 철도 총 연장길이는 33,505km에 달한다. 아울러 이와 연계되어 있는 독일 물류산업은 연 매출 2,300억 유로로 유럽 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항공 및 우주산업

독일 항공·우주산업은 탄탄한 제조업 중심의 기계산업을 토대로 발달하였다. 1895년 독일 항공산업의 선구자 융커스(Hugo Junkers)가 설립한 ‘Junkers und Co. Warmwasser-Apparatefabrik’ 공장은 1915년 이래 비행기를 개발한데 이어, 1919년 최초의 금속제 여객기 ‘F13’을 생산하였다. 1899년 체펠린(Ferdinand von Zeppelin)은 자신의 이름을 딴 비행선‘Zeppelin’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현 자동차 대기업 BMW는 1916년 창립 당시 구스타프 오토 비행기공장(Flugmaschinenfabrik Gustav Otto, 1913년)에서 바이에른 비행기공장(Bayerische Flugzeug-Werke AG)으로 출발한 기업이기도 하다.

항공·우주산업은 독일 내 기술 성장 동력산업으로 정보시대의 주요 기간산업인 전자, 로봇기술, 정밀기기, 소재 및 측정기술 등의 모든 분야와 연계되어 있다. 아울러 동 분야 기술은 모바일 시스템이나 자동차 내비게이션, 라이브 중계, 화상회의를 비롯하여 환경 및 기후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비교적 규모는 작은 산업 분야이나 전략적으로 중요성이 크다. 또한 항공·우주산업은 유럽 차원의 협력 프로그램을 통한 산업체간 협력에도 기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독일항공우주센터(DLR: Deutsches Zentrum für Luft-und Raumfahrt)를 운영 중으로, 대내·대외협력 하에 항공우주 관련 기초연구에서 미래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은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수요가 2030년까지 현 시점 대비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관계로 향후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현재 수출 비중은 70%에 이른다

바이오 및 유전공학

바이오 기술은 어느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한 기술로 신약 개발에서 새로운 화초 재배나, 세제, 화장품과 같은 일상용품 개발에도 활용된다. 독일 내 바이오산업 기업은 총 590개사(2015년)로 수년 전부터 유럽 내 최대 수준이다.

바이오 기업의 대다수는 의료용 바이오 분야 기업이며, 오늘날 바이오 및 유전공학 없이는 신약 연구 및 개발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대다수 독일 바이오 기업은 신 의약품이나 진단시약, 백신 등의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바이오 의약품은 총 독일 제약시장 내 22.9%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바이오 의약품 제조규모는 전 세계 2위, 유럽 내 1위로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편, 산업용 바이오기술 분야에서는 효소개발이나 새로운 바이오 소재 또는 바이오 생산공정 개발에 대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친환경 기법 및 제품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울러 바이오 화학소재나 기존의 플라스틱 대체 소재 또는 생산과정에서 효소와 미생물 투입 또는 유해소재 감축 등과 관련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산업용 바이오 기술은 이를 활용한 식품, 제지,섬유 산업 내에도 이점이 동반되므로 미래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미래 산업인 동시에 부가가치 창출이 높은 분야로 손꼽힌다.

1350호 29면, 2024년 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