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남(전 하이델베르크한인회장)
대한노인회 독일지회 하영순 회장님의 인도로 <파독근로자 고국 방문 6차> 여행이
6박 7일 (10월 17- 10월 23일)동안 양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 첫째날
10월 17일 13:30 분에 버스가 대기 하고 있었던 잠실 종합 운동장 앞에 모였을 때 모두는 여행에 대한 기대로 흥분된 모습들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 과 모르는 분들에 대한 호기심 의 표정들은 마치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떠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버스 안에서 하영순 회장님과 인도자 이정민 대표 (Travel on)를 소개 했는데, 이대표는 몇년전 전라도 여행때 우리를 인도 하셨던 분이어서 반가웠고 신뢰감이 앞섰다. 고국 방문팀 은 총37명 이었다. 버스가 출발 하자 여러 명이 양구라는 곳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곳인지 궁금해 했다.
강원도 양구를 우리 국토의 배꼽 (정중앙)이라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배꼽을 인체의 중심으로 봤다. 경북 울릉군 독도(최동단 땅), 평북 용천군 마안도(최서안 땅), 제주도 서귀포시 마라도(최남단), 함북 온성시 유포면(최북단)을 4극 기준점으로 삼아 선을 그으면 만나는 지점이 양구군 국토 정중앙면(옛 남면) 도촌리다. 그래서 양구 에서는 해마다 배꼽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토가 분단된 현재 는 최전방 지역으로 북쪽으로 휴전선 이 지나가고 있는 곳이다.
소양호와 함께 만난 청평사
잠실에서 떠난 버스는 약 1시간 30분 후 춘천 소양강에 도착했다.
소양강에는 홍수조절, 용수공급, 수력발전을 위한 다목적 댐이 건설 되어 있었으며 댐 주변을 자연과 어우러진 관광 레저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곳에서 내륙의 바다 소양호 유람선(편도) 을 타고 약 15분 정도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즐기며 도착한 곳은 소양호 섬 속 의 천년 사찰 춘천 청평사(淸平寺) 입구였다.
청평사 계곡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무로 엮어 만든 구름다리가 만들어 져 있었는데 다리위로 걸을 때 좀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이정민 대표는 재미있는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을 들려 주었다. 청평사가 아름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수려한 자연 공간 과 함께 슬프고도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주 먼 옛날 당나라때 의 이야기로 태종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당시의 법도에 어긋나게도 평민 청년과 몰래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은밀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인지, 이 사실을 알게된 태종 이 격노하여 청년을 사형에 처하자 형장에 홀연히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바로 공주를 사랑한 죄로 죽음을 당한 청년의 원혼이 다시 태어난 상사 뱀 이었다.
뱀은 평소 몰래 찾아가서 궁궐로 들어가 공주의 몸을 칭칭 감아 버린다.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의 화신 이라 해도 흉물스러운 뱀의 모습에 너무 놀라서 의원 들을 불러 온갖 시술을 해 보았지만 뱀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공주는 점점 야위어만 갔다. 신라 (우리나라) 의 영험 있는 사찰에서 기도를 드려 보라는 어느 노승의 권유에 따라 공주는 유명 사찰을 순례 하다가 이곳 청평사 까지 오게 되었다.
해가 저물어 도착한 공주는 주변에 소나무 9그루 가 있어 붙여진 이름 이라는 ‘구성폭포’아래 작은 동굴에서 하룻밤 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계곡에서 범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오자 “종소리를 들어보니 절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듯 하다”고 하면서 절에 가서 밥을 얻어 오려고 하니 잠시 제 몸에서 내려와 주실 수 있느냐 고 묻자 상사뱀이 웬일인지 순순히 몸을 풀어 주었다.
공주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때마침 법회가 열리고 있는 법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한편 상사뱀은 시간이 늦어지자 혹시 도망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공주를 찾아 나섰다. 절 문(회전문)을 들어서는 순간 맑은 하늘에서 소나기와 함께 벼락이 내리쳐 뱀이 그 자리에서 죽고 불어난 빗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법회를 마친 공주가 음식을 얻어 가지고 내려와 보니 맴이 죽어 폭포에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알 수 없는 공주는 깜짝 놀랐으나 시원스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여 상사뱀을 정성껏 묻어 주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태종은 기뻐하며 금 세 덩어리를 보내 법당과 공주가 거처할 건물을 세우게 하고 또 하나는 공주의 귀국 여비로, 나머지는 후일 건물을 고칠 때 쓰라고 이곳 오봉산 어딘가에 묻어 두었다고 한다. 공주는 상사뱀의 극락왕생을 빌며 오랫동안 이곳에서 머무르며 부처님의 은공에 감사 드리다가 석탑을 세우고 귀국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아직 까지도 그 때 묻었다는 금덩이는 발견 되지 않았지만 이후 공주가 머무르던 동굴을 ‘공주;,‘ 목욕을 했던 웅덩이는 ’공주 탕‘, 삼층석탑은 ’공주 탑‘ 이란 애칭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이대표 의 설명을 듣고난 후 전설을 떠올리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공간 청평사에 들어서니 뱀에 감겨진 공주의 동상이 보였고, 더 나아가 암석으로 거북이 모양으로 된 거북바위가 있었다. 여기에도 거북이가 물을 바라보게 되면 청평사가 크게 융성 할 것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 공주가 목욕한 곳, 그리고 회전문과 석탑을 볼 때는 청평사의 역사와 전설 그리고 가을 풍경의 아름다움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청평사에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해서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청평사 회전문(淸平寺回轉門)과 극락보전(極樂寶殿), 적멸보궁, 청평루, 서향원, 해탈문, 불각(佛閣) 1동이 있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 요사채가 있다. 특히 회전문은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려는 의미의 문이라고 했다.
