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 한의사의 건강 칼럼(85)

나는 어떤 茶(차)를 마셔야 될까? ⑫

이번 호에는오행 차와는 달리 국민 병이라 할 수 있는 고혈압과 당뇨병에 좋은 차로 소개할까 한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당뇨도 같이 가지고 있다. 한방에서는 고혈압과 당뇨는 다른 원인도 있지만 보통 腎陰虛(신음허)에 원인을 둔다.

고혈압은 말 그대로 저혈압의 반대 성질을 지닌다. 하지만 高(고)와 低(저)의 상반된 두 언어의 의미를 질병에 대한 해석은 같이 한다. 의학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저혈압이 곧 고혈압이라는 말은 고혈압의 원인이 저혈압일 수가 있다는 말이다. 독자들도 저혈압이 갑자기 고혈압으로 변하는데 그렇다고 저혈압이 없어지지는 않는 것들 보아왔으리라 믿는다.

저혈압은 심장의 영향을 받아 기가 허약해서 오는 현상이다. 손발이 저리거나 몸이 차고 허리, 어깨, 무릎 등이 시큰거리며 아프거나 가끔 빈혈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까닭은 혈의 운행을 주관하는 심장의 힘이 부족하니 당연이 혈액순환이 손, 발끝까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고혈압으로 변하게 될까? 이유는 간단하다. 심장은 곧 火다, 火는 절대적으로 水인 신장과 조화를 잘 이루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면 약해진 心氣(심기)가 火를 아래로 보내주지 못하니 사지가 찰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한방에서 이해하는 陰虛(음허)증상인데 지켜져야 될 水昇火降(수승화강)조화가 깨져 찬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고 더운 기운이 머리로 올라가 발에는 虛熱(허열)이 나고 열이 머리로 솟구쳐서 소위 말하는 고혈압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더운 수증기는 위로, 차고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는 일반적인 이치로 화기가 위로 솟구치면 얼굴은 술을 마시거나 화를 낼 때처럼 벌겋게 달아오른다. 심하면 화가 한꺼번에 많이 치밀어 올라 뒷목이 뻣뻣해지는데 이때 혈관이 터지면 쓰러져 죽거나 사지를 쓰지 못하는 환자가 된다. 그러므로 고혈압이 곧 저혈압이라는 말이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는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大補氣(대보기) 약성을 가진 인삼도 금해야 되며 맵고 짠 음식도 피해야 된다고 한다. 허지만 필자는 감히 이해를 좀 달리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매운 음식과 술은 몸에 열을 내주어 몸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소금도 몸의 신진대사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음식이다. 심하게 먹는 것은 위험하지만 몸의 신진대사를 위해서 무조건 배재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는 내원해서 한약을 지어가는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는 동안 술은 금해야 되지요?? 하고 물어오면 오히려 한두 잔은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어 약효가 더 난다며 오히려 권한다. 인삼도 먹으면 열이 얼굴로 상승한다며 인삼 복용을 못하겠다고 하는 환자들에게 처음부터 많은 량을 복용하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양을 늘려가라고 말한다. 약전에 보면 인삼은 기를 보하는 으뜸인 약재로 장기간 복용하면 혈압과 당뇨를 조절해주는 약효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렇듯 고혈압을 치료하려면 오랜 시일이 필요하다. 꾸준히 심혈을 보해야 효과가 나는 장기간의 싸움이다.

