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전문가 협회 KIPEU 의 지식재산 상식 (14)
파란만장한 지식 재산권의 침해 현장 국제 전시회를 살펴보다

4: 가처분 (Einstweilige Verfügung), 지금부터는 정말 심각해진다!

가처분은 특히 지식 재산권 침해(특허, 상표, 디자인 및 공정경쟁권)가 일어났을 때 이를 즉시 막는 수단으로 흔히 이용된다.

이는 민사상의 긴급절차로 무엇보다도 특별한 긴급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긴급성은 전시회의 본연적 특성상 당연히 있다고 보인다. 전시회가 열리는 며칠 사이에 권리자는 (추정되는) 침해자에 대해 정식으로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다. 따라서 전시회가 짧은 기간 동안 개최된다는 시간상 압박으로 인해 사전 경고 없이도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담당 법원은 전시회장이 소재한 지방법원이다. 가처분 신청서가 여기에 제출되면 단 몇 시간 내(!)에 가처분을 내리거나 기각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제1심에 소송을 걸어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 10개월에서 15개월이 걸리므로 전시회 관련 사안을 해결하는데 부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담당 판사가 신청서의 내용에 기초하여(=즉 증거조사 절차와 같은 엄격한 심사 없이 대략) 실제 본안 소송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크리라는 결론에 이르면 사전청문 없이 가처분을 내린다. 즉 피청구인은 사전에 청문을 받아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기회가 없다.

한편 사전청문 없는 가처분은 독일 헌법인 기본법상 보장된 법적 청문권(독일 기본법 제 103조 1항: 모든 사람은 법원에서 법적 청문을 구할 권리가 있다)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거나 아니면 그 예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지체없이 행동을 취해야 하고 또, 가처분에 대한 법적인 권리구제 절차가 있다는 점이 가처분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법원이 신청에 이어 (판결이 아닌) 결정으로 즉각 가처분을 내리면, 신청인(= 산업재산권자)은 집행관이 전시장에 이를 송달하도록 한다. 송달 시점부터 피신청인(침해자)은 침해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전시회에서 전체 부스를 닫거나 모든 물품을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단지” 구체적인 침해 물품만을 법원 명령에 따라 제거해야 한다. 아울러 이는 이러한 물품을 소개한 선전지 및 카탈로그도 제거하거나 관련 페이지 위에 무언가를 붙여넣어 보이지 않게 하거나 해당 페이지를 없애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신청인은 별도의 절차를 통해 법원에 강제금을 신청할 수 있으며, 그러면 최대 250,000유로까지 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업체 대표의 징역형까지도 가능하다.

침해대상(예:기계 또는 나사)이 무엇이냐와 구체적인 가처분 신청내용에 따라 집행관은 침해 물품을 전시장 부스에서 직접 회수할 수도 있다 (= 압류).

중요한 것은 전시업체가, 일반적으로 송달 및 압류에 참석한, 때에 따라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는 변호사와 그러한 전반적 상황에 주눅 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처분과 이에 응한 적절한 방안을 신중하고 신속하게 검토하여 필요한 경우 적절한 권리구제조치를 해야 한다.

가처분(假=가짜, 임시)의 본연적 성질상 이미 용어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는 잠정적인 것으로 일정한 기한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법적 권리구제 조치를 통해 대항하지 않는 한, 가처분은 계속 존재하며 전시회가 끝난 후에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일시적인 성격으로 인해 가처분은 단지 침해행위를 중단하고 개개의 상황에 따라 침해항목을 압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 침해항목에 관한 정보, 손해배상 및 파기를 궁극적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독일법률에 따르면 이러한 권리는 가처분과 같은 긴급절차로 허용될 수 없다. 만약 이런 것까지 허용한다면 주요한 법적 절차를 옆길로 돌아 선수를 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권리를 관철하려면 산업재산권자는 (정상적인 침해) 소송을 해야 한다.

그러면 다음번에는 본 주제에 대한 제5편 마지막 기사를 통해 만나보도록 하자.

“파란만장한 지식 재산권의 침해 현장 국제 전시회를 살펴보다” 연재 안내

1편: 전주곡 (도입부)
2편: 지식 재산권 침해 = 침해 대상 +침해행위(?)?
3편: 경고란 실제로 무엇인가?
4편: 가처분, 지금부터는 정말 심각해진다!
5편: 가처분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페터 리 (Peter Lee) 변호사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법률학 석사, 변호사 사무소: 뒤셀도르프 소재
연락처:   www.rechtsanwalt-lee.de | kanzlei@rechtsanwalt-lee.de

교포신문사는 유럽 및 독일에 거주.생활하시는 한인분들과 현지에 진출하여 경제활동을 하시는 한인 사업가들을 위해 지식재산 전문단체인 “유럽 한인 지식재산 전문가 협회” [KIPEU, Korean IP (Intellectual Property) Professionals in Europe, 회장 김병학 박사, kim.bhak@gmail.com] 의 지식재산 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연재의 각 기사는 협회 회원들이 집필한다.
KIPEU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한국과 유럽의 교류 및 협력 증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단체로서, 유럽내 IP로펌 또는 기업 IP 부서에서 활동하는 한인 변호사/변리사 등의 지식재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회이다.

2020년 8월 7일, 1181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