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II
왜 이렇게 불편할까? –성소수자(동성애자) 이야기 ①
다양함과 개별성이 강조되는 시대를 살면서도, 대개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대부분은 우리에게 의식되지도 못한 채 외면당하고 있는데, 이런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있다.
문화사업단에서는 장애인과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영화와 함께 살펴본 이전 연재에 이어, 이번 호부터는 성소수자 문제와 종교와 양심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소수자들의 삶을 표현한 영화를 소개하고, 이들의 삶을 돌아보도록 한다.
2013년은 세계 동성애자들에게 기념비적인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뜨거운 논란 속에 프랑스가 동성결혼 합법화 대열에 합류했고, 뒤이어 영국 의회도 동성결혼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결혼보호법(DOMA)에 위헌판결을 내려 동성부부가 이성부부와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한다고 확인했다.
이성애자에게 결혼이 선택사항인 것과 마찬가지로, 결혼에 관심 없는 동성애자도 많지만 사회가 법으로서 동성애자들을 동등하게 인식하고 대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비혼 동성애자들에게도 분명 환영할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사회의 ‘동성애자’의 현실은 어떤가?
드라마-영화의 흥행을 위해 동성애코드로 이용되거나, 혹은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 장려법’으로 둔갑하여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사이, 정작 진짜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결혼은 커녕 현수막하나 마음대로 걸지 못하는게 한국 성소수자들의 현실이다.
성적 소수자 운동의 역사가 오랜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의 성적 소수자 인권 현실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 국회에선 동성애자 등에 대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처리가 지지부진하다.
동성애, 성적 소수자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 내 친지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 때문에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자매라면 문제는 다르다.
성소수자들의 존재성을 철저히 부정한다면, 그것은 그/녀들을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유엔인권규약에서도 혐오나 전쟁선동은 표현의 자유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2013년 한국의 동성애 혐오에 우려를 표하고 동성애에 대한 평등과 관용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반 총장은 “끔찍한 인권침해로 인해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LGBT) 등 기존의 성규범에는 들어맞지 않는 학생들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잃게 된다”며 “이는 세계인권선언에 담겨있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관용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국가 기관이 오히려 문제의 한 부분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며 “76개 국가에서 아직도 성인인 동성간의 합의된 사적인 관계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저의 모국,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성애는 대개 금기시되고 있다”며 “LGBT 청 소년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온전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며,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두번의 결혼과 한 번의 장례식
동성 커플의 이야기를 사랑스럽고 발랄한 시선으로 다뤄온 김조광수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두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이 지난해 개봉되어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으며 한국사회에서의 동성애자 문제를 다시 한 번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
게이와 레즈비언의 위장결혼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재기 발랄한 이야기로 그린 영화 ‘두결한장’은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과 캐릭터별 상황을 진솔하게 그려내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극영화 관객인기상과 아트레온상을 휩쓸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이 민수(김동윤 분)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 분). 같은 병원의 동료의사인 민수와 효진은 서로의 간절한 소망을 위해 잠시 위장결혼을 하기로 한다. 밖에선 완벽한 신혼부부이지만 옆집에 꽁꽁 숨겨둔 각자의 애인과 이중 신혼 생활을 즐기는 두 사람. 하지만 예고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치는 민수의 부모님과 두 집 살림 때문에 위장결혼은 물론 사랑까지도 위태로워지기 시작한다.
결혼 적령기의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 대신 위장결혼을 선택한다는 엉뚱한 설정과 현실적인 고민들을 담은 영화 ‘두결한장’. 국내 최초, 유일의 게이 코러스인 G-VOICE 단 원들과 배우들이 함께 만드는 공연 장면은 이 영화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명장면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의도적으로 영화를 대중적으로 만들고 내용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하는 것으로 했다고 하면서, 동성애자의 삶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감독 자신이 게이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은 올해 6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실크 스크린 필름 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실크 스크린 필름 페스티벌은 지난 2006년 5월 아시아-아메리칸 영화제로 처음 시작했으며 아시아와 아시안-아메리칸 영화들을 통해 다양성을 즐기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영화제다.
영화제측은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전반적인 인식 가운데 이들에 대한 인식에 전환 뿐 아니라 동성애자들 스스로 어떻게 사랑할지, 또 다른 이들이 그들을 어떻게 볼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었다”고 수상이유를 밝혔다.
1263호 23면, 2022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