이 중 삼층석탑은 공주탑이라고도 하는데 현재 2층 옥개석만 남아 있고, 3층 이상은 없어졌으며, 2층 옥개 위에 잡석들을 올려 놓았다. 이 탑은 원순제가 은혜를 보답하기 위하여 세웠다는 전설이 전한다.
양구 힐링하우스에 도착하다
청평사를 떠나 양구의 힐링하우스에 도착하자 우리는 바로 방 배정을 받았다. 30명을 기준으로 준비 된 방을 37명이 사용해야 해서 7개 의 방에는 3명씩 들어가야 했다. 결국 한명은 바닥에서 취침하게 되었다. 이들을 위해 하영순 회장님은 선물을 준비 하셨다. 모든 과정을 빈틈없이 준비 하시고 배려하시는 회장님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었다.
방배정이 끝난 후 힐링 하우스 아래층 식당에는 양구군에서 준비한 환영식과 함께 진미한 음식들이 준비 되어 있었다. 양구 부군수님의 인사와 함께 주어진 만찬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모두를 즐겁게 해 주었다. 환영식에 하영순 회장님은 독일의 16주 의 상징이 새겨진 패말을 전달 하셨고, 부군수 님은 하 회장님께 꽃다발을 준비 해 오셨다. 파독 근로자에 대한 고국에서 베불어 주는 감사의 배려는 우리 모두에게 감격의 기쁨을 안아 주었다. 양구 군청 에서는 선물로 양구의 유명한 백자로 만들어진 컵을 하나씩 선물 하시는 것이었다.
◈ 둘쨋날: 원주와 홍천
버스는 7시 20분에 우리를 가까운 식당으로 인도했다. 식당에는 맛있는 콩나물국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사장님의 친절과 사모님의 음식 솜씨는 우리 모두의 입에 잘 맞아 즐거운 식사가 되었다. 아침식사 후, 두 시간 정도 버스로 이동 한 다음의 목적지는 원주였다. 하영순 회장님은 여행 전 감기로 인해 무척 힘들고 피곤하셨을 텐데도 재치 있는 유머로 계속 우리를 즐겁게 해 주려고 노력 하시면서, 한명씩 서로를 소개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끌어 주셨다. 미국에서 오신 4명은 하회장님 언니 되시는 분과 형부, 동생, 그리고 친구분이 참석하셨다.
모두는 웃음으로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덧 원주에 도착했음을 알았다.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했으나 원주 에 도착하니 화창한 가을날씨로 여행에 적합한 온도가 주어져 저절로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뮤지엄 산(Museum SAN Space Art Nature)’
원주에는 자연과 예술의 하모니라고 불리우는 유명한 ‘뮤지엄 산(Museum SAN Space Art Nature)’이 있다.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 한 건축물의 대가 , 일본인 안도 다다오 (ANDO TADAO)의 설계로 8년 동안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늑함’ 이라는 인상을 통해 지금의 개성 강한 건축물로 설계 되었다.
700m 오솔길을 따라 웰컴센터, 플아워 가든, 조각공원, 워터가든, 존관, 스톤가든, 명상관, 제임스테렐관으로 이어져 있다. 복관은 4개의 (Wing)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들로 연결되어 대지와 하늘을 사람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곳이다. ‘워터가든’ 에는 물이 워낙 고요해서 주변 풍경들이 물 위에 떠있는 것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이 워터가든은 본관까지 이어지며 심지어 본관을 둘러싸고 있다. ‘스톤가든’ 은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9개의 스톤 마운드가 전시되어 있다. 한반도의 8도와 더불어 제주도를 상징하는 고분 형식의 돌무덤이 위치하고 있다. 돌의 정원은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에서 가지고 온 돌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플라워 가든’과 마찬가지로 고요하지만 석재로만 만들어진 공간이기에 조금 색다른 산책을 할 수 있다. 특이하고 인상적이었던 뮤지엄 산을 떠난후 중식으로 수변집 에 도착했다. 이미 준비 된 식탁위에 닭 반마리 들깨탕 이 나왔는데 맛이 좋아서 엄청나게 많은 양을 즐겨 먹었다. 지금도 계속 생각나는 식탁이다.
중식 후 버스는 청년 상인들의 개성 만점인 상점 미로 예술 중앙시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내일이 하영순 회장님 생신일 이어서 동생(하신우)분 하고 백옥숙회장과 함께 중앙 시장에서 떡을 주문하고 몇 가지 선물을 같이 준비 했다.
홍천 수타사
중앙시장을 출발한 후 한 시간 정도 달린 버스는 홍천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작산(孔雀山) 천년 고찰 ‘수타사’ 에 도착했다. 주변 자연 경관도 빼어날 뿐만 아니라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도 많은 곳이었다. 주차장에서 수타사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수타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소나무 숲을 즐기며 수타사로 갈 수 있는 길이었다. 주중 인데도 꽤 많은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평소에는 인적이 그리 많지 않은 고요한 산 속에 자리한 사찰을 찾아간다는 것은 왠지 마음이 정화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입구 에서 이정민 대표는 세 불상 의 종류 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다. 아미타불은 극락 정토를 관장 하는 부처님이고, 미륵불은 지금은 보살로 있지만 미래 세상에 나타나 어려움에 빠진 중생 들을 구제 해 준다는 부처님, 그리고 비로자나불 은 불교의 진리를 상징 한다고 하셨다.
(다음호에서 이어집니다.)
1290호 20면, 2022년 11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