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유럽과 한국의 심사 실무 차이 (3)

IP 전문가 협회 KIPEU의 지식재산 상식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 독일의 실용신안 제도

실용신안은 실용적인 고안에 대한 출원으로, 특허가 발명에 대한 출원인 것과 대비됩니다. 한국의 실용신안법과 특허법을 살펴보면, 실용신안과 특허는 모두 자연법칙으로부터 기술적 사상의 창작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특허는 이에 더해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그 창작의 수준이 다름을 제시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보호 기간과 보호 대상입니다.

보호기간의 경우, 등록되었을 때 실용신안은 출원으로부터 10년, 특허는 출원으로부터 20년을 배타적인 권리로서 인정해줍니다. 이로 보아, 실용신안은 특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대상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호 대상은 실용신안은 도면이 있는 물품에 한정되는데 비해, 특허는 물품과 (제조, 사용)방법 모두를 그 권리 대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실용신안 제도도 한국과 동일하게 출원 후 10년을 그 보호기간으로 인정해주지만, 보호 대상에서 한국의 실용신안과 다소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의 실용신안 제도는 물품 뿐 아니라, 화학 물질, 조성물 등과 같이 도면이 없는 물질도 권리로서 인정됩니다. 방법과 바이오 발명이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의 발명에 대해서 그 권리를 인정해주고 있다는 점이 한국의 실용 신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독일 실용신안은, 한국의 우선권으로부터 파리조약에 의거해서 독자적으로 출원을 할 수도 있지만, 유럽 특허 출원 중인 기간에 그 출원으로부터 가지치기 출원(branch-off)이 가능합니다. 자신의 출원이 유럽 특허청에 출원되어 계류 중이라면 해당 출원 명세서의 범위 내에서, 청구범위를 새롭게 작성하여 독일에서 실용신안으로 가지치기 출원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사 과정도 간단한데, 한국에서 2006년까지 시행했던 실용신안 선등록 제도와 유사하게 형식만을 심사하고 먼저 등록해주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어 평균적으로 3-4개월 만에 등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독일의 실용신안은 독일에서 조속한 권리 확보가 필요한 경우 실질적으로 출원인이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 출원 중인 특허에 대해서, 경쟁사가 이를 독일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침해 소송이 시급할 때, 청구범위를 침해품으로 특정해서 독일 실용신안으로 가치지기 출원을 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권리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소송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독일의 출원인들 사이에서는 매우 잘 알려진 전략 중 하나입니다.

다만, 독일 실용신안이므로 독일어로 전체 명세서를 번역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유럽 특허청에서 출원 중에 계속 납부해야 하는 높은 연차료와 오랜 심사 기간을 고려할 때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짧은 기간 내에 독일에서의 권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자신의 발명의 수명이 짧아서 10년이 넘어서까지 권리를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된다면, 한국에서 출원 명세서를 작성할 때부터, 한국의 출원의 우선권을 주장함으로써 유럽 특허 출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독일 실용신안으로 진입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유럽 특허 출원에서는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없는, 공지 예외 주장 즉, 특허 출원 이전에 공지되었으나 공지되지 않음을 주장할 수 있는 법리에 대해서도, 독일 실용신안에서는 출원 전 6개월 이전의 공지 예외 주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출원 전 6개월이므로 한국의 출원 후에 파리 조약으로 독일의 실용신안으로 우선권을 주장하는 출원에 대해서는 서둘러서 이러한 제도를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이와 유사하거나 상이한 실용신안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먼저 각 나라의 실용신안 제도를 살펴봐야겠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유럽 특허를 거치지 않고 3-4개국에 바로 실용신안으로 진입하는 경우, 각국의 언어로 실용신안 전체 명세서를 번역하는 번역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유럽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한 후에 개별국에 진입하는 루트와 비교해서 비용 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 맺음말

특허법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그 의의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 특허권자에게 배타적인 실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는 기본적인 취지는 같지만, 나라마다 실정이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면이 없지 않아 실제적인 실무에서는 차이점이 꽤 있습니다. 이 밖에도 다른 차이점들이 있지만, 필자가 크게 느끼는 차이점들에 대해서 짚어보았습니다. 수 년간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나라를 넘나들면서 사업을 하는 현 시대에서, 특허법의 차이점을 알고 이를 적용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보다 넓은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저자: 이옥주
한국 변리사, 화학공학 박사
자문/전문 분야: 이차 전지, 중합체 필름, Photo-resist 재료,
…………무기물 공정, 전기 도금, 금속 합금, 유기-TFT
거주지: 독일 뮌헨 (München) 거주
소속: Prüfer & Partner mbB, www.pruefer.eu
연락처: lee@pruefer.eu

1359호 16면, 2024년 4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