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한의사의 건강칼럼(155)

瘀血(어혈) ➀

독자들도 어혈이란 단어가 생소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어혈을 간단히 해석을 해본다면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않고 정체가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잘 아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인 경우도 혈전으로 혈관이 막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시간을 다투는 심한 어혈증이기도 하다.

이번호에는 그런 급한 상태보다는 혈액의 흐름이 약하거나 방해를 받아 어느 한곳에 아니면 전신에서 일반적인 통증이나 어혈 증으로 얻어지는 다른 일반적인 증상들을 소개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혈은 눈에 보이는 유형과 보이지 않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타박상으로 생긴 피멍이 대표적으로 눈에 보이는 어혈이다. 그리고 교통사고 이후나 나이가 들어 氣(기)가 허해진 상태로 현대의학 진단 상 문제가 없는데도 下肢(하지)나 어는 한곳이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이를 어혈로 인한 동통이라 부르는데 이때의 어혈이 보이지 않는 어혈이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혈전 같은 심한 상태의 어혈뿐이 아니고 몸의 기혈운행이 전체적으로 원활하지 못해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상태를 어혈증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어혈의 병리적 특징은 통증을 일으키는 것인데 통증유발점이 한곳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위에서 말한 교통사고로 인한, 또는 생리통과 같은 자궁질환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통증을 현대의학에선 어혈이 아닌 신경이나 기타 등등 다른 원인이 있다고 해석하기 때문에 동양의학과 진단 방법도 조금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다.

동양의학에서는 모든 질병은 원인을 치료해야 완치가 된다는 판단으로 질병의 원인을 진단해서 파악하는데 모든 만성질환은 오장육부에 의한 원인, 기후에서 얻어지는 원인, 어혈로 얻어지는 질병이 아닌지를 꼭 파악한다.

필자는 어혈환자들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하지의 발목부분을 눌러보면 심한 사람은 고함까지 지르는데 이런 사람들은 틀림없는 어혈 환자들이다. 瘀血(어혈)을 한글로 풀어 보면 병들어 있는 혈액이라고 풀이가 되기 때문에 정맥혈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를 보면 어혈환자들은 대체적으로 피부색이 어두운 데 정맥혈이 산소가 적어 어두운 색으로 보이며 실제로 혈전은 아닌 경우도 많이 있다.

어떻게 설명을 해도 서양 의학적으로 어혈은 아직 분명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고 아직 이상혈액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 한의학적으로도 어혈의 정의와 범위가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지만 매우 오래된 고서에 자연스럽게 기록되어 있는 용어인 것을 보면 현재처럼 특별한 정의 없이도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용어였으리라 생각된다.

어혈은 부상으로 인한 보이는 어혈과 여러 가지 원인으로 혈액의 흐름이 약해질 때 생기지만 또 요즈음엔 영양 과잉 공급과 과로, 스트레스, 운동 부족으로 피가 탁해져서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기도 한다.

여성들에게 어혈증상이 더 많은데 이것은 여성들의 복잡한 생리현상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에는 과로와 스트레스, 운동부족으로 인한 기 순환장애가 많아서다. 혈액이 묽지 못하고 끈끈해져 혈관 벽에 쌓이거나 혈액 순환에 지장을 주면 중풍, 동맥경화, 정맥류, 고지혈 등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동양의학에 ‘만병일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만병을 치료하는데 그 질환의 한 가지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양의학에서는 모든 만성질환은 어혈증이라고도 정의하는데 필자도 치료를 해보면 대체적으로 질병이 오장육부에서 오는 질환은 단기간 치료를 해도 쉽게 치료가 되는데 오랫동안 치료가 되지 않은 질환들은 대체로 어혈증을 잘 치료하면 완치가 되는 것을 경험할 때 그 말이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어혈이 만드는 병은 너무나 많다. 중풍, 암, 난치성질환도 어혈이 원인인가 하면 여성들의 심한 생리통, 생리불순, 산후풍, 불임, 피부병, 손발 저림, 탈모, 구내염, 비만 등도 어혈로 찾아온다. 또 두통, 협심증, 안구건조, 안면신경마비, 대상포진, 귀울림, 목 어깨 결림, 몸 특정부위의 차고 뜨거운 느낌, 고지혈증, 통풍, 퇴행성관절염, 류마티스, 동맥경화, 당뇨, 고혈압 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나의 체질, 체력상태, 혈액순환상태, 혈액오염정도를 면밀히 관찰하여 나의 어혈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예방을 해서 더 큰 사고를 막아야 할 것이다. 결국은 혈액순환에 장애를 받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혈의 운행을 도와주는 氣(기)가 너무 약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주된 요법이라 할 수 있겠다.

식이요법으로는 신선한 야채, 미역, 김, 해초류를 많이 섭취하고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전신관절을 움직이는 스트레칭, 목욕요법 등이 좋다. 동양의학에서는 치료를 피를 맑게 해주고 기를 높이며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 開竅(개규)약들로 조제를 해서 氣血(기혈)의 순환을 도와주는 한약요법과 침, 뜸, 부항 등으로 체질에 따라 근본적인 방법으로 개선을 시킨다.

가벼운 어혈에는 川芎(천궁)이나 當歸(당귀)를 차로해서 자주 마시는 것이 좋고, 약간 심한 어혈에는 홍화나 홍화씨, 생지황을 술로 만들어 마시면 증상을 호전 시킬 수 있다.

몇 가지 치료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치료 예를 들어보면 어혈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40대 중반 되는 여성이 찾아왔다. 하지 장단지가 심하게 아파서 찾아왔단다. 통증이 있는 부위를 보니 다른 곳 보다 피부색이 어둡고 만져보니 그 부위가 나무같이 단단하다. 필자가 살짝 건드렸는데도 그 여성분은 아프다고 호소를 한다. 틀림없는 어혈증이다. 의사한테 갔더니 다리를 절단해야 된다고 해서 지인의 소개로 우리를 찾아왔단다.

필자는 침을 놓고 나서 그 부위를 사혈을 해주었다. 다음에 왔을 때는 벌써 단단한 정도가 약해지고 피부색도 약간 밝아졌다. 그 여성은 5번의 침과 사혈로 치료를 마쳤다. 몇 주후에 그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며 증상이 똑같이 여성이 찾아왔다. 역시 같은 방법으로 5번의 치료를 하니 그 부위가 정상이 되었다.

치료를 마치고 좋아하는 그 두 여성들의 좋아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데 선하다. 어쩜 다리를 절단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얼마나 심적인 고통이 컸겠는가?

다음 회에서도 치료 사례와 어혈에 대한 처방을 소개한다.

1306호 25면, 2023년 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