당뇨도 고혈압과 같이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질병중의 하나다. 당뇨는 현대의학 적으로 췌장에 원인을 둔다. 췌장의 Langerhans섬에서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해서 오는 질병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당뇨를 消渴(소갈)이라고 하는데 上消, 中消, 下消로 나누어 상소는 폐, 중소는 비위, 하소는 신장에 원인을 둔다. 설명하자면 한방의 기본부터 설명을 해야 되기 때문에 간단하게 말하자면 폐, 비위, 신장의 음이 고갈되어 오는 증상이라고 이해한다. 열과 냉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甘菊(감국Herbst Chrysantheme) 단맛이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황국이라고도 부르며 한방에서는 야국화라는 이름으로 처방된다. 淸熱解毒(청열해독)작용이 강하다. 글자 그대로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작용을 말한다. Adrenalin에 拮抗(길항)해서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혈관운동중추를 억제하기 때문에 고혈압에 효과가 좋다. 향균작용이 있어 몸에 종기를 치료하는 약재로도 사용된다. 기가 위로 상승되어 찾아오는 두통, 현기증, 안질에 효과가 있다.

두통이 있고 눈이 충혈 되며 잘 보이지 않을 때 구기자와 같이 처방되는 약재다. 또한 모든 風證(풍증)과 풍으로 생긴 현기증 스트레스에도 좋다. 감기에나 심장질환에도 좋은 약재다. 감국을 깨끗이 씻는 다음 말려서 차로 사용한다.

삼백초(Eidechsenschwanzgewächse, Asiatischer Molchschwanz) – 꽃 밑의 잎 3개가 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혈압뿐이 아니고 당뇨, 신장병, 심장병, 간장병 등 성인병에 효능이 있는 민간 약재로 쓰인다. 축농증 치료에도 쓰이며 치통, 방광염, 임질, 변비에 효과가 있으며 음낭의 피부병이나 피부에 탄력을 주며 월경불순, 냉대하, 자궁암, 자궁탈수 등 여성 질환에 좋다.

모란(Strauch Pfingstrose) 한방에서 牧丹(목단)이란 이름으로 처방되는 약재다. 약전에는 淸熱凉血(청열량혈) 活血祛瘀(활혈거어)약으로 구분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혈의 열을 식혀주며 혈을 활성화 하여 어혈을 풀어주는 약재란 말이다. 降壓(강압)작용이 강하고 향균작용이 있어 티푸스균, 대장균, 적리균, 황색포도구균, 폐렴구균, 백일해균, 디프테리아균을 억제한다. 외에도 자궁점막을 충혈 시켜 월경의 통경작용이 있다. 코피를 멎게 해주며 진정, 진통, 두통, 복통 등에 두루 쓰이며 맹장염이나 요통에도 효과가 좋다. 말린 모란피를 잘게 썰어 꿀에 제어 놓았다가 차로 끓여 마신다.

黃芪(황기 Mongolischer Tragant) 혈관을 확장시켜 고혈압에도 좋으며 인삼에 못지않은 기운을 보하는 약재다. 약전엔 기를 보하고 양기를 상승시키며 기를 흩어지지 않게 하여 땀을 멈추게 하고 수종을 치료하며 몸에 염증을 없애고 농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혀있다. 아무라도 꾸준히 마시면 손해 볼 것이 없는 약재다. 기혈운행을 도와 관절염이나 중풍후유증에도 처방된다.

강심작용이 강해 피로회복에 좋으며 기를 상승시키는 효능을 이용해서 임상에서는 탈홍, 자궁탈수, 내장하수, 자궁출혈 증상에 좋다. 고국에서는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에게는 황기만큼 좋은 약재가 없는 걸로 알려져 있다. 말린 황기를 잘게 썰어 차로 수시로 마신다.

장의장풀(Tagblumen) 달개비라고도 불린다. 당뇨에 효과가 좋으며 달인 물로 목욕을 하면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 여름에 더위를 먹었을 때 특효약이며 뱀에 물렸을 때 잎을 찧어 붙이면 낫는다. 체했을 때 달인차를 마시면 낫는다. 봄에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하고 잎은 약재로도 쓰인다. 열을 내리고 이뇨작용이 강하고 잎의 생즙은 화상을 입었을 때 쓰인다. 물로 끓여 잘 우려낸 뒤 냉장고에 보관하고 갈증이 날 때 마다 마신다.

2020년 1월 17일, 1154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