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 163

독일의 직업교육은 국가와 산업계가 함께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했기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국가는 직업교육생들의 노동 환경 및 제반 조건을 제도적으로 마련했다. 동시에 회사가 직업교육생의 수와 선발 과정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줬다.

노동법이 엄격한 독일이지만, 직업훈련생에게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직업훈련을 어디까지나 노동관계가 아닌 교육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직업훈련생에게 최저임금에 덜 미치는 임금을 주지만, 이들을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업학교나 대학교육 비용을 대신 부담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고품질의 노동력은 다시 독일 산업계를 발전시키는 기반이 된다. 청년과 기업, 국가가 모두 이익을 얻고 선순환하면서, ‘Made in Germany’의 가치는 오늘도 더 높아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대학 진학에 대한 선호도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학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 직업군이 늘어나면서 ‘듀알레스 스튜디움(Duales Studium)’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직업훈련은 직업학교에서 이론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실습에 좀 더 방점이 찍혀있다. 직업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경우 아우스빌둥 증명서를 받는다.

하지만 듀알레스 스튜디움은 대학교육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과정을 마치면 학사 학위를 받는다. 듀알레스 스튜디움을 이수하면 대졸자가 되는 동시에 현장 경험도 인정되어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듀알레스 스튜디움은 다시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아우스빌둥 연계 듀알레 스튜디움(Das ausbildungsintegrierende duale Studium)’과 ‘실습 연계 듀알레 스튜디움(Das praxisintegrierende duale Studium)’이다.

아우스빌둥 연계 듀알레 스튜디움은 대학 졸업장과 아우스빌둥 증명서를 둘 다 받을 수 있으며, 후자는 대학 졸업장만 받는다. 이는 전공 분야와 교육과정의 시스템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어느 한쪽이 우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 학위와 실습 경험,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고자 하는 이들에게 제격인 ‘듀알레스 스튜디움’에 대한 인기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독일 직업교육연방연구소(Bundesinstitut für Berufsbildung)의 통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듀알레스 스튜디움 과정은 거의 3배로 증가했다. 참여하는 학생과 회사도 그만큼 늘어났다.

같은 기간 듀알레스 스튜디움에 참여하는 회사는 2004년 1만 8000여곳에서 4만7000여 곳으로 증가했다. 참여 학생 수도 4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늘었다.

듀알레스 스튜디움은 보통 3년-5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학생들은 대학이 아니라 회사에 직접 지원해야 한다. 회사에 먼저 고용되고 나면 회사와 협력 계약을 맺은 종합대학, 직업아카데미, 전문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이론을 배운다. 교육 과정은 3개월씩 이론/실습을 교차하거나 아니면 한주에 이론/실습을 번갈아 배우는 방식 등 다양하다.

듀알레스 스튜디움 월급은 전공 분야 및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월 860유로 정도다. 듀알레스 스튜디움은 ‘교육’으로 보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월급은 연차가 올라갈수록 조금씩 증가하며, 출퇴근을 위한 교통비나 근무지와 교육기관 간의 거리가 있을 경우 월세 일부를 부담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이론 수업에 대한 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듀알레스 스튜디움은 회사가 양질의 노동자를 키우기 위한 교육이자 투자의 개념이다. 이 때문에 일부 회사는 듀알레스 스튜디움을 이수한 이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을 두기도 한다.

듀알레스 스튜디움은 첫째, 기업이나 직업 현장에서 실습 중심의 교육을 받고 싶은 이들 둘째, 공부를 하고 싶지만 재정적 수익이 필요한 이들 셋째, 하고자 하는 분야가 확실하고 졸업 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듀알레스 스튜디움 졸업생들의 약 80%가 과정을 마친 이후 해당 기업에 그대로 채용된다고 한다. 회사와 학생들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다. 물론 공부나 일, 둘 중 하나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과정임은 분명하다.

듀알레스 스튜디움을 마치고 취업하는 경우, 일반 대학 졸업생보다 초봉이 높다. 같은 학사 학위를 가졌지만, 듀알레스 스튜디움은 실무 경력을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회사 또한 분야별로 실력이 확인된 질 높은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독일에서 듀알레스 스튜디움 과정을 제공하는 회사는 5만 여곳에 이른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의 주요 차량 제조업체는 물론 대부분의 대기업, 왠만한 규모의 중소기업이 모두 듀알레스 스튜디움 과정을 제공한다.

듀알레스 스튜디움의 자리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물론 아니다. 2016년 기준 아디다스(Adidas) 듀알레스 스튜디움 과정은 15명 정원에 1700여명이 지원했다. 독일의 대표 은행인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에서도 경쟁률이 50대 1에 달했다고 한다.

회사와 연계되어 있는 교육기관 또한 대학 교육 수준을 보장한다. 회사 근교에 있는 종합대학이나 응용과학대학 등에서 일반 대학생과 같은 교육을 받는다. 독일 내에서 듀알레스 스튜디움이 가장 활발한 바덴뷔르템부르크 주의 경우 2009년 듀알레스 스튜디움 과정만 전문으로 하는 최초의 공립대학(Duale Hochschule Baden-Württemberg)이 설립되기도 했다. 독일 통신사인 도이체텔레콤은 라이프치히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응용과학대학(Hochschule für Telekommunikation Leipzig)을 운영하고 있다.

1338호 29면, 2023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