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 98 – 사회 ④

유로운 종교활동

독일 종교계는 점점 다원화되고 눈에 띄게 세속화되고 있다. 독일 인구의 55%가 최대 규모의 기독교 교파인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자라고 밝혔다. 가톨릭은 27개 교구와 이를 관할하는 독일주교회의가 있고 개신교는 주(州)교회 교단과 상부 조직인 독일개신교협의회가 있다.

11,500개 교회에 2,460만 명의 신자를 둔 독일의 가톨릭 교회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을 중심으로 한 세계 교회(가톨릭 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믿음공동체)에 속한다. 독일개신교협의회(EKD)는 루터교, 개혁교회, 연합교회를 교파로 하는 20개의 자립적 주(州)교회 교단의 상부조직으로 개신교신자의 대다수인 약 2,300만 명이 속해 있다. 독일 인구의 36%는 무교라고 밝혔다.

한편 교인의 연령이 높아지고 교회를 떠나는 신자가 많아지면서 기독교인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각각 162,000명과 190,000명의 가톨릭 신자와 개신교 신자가 교회를 떠났다. 특히 독일 동부 지역의 경우 기독교인이 눈에 띄게 적다.

이슬람교는 이민자의 증가로 인해 독일 종교계에서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독일에 거주하는 50여 개 국가 출신의 무슬림은 약 4백만에서 5백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중앙집계는 실시되지 않았다. 독일의 많은 도시에 규모가 큰 이슬람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2006년부터 독일이슬람회의를 개최하면서 독일 정부와 무슬림 간 소통을 위한 공식 통로가 생겼다.

독일 내 유대인 커뮤니티는 홀로코스트로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동서 대립 종식 이후 구 소련에서 이주해온 유대인들에 의해 다시 형성되었다. 현재 독일에는 약 20만 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다. 그 중 100,000명은 105개의 유대인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다. 1950년 설립된 독일 유대인중앙위원회를 상부기구로 하는 이들 커뮤니티는 독일 종교계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독일은 국교가 없다. 국가와 종교의 관계는 기본법으로 보장되는 종교의 자유와 국가의 이념 중립성과 종교단체의 자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교분리 원칙을 토대로 한다. 국가와 종교 단체는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면서 협력한다.

정부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유치원과 학교에 재정을 지원한다. 교회는 사회적 활동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가가 징수하는 교회세를 납부한다. 학교는 종교를 정규 수업 과목으로 제공해야 한다(베를린과 브레멘에서는 일부 예외 조항 적용). 현재 이슬람 수업을 확대 중이다. 학교에 다니는 무슬림 가정의 아동과 청소년에게 종교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교사들을 추가 양성하고 있다.

한편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교구는 쾰른 대교구(약 200만 명), 개신교 신자가 가장 많은 주(州)교회 교단은 하노버(약 260만 명), 대규모 이슬람교 사원은 야부즈 술탄 셀림 사원(만하임), 세히트릭 사원(베를린), 파티흐 사원(브레멘)이며, 신자가 가장 많은 유대인 커뮤니티는 베를린(10,000명)이다.

생동감 넘치는 문화국가

독일을 대표하는 단 하나의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의 문화가 놀랄 만큼 상반된 형태로 공존하거나 얽혀있고, 서로를 밀어내고 끌어당기며 존재한다. 21세기에 독일을 문화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독일이 성숙하고 발전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놀라움과 당혹감, 종종 긴장감까지 주는 다양성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1871년이 되어서야 통일국가의 모습을 갖춘 독일의 연방주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49년 수립된 독일연방공화국뿐 아니라 1990년 재통일된 독일 역시 의식적으로 연방주의 전통을 계승하였고 문화고권을 각 주(州)에 일임하였다. 그 후 1998년에 이르러서야 연방총리실 직속의 문화미디어 특임관 제도가 생겼다.

수많은 중소국가 및 자유도시가 결합한 과거 독일의 구조를 반영하듯 약 300개의 시립 및 주립 극장과 130개의 전문오케스트라(일부 방송국 소속) 등 다양한 문화 기관과 시설이 독일에 소재한다. 국제적으로 가치가 높은 전시물을 소장한 540개의 박물관 역시 독일의 자랑거리이다.

이처럼 독일은 문화시설의 다양성 면에 있어서 세계 으뜸이다. 대부분 공공부문이 운영하는 극장, 오케스트라, 박물관에 대한 만족도가 기본적으로 높다. 그러면서도 이들 문화시설은 공공예산이 제공하는 한정된 재정, 사회인구학적 변화와 미디어 변화 그리고 디지털화 현상으로 인해 격변의 시기에 있으며 새로운 방향 모색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문화강국으로서 독일의 명성은 음악계를 대표하는 바흐, 베토벤, 브람스, 문학계를 대표하는 괴테, 실러, 토마스 만과 같은 독일 출신의 거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예술에서도 독일은 모든 장르마다 대표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하였다.

반면에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이미 오래 전에 겪은 과정을 뒤늦게 경험하고 있다. 바로 독일만의 전통이라는 토대 위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영향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내러티브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 예로, 이민자 가정 출신의 젊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문화의 조우와 융합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을 음악이나 시의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지역의 예술 및 문화 기관이 생동감 넘치는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변모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들 기관은 독일의 저력이자 독일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또한 베를린 심장부에 자리한 베를린성을 복원하여 2021년 개관한 “훔볼트 포럼” 박물관은 독일 문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 훔볼트 포럼” 프로젝트는 세계 개방성을 지향하며 국가 간 지식교류와 문화 간 대화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70호 29면, 2022년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