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 感冒(감모-감기) ➀

요즈음은 지구 온난화로 겨울철이 되어도 예전 같은 강추위는 없지만 겨울철이 되면 항상 찾아오는 감기가 우리를 여간 힘들게 한다. 금년에는 날씨가 더웠던 여름철에도 제일 많은 감기환자들이 있었다는 통계를 뉴스를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서 면역성이 약해졌기 때문이란다.

물론 한방에서도 감기는 꼭 겨울에만 오는 것이 아니고 겨울에 오는 風寒(풍한)감기와 여름에 오는 風熱(풍열)감기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말에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라는 말이 있듯이 여름에는 감기가 들지 않는다는 보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요즈음은 지구 환경이 나빠지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도 훨씬 독해져 예측을 못하는 질병들과 힘든 싸움을 해야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극성을 부리는 감기도 이젠 더욱더 독해져, 독해진 감기를 예방하고 이기는 방법을 숙지하고 실천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제일 흔한 병이면서 또 모든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감기는 10명중 9명은 일 년에 2-4번씩은 걸리는 병으로 전에는 4-5일, 늦어도 1주일이면 스스로 나았지만, 요즈음 감기는 독해져서 몇 주를 고생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 졌으며 금년에는 여름철 내내 감기를 안고 지냈다고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이 있었다. 심하게는 감기가 깨끗하게 치료되지 못해 몇 년이 지나도록 微熱(미열)과 만성해수로 고생하고 있다는 환자들도 우리 한의원에도 많이 내원 하곤 한다.

종류도 다양해서 요즈음 유행성 감기는 우리들이 생명까지 노린다. 몇 년 전 유행했던 ‘사스’나 ‘메르스’, 그리고 고국에서도 난리를 치렀던 ‘신종풀루’는 우리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백신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한해에 미국 내에서 감기로 입원 치료한 환자수가 12만 정도가 넘으며 그중 4만 명에 육박하는 환자들은 사망하는데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고국에서도 일 년에 4천만 명이 넘는 인원이 감기에 걸린다는 통계다. 사망까지는 가지 않아도 폐렴, 천식 등, 폐가 약해져서 평생을 고생하는 환자들도 많다.

감기를 한방에서는 感冒(감모)라고 칭하는데 病因(병인)을 風寒(풍한)증이라 말한다. 물론 여름감기도 존재하고 風熱(풍열)증이라고 칭하며 치료방법을 택하지만 여기서는 겨울에 잘 걸리는 감기를 말하고자 한다. 독일에서는 ‘Erkältung’ 영어로는 ‘cold’라고 불리는 것을 보면 서양이나 동양이나 또 현대의학이나 동양의학이 공히 감기의 원인이 風(풍)과 寒(한)이라는 것은 다 인정하는 것 같다.

동양의학은 外邪《외사-Pathogene Energien-병인이 될 수 있는 나쁜 기후를 風(풍), 寒(한, )暑(서), 濕(습), 燥(조), 火(화)》에 심하게 노출되면 병이 든다고 말하는데 風寒(풍한)에 의한 감기의 증상은 코와 귀가 막히며, 콧물이 흐르고 후두가 가렵고 기침이 나며 痰(담)이 나오고, 惡寒發熱(오한발열)이 나며 머리와 뼈마디가 아파온다.

하지만 제일 흔한 질병이면서 만병의 원인이 되는 감기에는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 현대의학이 이만큼 발달되어 우리들은 현대의학의 축복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감기약을 주지 않는다.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열이 나면 해열제를, 감기가 몇 주 동안 나가지 않고 기침이 심해지면 결국은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받아오는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만 치료를 하는 대증요법이지 근본을 치료하는 방법이 아니다.

몸에 열이 나는 것은 외부로부터 침입한 병원체와 내 몸의 면역이 싸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증상인데 해열제를 쓴다는 것은 오히려 감기를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많이 들어 몸이 쇠약해지거나 원래 몸이 약한 사람들은 병이 와도 몸에 열이 나지 않는다. 면역이 약해져 병원체와 싸울 힘이 없다는 말이 된다.

동양의학에서는 寒者熱治(한자열치) 熱者寒治(열자한치) 이라는 치료원칙이 있다. 病因(병인)이 寒(한)일 경우는 熱(열)을 이용해서 寒을 몸 밖으로 내 보내고 병인이 熱일 경우는 寒을 이용해 치료를 하는 방법이다. 약성이 열성인 약재들로 조제하여 끓여 마시고 잠을 자면 땀이 나는데 땀을 푹 내고 나면 이튿날 금방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필자는 감기기운이 있으면 사우나를 가서 땀을 내든지 아니면 집에서 반신욕을 하면서 땀을 내고 나중에 소개할 간단한 ‘피내침’ 침법을 쓴다. 어떤 방법으로든 땀을 내면 그 땀과 함께 우리 몸에 침입했던 邪氣(사기)를 몸 밖으로 내모는 방법이다. 옛적에 고국 시골에서 어르신들이 감기기운이 있으면 소주를 큰 잔에 따라서 거기에 매운 고춧가루를 한 수갈 넣어 마시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오히려 이치에 맞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엊그제 한국 TV를 보는데 ‘외국에서는 감기가 와도 병원엔 잘 가지 않는다.’는 발표를 한 것을 보았다. 한국에서 감기가 와서 약방을 가면 무슨 약인지도 모르는 약을 한주먹 섞어서 처방해 주는 것을 보는데 대조적이 아닌가 싶다.

모든 병은 그 병의 원인을 제거해야 완전 치료가 된다. 일시적인 대증치법은 치료방법이 아니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들은 우선 본인의 면역성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내 몸이 약해지지 않게 관리를 해야 될 것이다. 환절기에 ‘감기예방주사’들을 많이 맞는데 이 주사는 유행성감기 다시 말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온다고 하는 독감에 효과가 있지 일방 감기와는 무관하다.

감기가 오래 동안 낫지 않아 폐렴이 되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치료하기가 정말 힘들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우리 어머님도 갑자기 폐렴이 와서 3일 만에 돌아가셨다. 감기뿐이 아니고 모든 병들은 우리 몸의 면역과의 싸움이니 첫째도 둘째도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져 우리 면역을 기르는 것이 최고의 예방법이 아닌가 싶다.

김재승 한의사

인간은 자연에 역행할 수가 없다. 절대로 자연을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감기에 들지 않으려면 위에서 소개한 外邪(외사)가 우리 몸을 침범할 수 없도록 일상생활에 주의를 하는 것은 필수다.

외사 중, 특히 風寒(풍한)은 많은 병의 원인이 된다. 바람과 함께 우리 몸을 침입한 한은 감기뿐이 아니고 구안와사나 中風(중풍)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뇌졸중을 한방에서는 바람의 침입을 받았다는 의미로 중풍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접적인 바람을 피하고 날씨가 추우면 우리 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이 예방의 기본이라고 말하고 싶다.

1338호 25면, 2023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