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52)

독일의 법제도(9): 독일의 입법절차 ②

지난 호에 살펴본 입법개혁과정에서 독일에서는 법률의 홍수, 규범의 홍수라는 말처럼 규범의 다수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집행불능이 문제되었다. 그래서 우선 그 수를 삭감하고 질을 향상시켜 시민에게 친숙하고 실시에 수반한 비용을 시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위하여 입법자에게 입법의 정당성설명, 필요성설명의 책임을 부과하고 또한 재정 및 사회경제에 대한 비용을 예측시켜 비용 대 효과의 균형에서의 견제도 요구되고 있다.

또한 한시입법의 수법의 도입이나 종래부터 입법심사를 위하여 개발된 청색심사표(Blaue Prüffragen)를 더욱 발전시켜 심사질문표를 연방 각부의 공통직무규칙에 취급하여 그 준수를 요구하는 외에 법령심사기관(Gesetz-TUV)의 설립도 제안하고 있다. 심의회는 이러한 규범개선의 일환으로서 EU규칙이나 지령에 의한 입법에 관하여도 보충성의 원칙에서 재검토를 요구하는 외에 행정입법인 규칙이나 지침에 관해서도 필요성을 심사하고 불필요한 부분의 삭감을 제언하고 있다.

능률적인 국가심의회가 1997년 10월 6일에 제출한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연방정부는 1999년 12월 1일 “국가현대화-현대행정(Moderner Staat – Moderne Verwaltung)”이라는 행정개혁프로그램을 각의결정하여 시행하였다.

특히, 연방의 입법절차의 개혁과 관련하여 연방각부공통직무규칙(GGO)을 전면개정하여 종래의 입법절차관련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한편 새로운 정보기술에 대응한 행정업무처리의 방법과 기준을 전면 재설정하였다.

그리하여 1998년 연방정부는 GGO의 전면개정작업을 결정하고, 연방내무부에 전면개정작업을 위한 부서를 설치하여 연방내각처, 연방재무부, 연방법무부, 연방경제기술부, 연방교통건설주택부가 이에 협력하게 되었다.

당초 작업부서는 GGO Ⅰ만을 개정할 예정이었으나, 1998년 12월 GGO Ⅰ과 Ⅱ를 통합하여 전면개편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연방내무부의 초안작성후 심의대상을 모든 연방정부로 확대하여 1999년 가을에 최종안을 마련하였으며 그 후 경미한 수정을 거쳐 2000년 7월 26일에 각의결정되어, 2000년 9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법률의 제정절차

1) 법률안의 발안

독일기본법에 의하면 연방법률은 연방의회에 의해서 의결되며, 법률의 발안 즉 연방의회에 대해 법률안을 제출하는 헌법상의 권능은 연방의 3개기관 즉 연방정부, 연방상원(Bundesrat) 및 연방의회의원에 속해 있다(기본법 제76조제1항). 연방의회내부로 부터는 법률안이 당연히 또한 직접 제출될 수 있는데 반하여 연방정부의 발안권과 연방상원의 발안권은 특별한 방법으로 서로 결부되어 있다. 즉 양기관은 어느 것도 타방의 참가 없이 직접 연방의회에 법률안을 제출할 수 없다.

즉 연방정부는 사전에 초안을 연방상원에 “태도결정(Stellungnahme)”을 요구하기 위하여 제출한 경우에 한해 법률안을 연방의회에 제출할 수 있다. 연방상원의 적극적 또는 소극적인 태도결정은 법적으로는 구속력이 없는 입법자에 대한 권고의 의의를 지닌다.

연방정부는 이 태도결정을 법률안에 부가하여 함께 연방의회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연방참의원의 “최초의 투표권”에 의한 통과절차는 연방법률의 실시에 책임을 지닌 각 주집행부의 전문적 지식을 연방의회의 심의를 위하여 가능한 한 조속히 실시하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다른 한편 연방상원은 스스로의 법률안을 연방정부를 경유해서만 연방의회에 송부할 수 있다. 따라서 연방상원의 발안권은 제출권을 포함하지 않는다. 연방정부는 모든 경우에 연방참의원의 초안에 스스로의 의견을 붙여 연방의회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헌법의 실제는 상술한 것과 같은 법률발안의 경우에 있어서 연방의회, 연방상원 및 연방정부의 법률상의 동권과 거의 일치하고 있지 않다. 제출되는 법률의 거의 대부분은 연방정부의 발안에 의거한 것으로서 연방정부가 법률발안의 분야에서 실무상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법률발안상의 우월성은 “정부의 사실상의 발안독점”을 결코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발안에 관하여 정부가 입법부에 대해 우위에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러한 현상의 기본적인 조건은 미국과 같은 권력분립원리에 철저하지 않은 독일헌법의 구조이다. 입법부에 미치는 집행부의 영향, 법률발안에 있어서 정부의 우월은 헌법상 부당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본법은 그러한 사태를 원칙적인 경우로서 그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기본법 제77조제1항의 발안권자중에서 연방정부를 첫번째로 열거하고 있다.

물론 발안권자의 문언상의 순서로부터 정부발안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권력분립의 원리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독일의 헌법생활에서 정치적 효과가 큰 예외적인 경우에만 법률발안의 가능성을 이용한다는 독일의회의 전통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전통적 경향에 의거하여 분업화된 사회의 다층적인 규범적 질서는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전문가들은 정부초안의 준비를 위하여 활동하는 각부처의 관료만이 필요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경제적 또는 사회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필요한 기초사실을 입수하여 스스로의 행정경험에 의거하여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원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으로 전문가가 아니므로 적절한 판단의 형성에 필요한 제사실의 자료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법률안의 작성에 있어서 그들은 관료의 자발적인 협력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연방의회와 달리 연방상원은 주의 관료들을 필요한 전문가로서 이용하고 있으나, 연방상원의 발안이 양적으로 적은 것은 지방적 이익을 대표하는 각 주에게 어떤 법률을 적극적으로 만든다는 공통의 의사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교포신문사는 독자들의 독일이해를 돕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 등에 관해 ‘독일을 이해하자’라는 연재란을 신설하였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1224호 29면, 2021년 6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