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 124 – 독일의 교육제도(4)

◈ 중등교육(Sekundarstufe) ➀

1차 중등교육 단계 학교 선택 과정

독일에서 1차 중등교육 단계 학교 선택 과정은 대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기초학교 마지막 학년(4학년 또는 6학년) 중반에 학교는 미리 학부모에게 학생을 위해 가장 적합한 학교의 종류가 무엇인가에 대한 상세한 의견을 서면으로 통보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담임교사 및 학과목 담당교사들과 학부모 사이에 미팅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서면 통보와 미팅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이다.

이러한 모든 절차는 대개 2월~3월에 끝나며, 최종 선택은 3월 말에 내리게 된다. 4년간 담임을 연임하면서 담당 학생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지도해온 담임교사는 학생의 학업발달 상황, 학습능력, 잠재력 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대개의 경우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학부모와 담임교사의 입장이 다를 경우, 학부모는 전문가의 조언과 학업능력 테스트를 요청할 수 있으며, 또한 심지어 모든 제안을 거부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도 있다. 선택의 최종 결정권은 학부모에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1차 중등교육 단계에 진입한 이후에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원하거나 교사나 학교가 제안하는 경우 협의를 거쳐 학교의 종류를 바꿀 수 있다. 각 주정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개 9학년 시작 전까지는 학교 종류 변경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의 종류를 바꾸는 학생들은 매년 5%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성공적인 경우는 대개 김나지움에서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로 옮기는 경우에 국한된다. 그리고 드물긴 하지만, 1차 중등교육 단계를 마치고 2차 중등교육 단계로 진입할 때 학교 종류를 바꾸거나, 또는 2차 중등교육 단계에 진입한 이후에 학교 종류를 변경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번 학교 종류를 선택하면 중간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이 선택이 학생의 학교생활과 수업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앞으로의 진로 및 직업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택의 중요성에 비해 선택의 시기가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조기 선택의 찬반양론을 수용하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선택을 2년 정도 미루자고 제안한다. 베를린 주나 브란덴부르크 주의 경우처럼, 초등교육단계를 6년제로 늘리자는 것이다. 학습 능력 발달은 장기간에 걸친 관찰이 필요하며, 늦게 발달하는 아이들에게도 충분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 연령 연장을 위해서는 교사 양성 제도 개혁이 필요하고, 또 이를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충분히 증명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이다

1차 중등교육(Sekundarstufe I)

독일의 학생들은 초등교육을 마친 후 1차 중등교육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중학교까지 일원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독일 학생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여러 1차 중등교육 단계 학교 형태들 중 어느 쪽으로 진학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선택할 수 있는 학교 형태의 종류는 전통적으로는,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를 비롯하여 레알슐레(Realschule)와 김나지움(Gymnasium)이 있다.

하우프트슐레는 기존의 8년제 국민학교가 서독에서 60년대 후반 4년제(서베를린의 경우는 6년제) 기초학교와 5년제 하우프트슐레(서베를린의 경우 3년제)로 분리되면서 생겨났다. 그러다가 점차로 다른 1차 중등교육 기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5년제(5~9학년)가 아닌 6년제(5~10학년)로 운영하게 된다.

하우프트슐레의 교육목표는 ‘기초적인 보편 교육’에 있으며, 하우프트슐레를 졸업하면 2차 중등교육 기관 중 하나인 직업학교(Berufsschule)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래서 하우프트슐레의 수업은 이론보다는 주로 직업 선택을 염두에 둔 실습과 작업 위주로 구성된다.

하우프트슐레가 ‘기초적인 보편 교육’을 목표로 삼고 있는 반면, 레알슐레는 ‘확장된 보편

교육’을 목표로 삼는다. 교육연한은 6년(5~10학년)[베를린 주와 브란덴부르크 주는 4년(7~10학년)]이며, 졸업을 하면 직업전문학교(Berufsfachschule), 전문상급학교 (Fachoberschule) 또는 김나지움 상급반(Oberstufe) 입학 자격이 주어지고, 곧바로 취업을 할 수도 있다.

수업은 취업을 염두에 두고 실습 위주로 진행되지만, 하우프트슐레와는 달리 이론교육도 병행하여 이루어진다. 7학년부터는 중점 분야[자연과학/기술 분야나 경제/사회 분야 혹은 제2외국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사항은 주정부에 따라, 그리고 각 학교에 따라 다르다.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와는 달리 김나지움은 ‘심화된 보편 교육’을 지향하며, 졸업 시험인 아비투어(Abitur)에 합격하면 대학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김나지움은 일반적으로 5학년부터[베를린 주와 브란덴부르크 주는 7학년부터] 시작하며, 12학년 또는 13학년에서 끝난다. 10학년까지는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와 마찬가지로 1차 중등교육에 해당되며, 11학년부터는 2차 중등교육에 속한다.

김나지움의 교육과정은 대학 수학을 위한 능력을 갖추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나지움의 종류를 중점 이수 과목에 따라 크게 나누면, 오랜 전통을 지닌 인문주의 김나지움 (Humanistisches Gymnasium)과 19세기 중반 이후 생겨난 현대어 김나지움 (Neusprachliches Gymnasium) 그리고 스포츠 김나지움, 음악 김나지움 등이 있다.

다음 호부터는 각급 중등과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1296호 29면, 2022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