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본(Bonn)에서 성황리 개최

독일과 한국을 잇는 대표적인 민간 교류 단체인 독한협회(Deutsch-Koreanische Gesellschaft, DKG)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20일, 협회의 역사적 발상지인 본(Bonn) LVR 주립박물관에서 기념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당일 지속된 폭염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한국의 정•관계 주요 인사, 재독 동포, 차세대 한인 리더, 그리고 한국을 사랑하는 독일인 등 약 100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참석자들은 협회가 걸어온 지난 6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양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 협력의 비전을 깊이 있게 공유했다.

행사는 전 주한독일대사인 롤프 마파엘 독한협회 회장의 환영사로 문을 열었다. 이어 헨드릭 뷔스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총리와 플로리안 한 독일 외무부 국무장관의 영상 축사가 상영되었으며, 임상범 주독일대한민국대사, 하르트무트 코쉭 독한협회 명예회장, 하이케 베렌스 독한포럼 이사장, 김영진 한독협회 회장, 변철환 본분관장, 정성규 재독한인총연합회장 등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마파엘 회장은 환영사에서 “독한협회가 독일 내 한국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평생에 걸친 교류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연방대통령의 기념문집 축사 중 “독한협회와 같은 기관은 직접적인 만남과 깊이 있는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지정학적 긴장과 분열이 심화되는 시대에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독일이 최적의 동반자로서 가교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임상범 주독대사는 축사를 통해, 1966년 협회 창립 당시 한국의 1인당 GDP가 130달러에 불과했던 절대적 빈곤의 시기부터 오늘날 전 세계를 사로잡은 K-Pop, K-Drama에 이르기까지 한국이 이뤄낸 눈부신 변화의 여정 속에서 독한협회가 든든한 파트너이자 동반자로 함께해 준 것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특히 한국 문화에서 ‘60년(환갑)’이 지닌 의미가 하나의 주기를 마치고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만큼, 이번 60주년이 양국의 오랜 우정을 바탕으로 차세대 미래를 이끄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연사들은 한 목소리로 국제 질서가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과 독일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이라는 공통 가치를 공유하는 핵심 파트너임을 재확인하며, 양국의 전략적 협력 격상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발표 세션에서는 독한협회의 핵심 차세대 사업인 청소년 교환 프로그램 ‘빌딩 브리지스(Building Bridges)’의 성과가 공유됐다. 2008년부터 진행되어 온 이 프로그램은 양국 청소년들을 문화대사로 성장시키고 장기적인 유대를 지탱하는 든든한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다. 이어 소개된 ‘독한 시니어 브리지(Dokhan Seniorenbrücke)’ 프로젝트는 쾰른•본 지역을 중심으로 재독 한인 1세대 어르신들의 사회적 소통을 돕고, 젊은 세대에게는 생생한 문화적 지혜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세대 간 교류 모델로 큰 주목을 받았다.

본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두 세계 사이에서 – 독일에서의 우리의 삶”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패널 토론이었다. 1세대 파독 간호사부터 2세대, 3세대 재독 한인들이 무대에 올라 독일에서의 삶과 정체성,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세대 참석자들은 1960년대 말 상이한 언어와 환경 속에서도 헌신적인 노력과 연대를 통해 독일 사회의 두터운 신뢰를 쌓아 올린 역사를 뭉클하게 회고했다. 2•3세대 청년들은 다문화적 배경이 주는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성인이 된 후 스스로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을 방문하며 자신의 뿌리를 자랑스러운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시킨 경험을 공유해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토론자들은 향후 1세대의 역사를 소중히 보존하고, 젊은 세대가 한인 커뮤니티와 협회 활동에 지속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과 재정적•정치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편, 이날 행사장은 다채로운 문화 공연으로 풍성함을 더했다. 한국 전통무용단 ‘무악(MUAK) 베를린’의 수려한 전통무용 공연과 본 무지개합창단의 축하 무대, 독일 현지인들로 구성된 K-Pop 댄스 공연 등이 이어져 객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쾰른 음악대학의 젊은 유망주들이 베토벤의 현악 3중주 작품을 완벽한 호흡으로 연주하며 한독 문화교류의 예술적 깊이를 더했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 진행된 샴페인 리셉션에서는 각 지역협회 간 활발한 정보 교환과 함께, 패널 토론에서 던져진 ‘정체성’과 ‘미래 활동’이라는 화두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정해진 시간이 마무리된 후에도 창립 60주년 기념문집 『60년의 이야기들』과 협회 측이 정성껏 준비한 한국 과자 선물을 들고, 못다 한 담론을 이어가기 위해 인근 식당으로 발길을 옮기는 등 식지 않는 열기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독한협회: 1966년 한독 수교 직후 설립된 독한협회는 문화•학술•경제•정치 분야에서 양국 간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독일 전역의 지역협회와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독 우호 증진과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으며, 최근에는 청소년 교류사업 ‘Building Bridges’와 ‘한독 시니어 브리지(Handok Seniorenbrücke)’ 등을 통해 세대 간 교류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홈페이지: https://korea-dkg.de/)

김보라미기자 ahrens.koe@gmail.com

1464호 20면, 2026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