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가장 무서워했던
조선의열단의 얼을 받들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겠습니다”

글: 강정희

벼 이삭 토실토실 푸근한 가을 햇살, 대추 볼이 붉어지는 초가을의 정취가 사방에서 밀려온다. 무더운 여름 내내 파독 간호사의 애환을 담은 단편소설 집을 출판하기 위하여 바삐 보냈다. 이제 마지막 최종본을 출판사에 보내고 머리도 식힐 겸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와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과 함께 2019년 9월 7일 17.00시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조선의열단 유럽지회 창립총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 자동차로 2시간 가까운 거리였지만 여자 셋이 모이면 찬장에 접시가 들썩인다고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를 나누며 손맛 좋은 쑥떡에 커피까지 준비해 오신 알뜰한 지인의 정성에 감동이었다. 내겐, 좋아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나들이였다.

우리에게 생소하게 들리는 조선의열단은 일제강점기에 항일독립 무장 투쟁의 핵심적인 단체였다. 1919년 11월 9일~10일 새벽 중국 길림성 파호문 밖 한 민가에서 약산 김원봉, 석정 윤세주 등 열혈 민족주의자들이 창단해 항일 독립투쟁의 빛나는 발자취를 남긴 조선의열단을 기념하기 위한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조선의열단 100주년 추진위, 공동추진위원장 김원웅, 함세웅) 발족식이 올 7월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또한, 오는 11월 9일~10일에는 100주년 기념식과 국민 참여 문화행사를 서울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16.00시가 채 못 되어 프랑크푸르트 강나루 식당에 도착했다. 행사장에는 노미자 회장을 비롯하며 몇 분들이 행사 준비에 바빴다. 현수막을 걸고 왼편에는 태극기를 오른편에는 독일 국기를 걸고 여기저기 어쩜 우리를 닮은 가을의 청순한 꽃 들국화를 식탁에 장식하기도 했다.

김상근 사무국장의 사회로 17시 20분에 창립총회가 시작되었다.

각지각처에서 많은 귀한 분이 참석하셨는데 그중에는 전 프랑크푸르트 문화회관 대표셨던 김영상 박사님, 순복음 주찬양 교회 고창수 목사님, 비전 교회 장광수 목사님, 하이델베르크 정귀남 목사님, 칼스루헤 백옥숙 한인회장, 마인즈 문정균 한인 회장이 참석하셨다.

국민의례,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있었는데 애국가를 제창하는 동안 왜 그렇게 가슴이 찡하고 숙연해지는지.. 합창한 애국가는 나에게 주어진 남은 생애를 한민족의 동포애와 정체를 가지고 살아가야 함을 다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노미자 선임 회장의 개회사가 있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도 없다’

고향을 떠나 낯설고 물선 이곳 유럽에서의 삶을 시작한 지도 어언 반세기를 넘긴 ‚ ‘디아스포라’ 언제나 우리에게는 외국인일 수밖에 달리 표현되지 않음은 이젠 그런대로 익숙해졌습니다. 인생 70, 80을 바라보며 초가을 서리처럼 하얀 머리 마주 대하며 100년 전 일제 강점기에 항일무장 투쟁으로 우리의 자주독립을 위해 몸 바쳐 희생하신 선조들을 기리기 위해 오늘의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유럽지회’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되어 참으로 시위적절 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수장에 선임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우리 다 함께라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끌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조선의열단 기념 사업회는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오늘의 출발을 위해 좋은 의견 창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세 시대에 아프지도 마시고 건강하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매서운 칼바람이 물결 위를 휩쓰네 / 불타는 동쪽 바다 솟구치는 태양아 / 백 년 전 독립운동이여 / 영원토록 빛나라! (백 년 전 독립운동)이라는 단시조로 끝을 맺었다.

조국의열단 기념사업회, 광복회 회장이신 김원웅 회장님이 보내주신 격려사를 동영상으로 보았다.

축사에는 현 프랑크푸르트지역한인회장이시고 19기 민주평통북유럽협회 회장이신 이기자 회장님이 해 주셨는데, 뜻깊은 조선의열단 창립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조선의열단 기념 사업회 유럽지회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범하여 유럽 전역에서 우리의 역사의식뿐만 아니라 항일독립운동가 후손 발굴에 총력을 다 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협력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격려의 말씀을 남기셨다.

오늘의 행사, 조선의열단 유럽지회 창립총회에 걸맞은 ‘조선의열단에 부치는 시’ 를 이금숙 재독 시인이 넉넉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낭송했다.

이금숙 시인은 강진 병영에서 독립지사의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서 1971년 파독 간호사로 와서 현재 에센에 거주하며 국내와 독일에서 널리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2006년 문학 세상과 국제펜클럽에 시인으로 등단하고 2018년 문학 의식에 아동 문학가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향수, 흑인 아닌 그 흑인들의 염원, 동화집 오스카 니나를 출판했다.

시인의 아버지 이종규 독립 지사에게 1990년 건국훈장 애족 추서가 수여되었다.

조선의열단에 부치는 시

조선의열단! 처음 이 말은 저에게 아주 생소하게 들렸습니다.

그러나 조선의열단은 일제강점기에

항일독립 무장 투쟁의 핵심적인 단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저의 가슴은 감격으로 뜨거웠습니다.

아! 억겁의 세월이 흐른다 해도 우리 어찌 잊으리오.

나라 빼앗긴 민족의 통탄이 조국 산천과 하늘까지 사무치던

기나긴 일제강점기 그 암흑의 세월을.

