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 /149 – 유럽의 도자기(4)

본차이나의 웨지우드

식생활 도구의 한 범주 속에서 흔히 ‘그릇’이라 불렸던 도자기는 거기에 인간의 예술적 혼이 더해져 예술과 문화로 꽃피우게 된다.
한 민족의 정신과 사회적인 정서는 흙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되기 때문에 한 나라의 예술성과 감수성, 세련미를 알아보려면 그 나라에서 구워 낸 도자기를 척도로 짐작할 수가 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도기와 자기의 구분 없이 일반적으로 도자기라는 용어로 통칭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도기를 뜻하는 ‘Keramik’과 자기를 뜻하는 ‘Porzellan’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고 혼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문화사업단에서는 먼저 도자기에 대한 일반을 살펴보고, 이후 유럽의 대표적 도자기인 마이센도자기, 본 차이나의 웨지우드, 네덜란드의 델프트 도자기, 덴마크의 로얄 코펜하겐 그리고 독일의 빌렌로이 보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오늘날까지 전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본 차이나는 세계 본차이나 생산 1위 업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영국 도자기의 자존심 웨지우드사의 것이다. 이 회사는 1812년 본 차이나를 처음 개발하여 웨지우드만의 독특한 흰색과 반투명성, 견고한 강도 등으로 예술적 가치뿐 아니라 실용성도 뛰어난 고급 도자기를 생산해오고 있다.

웨지우드는 1759년 조지아 웨지우드 (Josiah wedgwood)에 의해 설립되었다. 조지아 웨지우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맏형 토마스의 견습공으로 일하게 되었다. 도제 계약을 맺고 맏형 밑에서 10여 년 간 도예 기술을 배웠지만, 잦은 병치레로 주로 판매를 주관하는 부서에서 일해야만 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가 1759년 사업을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는 12살에 천연두에 걸려 오른쪽 다리가 마비되었고, 이것은 그를 단순제작보다 본질적이고 창작적인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만들었고, 독서와 도예에 관한 연구 및 조사에 전념하게 된다. 이 시기에 쓰인 그의 실험 기록은 약호로 기록되어 있어 비법들은 그만의 것으로 남게 되었다.

이 시기에 개발한 녹색유와 노란유는 그의 회사를 창립하는 확고한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당시의 시대적 흐름에 앞서는 혜안을 가진 이 역사적 인물은 단순히 도자기 제조업자만이 아닌 사업가로 유례없는 업적을 남겼다.

그는 근대의 공장체제도 일신했는데, 기존의 장인들이 모든 과정을 전담했던 방식을 버리고 세부공정의 분화를 통한 분업화추진과 일정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라이별 작업양 할당 등 생산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춰 많은 수익을 거두는 구조를 만들었다. 웨지우드는 다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도 개성적인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대량생산을 통한 이윤과 독창적인 개성을 통한 소수자들 만족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충족시키게 된다.

조지아 웨지우드의 업적은 거대하고도 다양하다. 그의 도자기는 특히 유럽의 신흥 부르주아 계급의 호감을 샀으며 자기와 파이앙스 공장들은 그와의 경쟁으로 심한 타격을 받았다. 살아 남은 공장들은 크림색 도기 제조로 주 생산품종을 바꾸었다. 심지어 프랑스의 세브르와 독일 마이센에 있는 큰 공장도 타격을 입었다. 재스퍼 웨어는 세브르에서 초벌구이된 자기(磁器) 형태로 모방되었고 마이센에서는 웨지우다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유약 입힌 제품을 생산했다. 웨지우드의 크림색 도기가 인기 있었다는 증거는 1774년 러시아 제국의 예카테리나 여제를 위해 952개의 많은 양의 식기 세트가 만들어졌다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도기를 굽는 가마의 온도를 측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고온 온도측정 장치인 고온계를 발명했고 그 공적을 인정받아 영국 학술원 회원으로 위촉되었다. 이외에도 증기 동력의 사용, 운하에 의한 원료와 제품의 수송, 공장의 노동 관리, 원가 계산의 창시, 국내외 새 시장의 개척 등 경영관리측면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혁신을 가져왔다. 또한 그는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신생국가에 필요한 다양한 건축설계 등 디자인을 보내는 등 미국의 혁명투쟁에도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웨지우드사의 도자기는 영국의 홍차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일례로 1949년에는 영국의 여류 작가, 베아트리스 포터의 창작 그림책의 등장인물에 웨지우드의 테이블 웨어가 등장하게 되며, 베아트리스 포터 그림책의 동화 주인공으로 한 테이블 웨어와 새로운 홍차 브랜드를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2006년에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유명한 베라왕이 디자인을 제공하고 라이선스를 주어 OEM 방식으로 베라왕 홈 컬렉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제품과 컬렉션을 가지고 있어 전세계 마니아들의 수집 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티 웨어 컬렉션으로는 할리퀸, 퀸 오브 하트, 폴카 도트 티 스토라, 플로렌틴 시리즈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 받는 것은 플로렌틴 (Florentine)컬렉션은 현대의 기술로도 표현하기 힘든 고난이도의 기법으로, 3일 이상 4명의 웨지우드에서도 가장 뛰어난 숙련자들의 손을 거쳐 직접 채색 작업을 한다고 한다.

1987년 아일랜드 크리스탈업체인 워터퍼드 크리스탈과 합병해 워터퍼드 웨지우드가된 이후,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워터퍼드 크리스털, 웨지우드, 로열 덜튼, 독일의 로젠탈(웨지우드가 대주주였음)등 도자기 및 유리잔 명품 브랜드를 소유했었다. 하지만 이 250년 명성의 웨지우드가 2009년 금융 위기로 4억5,000만유로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청산절차에 들어가 영국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후 미국의 KPS Capital Partners에 팔려 WWRD Holding – (Waterford Wedgwood Royal Doulton)로 개편되었다.

현재 웨지우드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전통과 현대를 이어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테이블 웨어외에 기프트웨어, 홍차 등 다양한 부문에서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도자기 기술력, 디자이너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1352호 23면, 2024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