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과 믿음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삶
에센. 동포사회에서 경영인으로서 단체장으로서 널리 알려진 은정표(레오) 전 에센한인회장의 장례봉헌미사가 8월25일 에센 소재 보니파시우스 성당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되었다.
그 동안 투병 중에도 늘 환한 모습으로 사업장에서 손님들을 맞이했던 고인은 한국식품을 즐겨찾는 독일인들에게도 따뜻한 이미지를 남겼다.
전영국(요셉) 전례부장 진행으로 시작된 장례봉헌미사는 기병수(시몬)신부의 집전으로 이어졌다.
기병수 신부는 강론을 통해 “은정표(레오)형제를 보내기 위해 자리에 모였다.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 특히 유가족들은 더 이상 고인을 만날 수 없어 아프고 안타까울 것이다.
2년 동안 레오 형제를 지켜보니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왔다.
특히 성당에서 신앙인으로서 삶의 모범을 보여 주위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존경스러운 한 평생을 살았다.
늘 웃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를 하며 겸손을 잃지 않았던 고인과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마지막 병상에서 야위었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에게 죽음은 가장 큰 슬픔이고 아픔이다.
많은 절망과 슬픔을 맛보지만 신앙인들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 부활과 영원한 생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은 고인을 통해 부활과 희망을 볼 수 있다. 삶이란 하느님께서 나와 지상을 순례하고 세상을 떠나 다시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이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와서 죽음을 이기고 뛰어넘어 영광스럽게 부활했다. 이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이제 우리는 고인을 통해 부활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느끼게 되고 하늘나라에서 언젠가 고인과 마주 할 것이다. 살아있는 자들과 고인은 영적인 유대관계를 통해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고인을 영적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며 강론을 마쳤다.
고별식에서는 1976년 7월 함께 독일에 온 최태호 동기가 고인의 약력을 소개 했고 생전에 친형제와 같은 우애를 나눈 박세환(알로이시오)형제의 부인 정현숙(로사)이 고별사를 낭독했다.
고별사에는 누구보다 꿋꿋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고인의 삶을 추모하는 내용이 절절히 담겨 있어 추모객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장례 봉헌미사를 마친 후, 추모객들은 자리를 옮겨 장지인 에센 Karnap묘지에서 하관식을 갖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배웅했다.
코로나 19 상황으로 일정한 인원만 참석할 수 있었던 장례 봉헌미사와는 달리 장지에는 독일 곳곳에서 함께 한 수많은 지인들이 고인을 떠나 보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을 대표해 박세환(알로이시오)형제는 손수 음식을 준비하고 대형 텐트를 준비하는 등 장례준비에 열성을 다하며,동생 이나 다름없는 고인을 먼저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마지막까지 장례를 위해 김태석(바오로)사목회 회장을 비롯한 성당 교우들은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고인을 배웅하면서 공동체가 가진 따뜻함을 세상에 전했다.
1976년 7월23일 독일 겔센키르헨 광산에 첫 발을 내디딘 고인은 그동안 옥타월드 독일 지회장과 재독호남향우회 회장, 에센 한인회장을 역임하며 지역과 독일 동포사회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나남철기자 essennnc@hanmail.net
1184호 9면, 2020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