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생활 속의 경제이야기]
소독차·전기차·49유로···친환경을 위한 뉴 노멀

교포신문에서는 2022년 11월부터 코트라 함부르크 무역관 윤태현과장의 “독일 생활 속의 경제이야기”를 매월 첫째 주에 연재한다. 귀한 원고 게재를 허락해 준 윤태현 과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편집자주


뉴 노멀(New Normal).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새롭게 나타난 경제적 특징을 통칭하는 뜻으로, 사회적으로 새로운 기준이나 표준이 보편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현재는 경제 분야 외에도 다방면에서 쓰인다.

최근 탄소 중립, 기후 변화 대응 등 세계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친환경 관련 분야에서도 뉴 노멀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1990년 이전,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출생자라면 아마 유년 시절 동네 친구들과 소독차(소위 방구차)를 뒤쫓아 다닌 기억이 있을 것이다.

병충해 방지 목적으로 연막 소독기를 달고 하얀 연기를 뿌리며 동네 곳곳을 다녔는데, 뿌연 연기가 마치 구름을 연상케 해서 그런지 1980년대 후반 출생인 필자 본인도 유년 시절 소독차 뒤꽁무니를 쫓아다닌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독극물 등 살충제가 포함되어 인체에도 유해하고 기름을 사용하는 가열연막이라는 점에서 친환경과 거리가 먼 차량이었지만, 당시에는 소독차가 아파트 구석구석을 누비며 하얀 가스를 내뿜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후 필자 본인은 현재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은 도시 중 하나인 독일 함부르크에 거주하고 있다.

실제 함부르크는 2021년 ‘올해의 녹색 도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럽 건축 예술 디자인 도시 연구센터에서 매년 발표하는 시상식에서 함부르크는 지속 가능한 정책 목표(옥상 녹화 정책 등)와 이에 대한 달성 노력 등을 높게 평가받아 1위로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함부르크는 독일 내 대표 전기차 도시로도 꼽힌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2020년 함부르크의 전기차 비중은 1.8%(독일 전역 평균 1.1%)로, 독일에서 가장 높다. 함부르크 도로에 있는 전체 차량 100대 중 2대는 이미 전기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함부르크 시내에는 전기차가 특히 많이 보이고, 택시 간판을 단 테슬라나 폭스바겐 ID.4 등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외에 모이아(MOIA)라고 불리는 전기차 기반 공유 택시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전기차 운행자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도 제공한다. 독일 최초로 2015년 11월부터 도시 내 모든 주차비를 면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함부르크에 처음 온 사람이라면 신기하고 생소하지만, 함부르크 거주민 관점에서 본다면 이렇게 자동차 관련 정책이 친환경적으로 변한 것도 일종의 뉴 노멀로 받아들일 것이다.

함부르크뿐만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도 대중교통 체계를 활용한 친환경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9유로 티켓이 있다. 9유로만 내면 ‘독일 전국’에서 ‘무제한’으로 버스, 전철, 트램(노면전차) 등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특별 정책은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인기를 증명하듯 독일 교통기업연합회(VDV)는 지난 3개월간 9유로 티켓 총 5,200만 장이 팔렸다고 밝혔다. 전체 독일 거주 인구의 60% 이상이 이 티켓을 구입한 것이다.

실제 본인도 평소 차로 출퇴근하다가 9유로 티켓을 쓸 수 있던 6~8월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가끔 장을 보거나 꼭 차를 이용해야 할 경우에만 종종 운전을 했는데, 그때마다 자동차 운행량이 평소보다 현저히 줄어든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기저에는 급등한 에너지 가격에 따른 대안이었지만, 탄소 중립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친환경을 조성하려는 데에는 뜻을 같이한다.

실제 9유로 티켓이 기후변화 대응에도 효과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VDV는 9유로 티켓 도입에 따라 평소보다 약 10% 정도 적은 차량이 평소에 운행됐고 매월 이산화탄소 60만 톤,

3달간 총 180만 톤이 적게 배출됐다고 설명했다. 승용차를 타는 고객이 버스나 지하철 등으로 유입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다.

이러한 9유로 티켓의 성과에 힘입어 독일은 후속 모델로 내년 1월 1일부터 49유로 티켓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49유로 티켓은 상시 판매 예정으로 독일 티켓(Deutschlandticket)이나 기후 티켓(Klimaticket)으로 불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격이 9유로 티켓의 5배 이상으로 책정됐지만, 여전히 함부르크의 한 달 정기권은 71.3유로이고 베를린의 한 달 정기권 86유로에 비해서는 저렴한 수준이다.

또 이번 49유로 티켓으로 플릭스(FLIX) 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플릭스는 일종의 독일 시외버스 업체로 가격이 저렴하여 학생부터 일반 여행객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하지만 플릭스 버스는 지난 9유로 티켓 당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플릭스 관계자는 “시외버스 없이 49유로 티켓이 도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중교통을 통한 장거리 교통 체증 완화와 다양한 대중교통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폴커 비싱(Volker Wissing) 교통부 장관은 “2023년 1월부터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로써 근거리 대중교통 역사상 가장 큰 개혁 중 하나를 실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 기업, 대중 모두 인식도 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달성 자체를 정부 전략, 기업 목표 등으로 내세우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19 발발 후 마스크 착용, 비대면 미팅 등의 일상이 뉴 노멀이 된 것처럼,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현시점도 뉴 노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독일이나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의 뉴 노멀’이라는 시대가 도래되어 누구나 친환경 정책에 관심을 갖고 이를 이행하는 시대가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

윤태현 (코트라 함부르크 무역관 과장)

1289호 17면, 2022년 1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