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7)
여름에만 은하수가 보이는 이유는?

우리은하의 구조

사람들은 혼자서 살지 않고 서로 모여서 생활한다. 혼자서 사는 것보다 같이 생활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들도 이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동물들도 서로 모여서 살고 따라서 특정한 곳에 집단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나무나 풀과 같은 식물들도 특정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단위는 스스로 빛을 내는 ?별(star)?이다. 별의 세계를 보노라면 집단을 이루는 것이 비단 인간이나 동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별들도 인간이나 동물처럼 서로 모여서 집단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수만, 수십만 개의 별들이 모인 집단을 ?성단?이라고 부르며 천만 개 이상의 별이 모여서는 ?은하?를 형성한다.

태양은 ?우리은하?라는 거대한 별의 무리에 속해 있다. 옆에서 본 우리은하는 별이 중심에 집중되어 있고 주변에는 얇게 모여 납작한 비행접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별들은 중심을 축으로 서로 당기는 힘에 의해 구속되어 있다.

위에서 보면 우리은하는 소용돌이 모양을 하고 있다. 별들은 중심을 축으로 세 개의 거대한 소용돌이 팔이 있다. 이러한 소용돌이를 ?나선 팔?이라고 부르며 나선 팔을 가진 은하를 ?나선은하?라고 한다. 소용돌이 모양은 은하계의 생성 및 운동상태와 연관이 있는데 아마도 맨 처음 은하는 회전운동을 하면서 생겨났기 때문에 소용돌이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나선 팔의 소용돌이 방향은 은하의 운동방향과 같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나 화성이 공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은하 내에서 각 별들은 중심을 축으로 공전운동을 한다. 그것은 달이 지구를 돌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과 유사하다. 지구와 다른 행성들을 거느리고 태양은 우리은하의 중심을 축으로 초속 220㎞의 속도로 공전한다. 이 속도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속도보다 7.5배나 빠른 것이다.

은하수의 정체

여름날 맑은 밤하늘을 보노라면 머리 위를 가로질러 북쪽에서 남쪽 지평선으로 흐르는 뿌연 별의 무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우유를 부어 놓은 것처럼 뿌옇게 빛나는 별의 집단을 우리는 ?은하수(銀河水)?라고 부른다.

서양에서 은하수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됐다. 헤라클레스가 어렸을 때 잠든 헤라 여신의 젖을 먹게 되었는데 그때 헤라클레스가 먹던 젖이 밤하늘에 흘러서 은하수(milky way)가 되었다고 한다. 은하를 뜻하는 galaxy도 우유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옛날 사람들은 은하수를 빛나는 먼지구름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은하수의 정체를 처음으로 정확하게 설명하였다. 그는 기원전 440년경에 은하수가 작고 희미한 별의 집단이라고 주장하였다. 별들이 작고 희미한 데다 그 수가 너무 많아 뿌옇게 보인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의 주장을 믿지 않았지만 데모크리토스의 생각은 정확한 것이었다. 1609년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여 은하수가 많은 별들의 집합체라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데모크리토스의 주장을 입증하였다.

우리은하는 그 크기가 매우 커서 빛의 속도로 여행하더라도 반지름이 5만년이나 된다. 태양은 중심으로부터 빛의 속도로 약 3만년 떨어진 주변부에 위치한다. 지구의 공전에 따라 우리는 여름철에만 우리은하의 중심부에 몰려 있는 별의 무리를 볼 수 있고 이를 은하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밤하늘에 우리은하에 속해 있는 별 뿐만 아니라 다른 은하에 속한 별도 보게 된다. 그리고 다른 은하에도 많은 별이 있다. 하지만 다른 은하에 속한 별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수천만 개의 별이 모여 있는 은하라도 지구에서는 한 개의 별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반면 우리와 가까이 있는 우리은하 내의 별들은 잘 보이며 특히 은하의 중심부에 몰려 있는 별들은 여름밤에 은하수의 형태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은하수는 여름에만 보이는 것일까? 은하수가 별이 많이 모여 있는 별의 중심부라면 여름에도 가을에도 은하수를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바라보는 우리은하의 중심에는 적어도 1,000억 개의 별이 있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은하의 가장자리 방향에는 수백만 개의 별들이 흩어져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은하의 가장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지구는 일년마다 태양을 한바퀴씩 돈다. 이러한 지구의 운동에 따라 지구에서는 여름에만 은하의 중심부분을 볼 수 있게 된다. 반면에 겨울에는 반대쪽으로 원반의 가장자리 부분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지구에서는 여름에만 은하수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겨울에는 비록 은하의 중심은 아니지만 은하의 원반 부분에 모여 있는 별의 무리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겨울에도 태양의 바깥쪽에 모여 있는 은하 원반에 모여 있는 별들이 희미하게나마 은하수로 나타나게 된다. 은하의 중심이 아니더라도 원반 부분의 가장자리에는 별들이 제법 있기 때문에 겨울밤에도 희미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봄과 가을에 지구는 각각 우리은하의 원반부분이 아닌 위쪽과 아래쪽을 향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별이 적은 원반의 위쪽과 아래쪽을 보게 되고 별이 몰려있는 원반부분은 볼 수가 없다. 가을과 봄의 밤하늘에는 별들이 적은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만약 겨울이나 봄에도 우주선을 타고 태양의 건너편으로 가서 은하의 중심을 관찰한다면 여름밤에서와 마찬가지로 눈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은 은하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1185호 22면, 2020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