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서포터즈의 유럽지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각국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 대해 민간차원의 우호적인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의 모든 동포들이 한마음으로 성공적인 유치를 기원합니다.
이렇듯 재외동포들의 고국사랑은 매우 깊습니다. 이런 감정은 종종 한국 문화재를 외국에서 발견할 때 더욱 강렬합니다.
폴란드 등 중유럽에 한국 문화유산 많아…전수조사 등 통해 한국 유산 제대로 알려야
금년 5월 제가 폴란드 지부장을 맡은 국회등록 비영리단체 ‘문화유산회복재단’의 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폴란드 등 중유럽국가에 한국 문화유산이 많이 있고 적지 않은 한국 유산이 중국이나 일본의 것으로 잘못 분류돼 있었습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폴란드 소재 우리 문화재 수가 44점이라고 발표한 것과 수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중유럽국가들의 박물관, 도서관들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연구하는 것을 시급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유럽국가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전수조사 후 한국전시실을 마련해 한국 유산을 제대로 알려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단체 그리고 재외동포 네트워크가 서로 협력해 진행하기를 기대합니다.
러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문화계 비상…한국, 재건사업뿐 아니라 문화적 지원도 역할하길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지원 및 재건사업에 많은 한국기업들의 지원과 참여를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특히 문화적인 지원과 교류에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문화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러시아군의 포화·약탈로부터 우크라이나의 귀중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 박물관과 미술관은 소장품을 지하로 대피시켰고 예술인들은 동료 예술가들의 작품을 안전한 곳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세가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문화재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침공으로부터 문화재를 지켜내기 위해 동상에 모래주머니를 쌓은 우크라이나의 모습
문화유산을 목표로 공격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합니다. 유네스코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종교 건축물 70곳, 역사적 건물 30곳, 문화적 장소 18곳, 기념물 15곳, 박물관 12곳, 도서관 7곳 등 모두 152곳의 우크라이나 문화유적이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됐다고 합니다.
폴란드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문화유산을 잃어버렸습니다. 1918년 123년 만에 독립을 찾은 폴란드가 첫 번째로 한 것은 ‘쇼팽 기념비’를 세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치 독일은 바르샤바를 점령하고 난 후 쇼팽 기념비를 곧바로 폭파했습니다.
기념비의 잔해는 모두 수거돼 주조 공장에서 녹여졌고, 나아가 나치 독일은 쇼팽 곡의 연주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쇼팽이 갖는 민족적 상징성을 잘 알고 있었던 나치 독일은 쇼팽 기념비 파괴가 폴란드인의 용기를 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바르샤바가 85% 이상 파괴돼 막대한 피해를 본 폴란드는 전쟁 후 바르샤바 시내 중심부에 ‘쇼팽 기념비’도 원래의 모습대로 다시 세웠습니다.
폴란드 국립박물관에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인상적인 공간이 있습니다. 박물관 내부벽에 텅빈 프레임들을 걸어 놓고 해외로 유출된 문화유산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문화유산에 ‘푸른방패(Blue Shield International/국제푸른방패)’ 엠블럼을 부착하는 등 러시아군이 식별할 수 있는 표식을 남기는 문화재 보존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푸른방패 표식은 전쟁으로 인한 문화유산의 훼손과 파괴를 방지하고자 ‘무력 충돌 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협약’(1954)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이 표식이 붙은 지역은 국제법상 포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30개 국가의 국가위원회가 전쟁을 비롯한 자연재해, 화재, 방화, 테러리즘 등으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국제적 활동을 펼치고 있고. ‘문화적십자(Red Cross of Culture)’라는 별칭으로 그 역할과 규모는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국가 90% 문화유산 빼앗긴 경험, 한국, 주도적으로 문화선진국 역할 담당할 때
최근 국제사회는 문화유산 반환 운동에 우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아프리카나 중동부 유럽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영향력을 키우니,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문화재를 뺏긴 나라들과 화해를 시도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어로 Kulturguter(영어의 Cultural Properties)로 쓰는 문화재는 그 정신적 가치와 시각적, 음향적으로 표현하는 심미적 가치가 독특하고 주체성을 보존하는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에 해당 문화재를 창조해낸 민족뿐만 아니라 온 인류에게 중요합니다. 문화재는 넓은 의미에서 인종적 또는 국민적인 체질의 본질을 표현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문화재라는 말보다는 ‘문화유산’이라는 말을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90% 이상의 국가들이 소중한 유산을 강대국들에게 빼앗긴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국제사회에 문화유산의 공동연구, 전시를 제안하고 원래 있었던 곳으로 환수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국제사회에서 문화강국으로의 위상을 높이고 문화선진국의 역할을 담당할 때가 충분히 됐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을 기대합니다.
남종석 (문화유산회복재단 폴란드지부장)
1324호 19면, 2023년 7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