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에세이]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 향상 가능해

현대인은 종종 어떤 상황에 대한 자신의 감정 및 상태를 ‘스트레스’라는 단어로 일축한다. 대다수는 맞닥뜨린 외부 환경이 자신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거나 실제로 자극이 됐을 때 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 사실 이 상황에 적당한 단어들이 많지만, 이미 사회적 언어로 자리매김한 ‘스트레스’는 곧 부정적 기운을 대체하기도 한다.

유스트레스와 디스트레스, 모두 생리적 반응과 두뇌패턴 활성화 불러와

스트레스(stress)의 어원은 ‘팽팽하게 죄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스트링게르(stringer)로 알려져 있다. 20세기 들어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가 인체와의 상관관계로 확장되면서 개인에게 부담을 주는 정신적, 육체적 자극이나 변화에 대한 개인의 신체·정신·행동적 반응을 의미하게 되었다.

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 함의에 더 비중을 두고 사용하지만, 스트레스라는 개념을 의학적으로 처음 사용한 캐나다의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는 이 자극과 반응이 사람에게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유스트레스(Eustress)’는 ‘좋은 스트레스’라고도 한다. 사람의 뇌는 외부 자극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준비를 하는데, 이 때 활성화된 교감신경이 사람을 각성시켜 활력과 정서적 탄력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스트레스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디스트레스(Distress)’는 정신적, 사회적, 영적, 신체적 등 다차원적으로 느끼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의미한다. 그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흔히 저조한 수행이나 실패 등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그래서 일부 디스트레스 원인에 대해서는 국가나 사회가 개입해 평가·관리하는데, 암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에 대한 디스트레스 관리가 대표적이다.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는 1999년부터 디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암 케어의 새로운 접근으로 활용,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암환자의 심리사회적 개입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2009년에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디스트레스 관리 권고안’이 개발돼 대형 암 치료 병원을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다.

좋은 스트레스로 유도하는 방법 찾아야, 좋은 스트레스는 정서적 탄력 높여

유스트레스와 디스트레스는 사람마다 상이한 정서와 생리적 반응, 두뇌패턴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개인의 지각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기술이 부족하면 결국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져 부정적인 영향에 더 자주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 자극으로 바꾸는 방법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애초에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코르티솔 호르몬이 신체 활력과 면역령을 증가시켜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과 자신에게 잘 맞는 휴식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날리는 휴식, 청각과 미각을 이용

미국 뉴욕대학교 생의학공학연구진은 음악과 커피가 정서적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되는 전기 전도도를 낮추는 데 영향을 주었다는 연구결과를 Nature 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책임연구원인 로즈 파기히(Rose Faghih) NYU 생의학공학부 교수와 연구팀이 MINDWATCH을 가지고 지속 진행중인 피부전기전도도 측정 프로젝트의 후속이며, 큰 틀에서는 스트레스와 뇌 인지활동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MINDWATCH는 다차원 뇌 상태를 디코딩하는 폐쇄 루프 웨어러블 아키텍처로 같은 연구팀이 6년의 기간을 거쳐 개발했다. 이후 연구팀은 지난해부터 피부전기활동(EDA)을 모니터링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뇌 활동을 분석해 왔다. 이번 MINDWATCH 연구는 피험자에게 청각, 후각, 미각 자극을 주고 정서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땀 반응, 피부전기전도도를 측정한 것이다.

연구팀은 각각의 자극이 뇌를 각성시키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자극 촉매제를 활용했다. MINDWATCH 손목 밴드와 뇌 모니터링 헤드밴드를 착용한 피험자는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향수 냄새를 맡은 후 인지 테스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커피, 음악, 향수 순으로 인지 활성화 효과가 나타났으며, 향수의 효과가 가장 미미했다. 특히 연구팀은 피험자에게 친숙하고 활기찬 음악, 편안한 음악, 피험자의 취향을 반영한 AI 생성 음악 등 세 가지 유형의 음악을 제공했는데, 그 중 첫 번째 ‘친숙하고 활기찬 음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 음악은 커피와 유사한 수준으로 최고의 인지 능력과 관련된 ‘베타밴드(beta band)’ 뇌파 활동의 증가를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기히 교수는 ‘여기스-도슨 법칙(Yerkes-Dodson)’을 인용해 인지수행 능력과 뇌 각성 상태 간의 상관관계와 최적의 각성 상태 범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스-도슨 법칙은 사람의 인지 수행 수준이 ‘역U자형’ 관계에 따라 변하는 것을 설명한다. 즉, 적당한 외부 자극이나 스트레스가 오히려 뇌를 자극시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를 종합하면서 파기시 교수는 음악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은 분명히 직장이나 학교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두뇌상태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일상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원활하게 모니터링 하고, 이를 변환시키는 매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330호 22면, 2023년 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