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사 조윤선 문화사업단장은 지난 10월 4일 서울 중구 삼일대로 330 평화빌딩 3, 4층에 위치한 한국교회사연구소를 방문 소장인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김영자(베커스)박사와 함께 사료 발굴 및 선교자료 조사를 연구활동을 펼친 바 있어, 독일 동포사회에도 잘 알려져 잇는 연구소이다. -편집자 주
교포신문: 먼저 귀한 시간 내어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독일과 한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베네딕도수도회의 한국 선교 및 활동을 통해서도 한국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교회사연구소도 수차례 독일 현지에서 선교 및 문화유산 자료 등을 조사, 발굴한 바 있어,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재독동포사회에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먼저 한국교회사연구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 먼 길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려 파독광부와 간호사분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1964년 8월 17일(김대건 신부 사제 서품일 날짜) 가톨릭대학교 산하 연구소로 출발하여 지금은 (재단법인) 한국교회사연구소로 활동하고 있고, 내년이면 60주년 환갑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300여권이 넘는 영인본, 단행본 등을 간행하고, 특히 한국가톨릭대사전12권을 완간시켰습니다.
1964년 8월 17일 가톨릭대학교 부설연구기관으로 첫발을 내디딘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설립 당시에는 교회사를 전담하여 연구하는 기관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교회사 연구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한 실정이었습니다. 그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교회사 연구를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오직 연구 활동에만 전념했습니다. 그 결과 1985년 3월에는 한국 최초로 세 권으로 된 『한국가톨릭대사전』을 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많은 분들의 후원과 격려 속에 1988년 3월 25일 사단법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며, 이후 본격적으로 연구 발표회와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그 결과들을 정기 학술 간행물인 『교회사연구』와 월간지 『교회와 역사』를 통하여 널리 알리는 한편, 각종 교회사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간행함으로써 교회사 연구의 내실을 다지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996년 12월 10일에는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더 나은 여건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이후 교회사 연구의 수준을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으며,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보다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여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두 12권으로 이루어진 『한국가톨릭대사전』을 1994년부터 새로 발간하기 시작하여 2006년 4월에 드디어 완간하였습니다.
또한 근대사 연구에 꼭 필요한 『뮈텔 주교 일기』를 모두 번역하여 8권으로 간행하였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대사전뿐 아니라, 교회사 연구 총서 등을 통해 학계에 꼭 필요한 학술연구와 자료 등을 소개하고, 연구자 양성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이만큼이나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은 설립자이자 초대 연구소장이셨던 최석우 안드레아 몬시뇰을 비롯한 연구소의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조건 없이 연구소를 지원해주시고 아껴주셨던 은인들 덕분입니다.
연구소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사 연구기관으로서의 역량을 더욱 키워나가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애정 어린 질책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 주 활동사항
월간지 「교회와 역사」(2023년 10월호인 581호까지 간행함)를 통하여 중요한 사료와 최근의 연구 소식을 전하고, 학술지 교회사 연구(현재까지 62집 간행)를 1년에 2번 간행하여 한국연구재단 학술 등재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하반기 공개대학을 준비하여 교회사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분기별 4회의 연구발표회, 연 1회 이상의 국내 심포지엄 혹은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합니다. 최근 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서 전시 및 박물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파리외방전교회, 오틸리엔 수도 연합회 등과 공동 아카이브 정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주요사업으로는 조선의 초대 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운동에 대한 역사자료 수집과 연구, 2031년에 맞이하는 서울대교구 200주년 역사 정리 작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 외국과의, 특히 독일과의 사업 소개
국외소재 문화재 재단과 MOU를 체결하여, 오틸리엔 수도회에 보관되어 있는 한국 관련 사진들 2,000여점의 유리건판 사진에 대한 디지털라이징 작업과 해제 및 연구자료 활용을 위한 아카이빙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베네딕토회의 선지훈 신부님이 정선의 그림 화첩과 ‘양봉요지’(養蜂要誌, 양봉기술을 알려주는 한국 최초의 교육교재)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에 연구소가 함께 참여했다.
– 김영자(베커스) 박사와의 인연
송란희 연구이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독일 출장을 통해 알게 된 베커스 박사님을 송란희 연구이사가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독일에서 거의 평생을 살면서 오랫동안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린 베커스 박사는 솔직하고 순수한 소녀같은 할머니 박사님이십니다. 최근 안중근의 사촌인 안봉근에 대한 새로운 자료들을 드레스덴 박물관에서 많이 발굴하셨고,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 최근 독일에서의 활동은?
지난 8월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과 드레스덴 박물관의 수장고에 방문했습니다. 양봉요지가 발견된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 또 다른 한국 관련 유물을 발굴하고, 드레스덴에 보관된 제주도 관련 유물로 국제 교류전과 같은 전시 기획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 앞으로 독일에서의 활동계획
한국에서도 안중근의 사촌 안봉근에 대한 자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에 다시 알게 된 안봉근 관련 자료에 대한 자세한 발굴과 연구를 이어갈 것이다. 이 연구는 김영자 박사와 윤재원 박사가 한국교회사연구소와 공동 연구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드레스덴 박물관에 있는 제주도 관련 유물을 중심으로 제주 민속 자연사 박물관과 협업하여 국제 교류전을 기획하고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 기타 더 알리고 싶은 이야기
한국교회사연구소는 그동안 박해시기 순교자들의 역사에 집중하였습니다. 너무도 소중한 신앙의 역사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대중들은 삶의 역사에 집중하고 있기에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삶과 사람에 맞추어 하는 연구와 대중성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깊은 연구와 함께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지만, 그래도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오늘날 역사 연구소가 가야할 방향이 될 것입니다.
연구소에는 한국천주교회사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자료들이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고,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고서와 고문서들도 많이 있다. 또 일제시대의 공백을 메어 줄 <뮈텔문서군>이라는 좋은 자료도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을 잘 활용하도록 판독과 번역을 완수하여 제공할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교포신문: 귀한 시간 내어주신데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합니다.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 감사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1338호 14면, 2023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