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 / 153

“세상 일에 답답함을 느끼면 하늘을 보라”는 말이 있듯이 하늘(어밀한 의미에서는 우주)은 우리에게 미지의 대상이자, 좁은 시야를 벗어나 보다 근원적이고, 본질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대상이다.

문화사업단에서는 일상사를 벗어나 모든 만물의 근원인 우주를 살펴보며 잠시나마 밤하늘의 별을 세는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 보고자한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우리가 사는 우주의 시작을 ‘빅뱅’이라고 생각한다.

빅뱅(Big Bang 대폭발)은 천문학 또는 물리학에서, 우주의 처음을 설명하는 우주론 모형으로,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작은 물질과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의 거대한 폭발을 통해 우주가 되었다고 보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폭발에 앞서, 오늘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작은 점에 갇혀 있었다. 우주 시간 0초의 폭발 순간에 그 작은 점으로부터 물질과 에너지가 폭발하여 서로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 이론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에드윈 허블의 관측을 근거로 하고 있다.

또한 그는 은하의 이동 속도가 지구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는 은하가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빠르게 멀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어떻게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어떻게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우주가 점점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꾸로 뒤집으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우리 우주는 점차 작아질 것이다. 꽃이 피는 장면을 찍은 필름을 거꾸로 돌리면 꽃봉오리가 다시 오므라지고 돋았던 싹이 땅 속으로 들어가 버리듯이 팽창하는 우주 역시 거꾸로 돌린다면 차츰 축소되어 마침내는 우주가 아주 작은 하나의 덩어리가 될 것이다. 그 덩어리는 다시 작아지고 작아져서 하나의 점이 되고 언젠가는 우리 우주 즉 그 점이 처음 탄생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우주는 처음부터 줄곧 있어 온 것이 아니라 갓난아기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듯이 아득히 먼 어느 날 처음 태어나서 오늘날까지 팽창을 계속해 온 것이 아닐까? 바로 이러한 의문들이 ‘빅뱅’ 즉 대폭발 이론을 탄생하게 만들었다.

빅뱅이론은 현재 우주모델의 표준이 되는 것으로 상당히 강력한 과학적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모습을 가진 빅뱅 이론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다. 이 이론의 주창자는 아인슈타인과 당대의 유명한 수학자 드 지터이었다. 이 이론이 학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1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17년이었다.

이들이 처음 해낸 일이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휘어진 4차원 공간, 즉 리만(Rieman)공간이 그 안에 물질이 존재할 때 시간에 따라 어떻게 진화하는가를 살펴본 것이다. 이러한 공간의 시간적 진화는 이들이 만들어 낸 우주 방정식의 수학적 답을 구함으로써 알 수 있게 된다. 우주 방정식의 답이란 우리 우주의 시·공간적 진화를 보여 준다는 물리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힘겹게 도출해 낸 답은 엉뚱한 결론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주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수축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우주의 속성을 아인슈타인과 드 지터는 전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들이 인식했던, 그리고 틀림없이 옳다고 믿었던 우주의 모습이란 어제도 내일도 똑같은 모습을 지닌 그러한 영 불멸의 우주다.

결국 크게 실망한 그들은 원래의 우주 방정식에, 수학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으나 물리적으로는 다른 의미를 잉태할 수 있는, 새로운 항을 끼워 넣게 된다. 이렇게 도입된 항이 바로 그 유면한 ‘우주 상수항’이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새로운 우주 방정식의 답은 팽창 또는 수축하려는 속성이 없는, 그들이 처음에 원했던 형태의 우주를 보여 주었다.

그로부터 3년 후 아인슈타인은 러시아에서 온 이상한 편지를 받았다. 발신인은 서방학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33세의 알렉산더 프리드만이라는 인물이다. 그가 쓴 편지의 내용은 과감하게도 아인슈타인과 드 지터가 잘못된 방법으로 답을 구해, 잘못된 물리적 해석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우주 방정식 자체가 여러 답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우주는 팽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그러한 우주 팽창의 정확한 물리적 속성을 아주 쉬운 예를 들어 설명했다. 프리드만이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생각해 보니 당신이 맞는 것 같다.”라는 (약간)불만 섞인 회신을 받는 데에는 2년여 의 세월이 걸렸다.

프리드만이 팽창 우주 이론을 밝힌 지 2년 후인 1924년, 미국 팔로마 산 천문대에서 일하던 미국인 허블은 멀리 있는 은하가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더 빨리 지구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또한 지구로부터 은하들이 이탈하는 속도 역시 프리드만 방정식이 주는 이론적 예견치를 그대로 따르고 있음도 확인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우주론에서 유명한 ‘허블의 법칙’으로 프리드만이 주장한 팽창 우주의 속성을 관측적으로 입증한 사건이다.

우리가 사는 우주가 영원한 팽창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최후의 대수축을 통한 소멸의 과정을 겪을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관측 자료가 풍부하지 않으므로 현재 우리가 사는 우주가 궁극에 가서 수축 소멸해 버릴지, 또는 영원히 팽창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1356호 23면, 2024년 3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