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 / 157 – 유럽 건축의 역사를 둘러보다 2

독일과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양한 건축 양식이다. 한국에서는 궁궐이나, 사찰 등의 문화유적은 그 건축 양식이 각기 일정한 데 반해, 독일과 유럽의 교회나, 궁전, 대저택의 건축 양식들은 그 건축 시기에 따라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특별히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문화사업단에서는 다양한 유럽 건축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그 기초가 된 고대 그리스, 로마의 건축을 살펴보고, 이후 이른바,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로코코’ 양식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건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중세는 건축의 시대다. 기독교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던 시기에 회화나 조각은 우상 금지의 계율로 인해 위축된 반면, 건축은 신의 영광을 기리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으로 축복받았다. 교회의 건축은 독실한 신앙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군주나 영주의 위세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근대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17세기 이전의 유럽 교회의 건축물들은 로마네스크양식에서 또는 고딕양식으로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들은 두꺼운 벽과 육중한 반원형의 아치를 가진 건물들이 많으며 대표적으로 피사의 사탑과 세례당처럼 원형이나 다각형 돔을 가진 건물을 로마네스크 스타일이라고 한다. 건물이 투박하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로마 스타일의 아치를 많이 사용하였고 건축술이 아직 발전되지 못해, 벽이 두껍고 교회의 건축 양식이 완성되지 않아 다양한 건축물의 양식을 보여준다.

고딕양식으 건축물들은 로마네스크 보다 발전된 석조 건축 양식이며 뾰쪽한 아치를 가진 창문과 건물 밖으로 튀어나온 지지대(Flying Buttress), 리브 볼트(Rib vault, 아치 형태의 천장)등이 특징이며 뾰쪽한 첨탑을 가지고 있다. 고딕 양식은 12세기, 오늘날 프랑스와 독일 지역에서 발전하여 아찔한 높이와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 그리고 기하학적인 건물로서 건축의 발전을 몇 세대 끌어올린 정교한 건축 양식이다

로마네스크양식

로마네스크(Romanesque)는 로마(Roman)와 양식을 의미하는 Esque의 합성어이다. 보통 6세기에서 11세기경 유럽 중세의 건축양식을 의미하며, 로마를 지칭하는 것과 같이 로마 지역에서 유행했던 건축양식과 매우 유사한 느낌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의미하기도 한다.

외관에서 보이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로마식 반원형의 구조물이다. 종탑과 같이 건축물 구조에서 높게 뻗어 나온 지붕 등이 반원형을 이루며, 창문과 문 역시 아치형을 그리고 있다.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은 원통형 볼트와 교체 볼트로 구성되어 그리스 로마의 신전 등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쟁이 많은 유럽 중세시대에 유행했기 때문에 벽이 매우 두껍고, 창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기둥의 크기도 매우 굵어 천장의 무거운 구조물들을 지탱하는데 유리하다.

모든 건물은 명확히 정의된 형태를 가지고 상당수가 규칙적이고 대칭적인 평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외관은 그 뒤를 잇는 고딕 건축에 비교하면 단조로워 보인다. 이 양식은 지역적 특징과 다른 재료들에도 불구하고, 유럽 전역에 잘 알려져 있다.

고딕양식은 중세의 대표적인 양식이라서 종교적인 성향이 강한데 로마네스크는 그런 경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양식이라서 인간과 이성, 자연의 고대를 지나 신비의 세계, 신앙의 세계를 드러내고자 하는 특색을 가진다.

또한 로마네스크 양식은 역사적인 배경 이야기도 재미있다.

로마 제국 콘스탄티누스 1세 시대에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이후 성당으로 널리 쓰이던 건물의 양식이 바실리카인데, 로마 제국이 동쪽으로 후퇴 후 게르만족 등의 이민족들이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며 바실리카 건축물 받아들여 발전시킨 것이 로마네스크이다.

성당에 주로 쓰인 양식임에도 돌로 만든 성채를 연상시킬 정도로 건물이 육중한 돌로 쌓아진 것이 특징이다. 창이 작으며, 건축물의 높이가 낮고 둥근 아치와 천장, 탑과 같은 요소를 많이 사용하였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유럽을 차지한 게르만족 중 서게르만족의한 분파인 프랑크족이 크게 세력을 확장하게 되고, 이에 로마 교황이 프랑크왕국의 칼 대제에게 신성 로마제국의 왕관을 씌워주고, 로마의 문화를 배운 샤를마뉴 대제가 로마 재국의 재건을 꿈꾸면서 본격적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이 도입되기 시작한다. 특히 교회 건축물을 중심으로 확산됐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주로 종교시설에 로마네스크 양식이 남아있다.

트리어 대성당

로마네스크 양식은 종래의 바실리카 양식과 달리 중세 성당의 전형적인 십자가 형태의 구조와 지하 무덤이 등장했고, 십자가 형태의 구조로 동향구조와 서향구조가 나타났다. 특히 서향구조는 성당이 커지면서 경당, 부속 제대, 지성소, 통로, 탑, 종루 등 새로운 공간이 생겨났다.

1층에는 천정이 낮은 현관, 2층에는 남북 또는 서남북쪽에 트리뷴이 달린 측랑을 두르고 신랑을 향해 개방된 넓은 간을 설치한다. 넓은 간은 원칙상 제단을 한개 배치한다, 넓은 간 위에는 탑(채광탑 또는 종탑)을 세우나, 그 앞면 양쪽에 계단탑을 설치하여 세 개의 탑을 나란히 세우는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목조로 이루어진 박공(ㅅ형의 간단한 지붕)형 지붕을 로마식의 석조천장이었던 볼트(둥근 아치형 천장)로 바꾸게 되며, 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외벽에 덧댄 기둥(버트레스)를 설치하고 외관에 더 많은 종교적 장식물을 설치하게 된다.

고딕 성당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벽과 창문, 그리고 천장을 보는 것이다. 고딕은 로마네스크에서 더욱 진보되어 큰 면적을 가진 스테인드 글라스와 더 얇은 벽, 그리고 X자의 리브(뼈대)를 가진 천장을 볼 수 있다. 반면 로마네스크는 효율적인 구조를 가지지 못해서 벽이 두껍고, 창이 작으며, 천장도 둥근 볼트로만 이루어져 있다.

다음 호에서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1360호 23면, 2024년 4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