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 123

독일의 교육제도(3)

◈ 초등학교(Grundschule)

독일의 취학 연령은 주정부의 학교법에 따라서 6월 30일 또는 9월 30일을 기준하여 만 6세이다. 만 6세가 아니더라도 자녀의 취학을 원하는 학부모는 학교에 입학을 신청하고 심사 후 입학할 수 있다. 또한, 만 6세가 되었지만 다음 해에 취학을 원하는 경우에도 학부모의 신청에 따라 학교의 심사 후 가능하다.

이에 대한 결정은 해당 학교장이 하는데, 취학 아동은 취학 연령에 이르기 15개월 전에 공중보건소의 학교 담당 의사로부터 인지적, 신체적, 사회적인 발달 상태에 대해서 검진을 받는다. 필요한 경우 다니고 있는 유치원 교사들도 아동의 발달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한다.

취학 학교 선택에 대해서는 각 주별로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교육청에서는 주거지역 내 초등학교를 지정하여 학부모에게 알린다. 학부모는 학교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교육청에서 지정한 학교에 다른 학교로 입학하게 되었다는 것을 통보해야 한다.

학부모는 취학하기 전 여름 학기 동안 자녀와 함께 학교를 방문해서 교장과 면담을 하여 자녀의 취학 능력을 확인한다.

국민 기초교육

6월 30일을 기점으로 만 6세가 된 아이들은 대체로 8월이나 9월에 시작하는 4년제 초등학교(Grundschule)에 입학한다. 독일의 교육제도는 주(州) 정부의 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초등학교의 수학연한, 입학시기 등 학교 운영이 주(州) 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의 16개 주 가운데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주에서는 초등학교가 6년제이다.

초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정규수업 과목은 종교, 독일어, 수학, 미술, 음악, 체육, 사회생활(Sachunterricht)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당 20시간에서 24시간 정도이다. 그밖에 합창, 악기 다루기, 체조나 배구 등과 같은 특별활동 시간(주당 2시간 정도)을 마련하여 희망하는 학생들이 참가하도록 함으로써 특기와 소질의 계발과 취미활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터키, 이탈리아 등 외국인 학생들의 수가 비교적 많은 독일학교에서는 이들을 위하여 모국어 강좌를 별도의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며, 독일어가 서투른 외국인 학생들을 위하여 개별지도를 통해 독일어 수업을 추가로 보충해 주기도 한다. 이에 따르는 수업료를 별도로 지불하지는 않는다.

OECD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20.9명으로, 한국의 31.2명보다는 훨씬 적지만 OECD국가의 평균 18.3보다는 많다. 1990년 10월 3일에 동서독이 통일된 후 국가재정의 상당부분을 구 동독 지역의 개발을 위하여 쏟아 붓고 있어서 학교의 시설 등 교육 투자에 장애를 받고 있다.

개인의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

초등학교를 마치고 나면 다음 단계로 진학해야 할 학교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성적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독일어와 수학에서 최소한 2.5점 정도까지를 받은 학생들은 김나지움(Gymnasium)이라 불리는 인문계 학교를 추천 받게 되고, 3.0점 정도까지를 받은 학생들은 레알슐레(Realschule) 진학을 권고 받게 되며 그 다음 학생들은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진학을 권고 받는다.

진학할 학교에 대한 교사의 추천에 대해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학생의 능력과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믿고 따르지만 추천에 이의를 갖는 학부모의 경우는 학생의 적성검사와 담임 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재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초등학교 졸업 후 상급학교 진학의 예를 들어보면 프랑크푸르크에 있는 하인리히-젤리거 슐레(Heinrich-Seliger Schule)라는 초등학교의 경우 4학년 졸업대상자 80명 중에서 김나지움에 42명, 레알슐레에 16명, 종합학교(Gesamtschule)에 19명, 하우프트슐레에 1명, 유급이 1명이었다고 한다.

독일에서도 초등학교에서 진학결정을 하는 데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기되는 대표적인 문제점 세 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초등학교를 마치고 진학하는 학교의 종류를 결정한다는 것은 장래의 진로를 크게 좌우하는 문제인데 비하여 그 결정시기가 학생들에게 너무 이르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만들어진 학교가 바로 종합학교(Gesamtschule)이다. 이러한 종합학교에서는 4년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너무 일찍 결정하기를 꺼리는 학생들을 위하여 2년간(5∼6학년 과정)의 오리엔테이션 과정(Orientierungsstufe)을 운영한다. 이 학교를 다니게 되면 진학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숙고할 여유를 더 갖게 되는 셈이다.

2. 부모들의 욕심으로 학생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는 교육청 당국과 학교가 공동으로 부모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하여 아비투어로 가는 길이 다양함을 알려주는 한편, 학생의 능력에 부담을 주는 진학 결정은 학생에게 정신적으로 커다란 장애를 줄 수 있음을 학부모들이 간과하지 않도록 교사와 학부모의 협의상담시 강조한다.

3.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직업교육과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수준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은행원으로 일하는 자리에 이전에는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 졸업의 학력이면 충분했었지만 이제는 아비투어(김나지움 졸업인정)를 요구하는 등 일자리를 제공하는 측에서 점차로 높은 학력의 소유자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독일 국민들의 바탕에 깔린 기본의식이 ‘개인은 어느 직업을 가지든지 자신의 적성에 맞고 즐겁게 일하면서 인생을 향유할 수 있으면 된다’는 사고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10세)를 마칠 때 장래의 진로가 거의 결정되는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별다른 문제없이 결정하고 있다.

1295호 29면, 2022년 1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