조선반도를 침략하여 자유와 언어를 박탈하고

민족 정체성까지 말살하려는 잔악무도한 일본에 비분강개하여

항일 독립투쟁으로 젊음을 바쳐 희생하신 임들의 그 고귀한 피를!

지금도 일본은

지난 군국주의 만행을 자각할 줄 모르고 악순환을 꾀하며

우리 땅 독도를 자기 땅이라 주장하며 망언을 펼치고

일제강점기에

이제 갓 꽃봉오리 맺어가던 조선의 소녀들 강제 동원하여

위안부라는 굴레를 씌어 평생에 지울 수 없는 한의 멍을 맺혀 놓고

청청한 푸른 꿈의 젊은이들 강제 징용하여 아비규환에 몰아넣은

과거의 죄를 사죄할 줄 모릅니다.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며 정당한 강제노동 배상 판결의 보복행위로

경제침략을 도발했습니다.

임들의 그 의분의 애족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

일본의 야비한 경제침략에 속수무책 당하지만은 않겠습니다.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당당히 맞서 싸워 결코 승리하겠습니다.

우리는 임들의 얼을 받들어 애국 실천 불화 산으로 역동하여

정녕 대한민국을 세계 경제 대국 반열에 우뚝 서게 할 것입니다.

2019년 9월 7일 재독 시인 이금숙

독립지사의 자손으로 이 뜻깊은 비명이 흘러내리는 자작 시를 낭송하심에 깊이 감동하였다.

김영상 박사님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가 태극기를 높이 들고 만세 삼창을 하였다. 저 멀리 일본까지 들려 나가기를 바란다. 조선의열단 평화열차 동영상을 다 함께 감상했다.

그 누구의 허락을 받을 필요 없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멈췄던 기차를 다시 달리게 하여 서울에서 평양으로 통일로 가는 여러분의 승차를 바랍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북으로 대륙으로 달려가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의열단입니다!

이 외침에 목젖이 울컥하고 가슴이 저렸다.

항일 투쟁을 하신 노미자 회장의 고 노병주 부친은 1929년 10월 30일 광주 고등보통학교 5학년 5반 재학 중 만세운동 궐기 대회 주모자로 항일 투쟁 (3만여 명 동원 참여) 73명 체포되었는데 부친님을 포함 13명이 대구고등법원에서 금고형을 받아 8개월간 옥고를 치르셨다. 건국 포장 추서가 수여되었다. 독립지사의 따님인 노미자 회장은 이미 2018년 10월 김원웅 회장으로부터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유럽지회장으로 임명을 받았다. 김상근 사무국장 역시 2019년 2월에 임명을 받았다. 노미자 회장은 오늘 총회에 참석한 모든 분에게서 만장일치 새로 회장으로 추인을 받았다.

감사에는 권 바울로 박사님과 안석순 회장님이 선출되었고 나머지 임원 구성은 회장단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조선의열단의 내력과 사업 목적 및 기대 효과, 사업 계획서 등 김상근 사무국장이 낭독해 주셨다.

사업 목적은 민법 제32조 및 국가보훈처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의 규정에 따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조선의열단’의 창단 정신과 그 맥을 이어온 ‘조선의용대’의 투철한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민족정기를 선양하고 대 일본전쟁의 자취와 유적을 발굴 복원하며 의열단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민족이 자주적 평화 통일과 동아시아 공동번영에 이바지함은 물론, 후대의 올바른 역사 인식과 민족 통일 문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금까지 몰랐던 역사 재인식과 함께 우리들의 공동 관심으로 평화 통일과 공동번영에 크게 기대할 만하다.

회의록 낭독, 기념촬영을 마치고 다 함께 홍일성 장로님 건배로 만찬을 즐겼다.

오손도손 둘러앉아 서로를 알아가는 열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노미자 회장은 별다른 음식을 연로 선배들에게 나르며 배려하는 모습 역시 보기 좋았다. 음식은 눈으로 반을 먹는다고 강나루 식당의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음식 하나하나에 눈과 입이 호강했다. 물론 시장이 반찬이기도 하지만 정말 보기 드문 음식 맛이었다. 토요일엔 영업하지 않고 쉬는 날인데도 오늘의 행사를 위하여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김영훈 사장님과 팀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언젠가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번 들르고 싶은 곳이다.

재독 한인 간호협회 문영희 고문이 노미자 회장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노미자 회장은 회장으로 추인해 주심에 감사하다며 철마처럼 평화 통일을 위하여 많은 사람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을 부탁했다. 또한, 선봉 단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여러분의 좋은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셨다. 끝으로 바쁘신 일정에도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했다.

2019년 9월 7일 역사적인 유럽지회 조선의열단의 창립을 진심으로 두루두루 축하하며 주어진 축복을 열심히 달려가며 취지와 목적을 향해 초심을 잃지 않고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원한다.

경황없이 달려온 무던히도 긴 타향살이 50년, 우리의 마음은 그리운 어머니 모시 적삼 따라 달려가는 고향길이다. 조국의 좋은 소식을 들으면 어깨가 으슥해지고 자랑스러워한다. 마치 시집간 딸이 친정의 좋은 소식을 듣는 것처럼 말이다. 아픈 역사를 재인식하고 지금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여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 대국 반열에 우뚝이 서기를 간절히 간절히 소망한다.

모든 분께 사랑이 풍성한 가을이 되시기를 바라며 정겨운 고운 마음을 전합니다.

2019년 9월 20일, 1139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