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 한의사의 건강칼럼 (104)

多汗症(다한증)

땀은 정상적으로 흘리는 땀이 있고, 비정상적으로 흘리는 땀이 있다. 정상적인 땀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체온 조절 기능, 피부의 습도 유지, 노폐물 제거 등이 기능을 하게 되는데 이때의 땀은 97-98%가 수분이며, 나머지는 요소 염분, 크레아틴 등으로 오줌과 비슷한 경우다.

여기서는 비정상적으로 정도가 벗어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다한증을 말하고자 한다. 비정상적으로 가만히 있어도 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많이 나서 사회생활에 지장이 많다며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더군다나 이곳 서구사람들은 땀이 조금만 나도 악취 때문에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필자는 외국에 한약을 지어 보내 치료를 하는 환자들이 현재도 불가리아, 알제리아, 아르메니아, 크로아티아,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 많은데 엊그제도 크로아티아에 사는 28세 여성이 활동적이고 미모도 뛰어나서 여자다운 것은 다 갖추었는데 땀이 많이 나고 땀이 나면 악취 때문에 죽고 싶다며 연락이 와서 한약을 지어 보내준 일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는 밤에 잠을 자면서 나는 땀 때문에 고생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원인이 음과 양의 균형이 깨져서 찾아오는 질병들이다. 한의학에서는 땀을 自汗(자한)과 盜汗(도한)으로 크게 구분하여 치료한다.

자한이라는 것은 가만히 있어도 때를 가리지 않고 축축하게 땀이 나다가 움직이면 더 심하게 흘리는 땀으로, 陽虛(양허)에 속한다. 치료는 당연히 陽(양)을 보하는 치법을 쓴다. 이와는 다르게 잠잘 때 흘리는 땀을 도둑같이 잠을 잘 때만 흘린다하여 도한이라 하는데 이는 잠을 자는 중에만 흘리다가 잠을 깨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멈추는 경우를 말한다. 땀이 많이 나서 마치 목욕을 한 것같이 젖는데도 깨어나서야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陰虛(음허)에 속하여 치료는 마땅히 음을 보하고 火를 내려주는 방법을 쓴다.

도한은 원인이 나이가 들어서 몸에 진액이 마르고 음이 허해져서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젊은 사람들도 음양의 조화가 불균형한 사람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도한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한테 찾아오는 환자들 중 저녁에 잠옷을 세 번을 갈아입어야 된다고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히 자한과 도한으로만 구분하여 치료할 수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식사할 때나 활동 시에 땀이 유별나게 많이 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경우 열이 많아서 자연적으로 발산되는 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원인을 榮衛不和(영위불화)하고 하며 몸의 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깨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라 말한다. 평소에는 땀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운동을 하면 땀이 비 오듯이 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은 기력이 저하되어 신체의 땀 기능 조절이 상실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여름에는 체온 자체가 쉽게 상승하므로 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땀이 그 역할을 하려고 땀을 흘리는 경우는 병적이 아니지만 정도에 따라 심하면 정상이 아니란 말이다. 식탁에 앉아 맛있어 보이는 김치의 고추빛깔만 보아도 얼굴에 줄줄 땀이 흘러내리는 경우나, 겨자를 넣은 시원한 냉면을 먹는데도 전신에 땀이 흐르는 경우, 잠을 자고 나면 옷이 다 젖고 담요조차 흔건히 젖는 경우가 정상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땀은 인체의 체온을 조절하고 피부를 통해 몸속의 여러 가지 노폐물을 처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반대로 체온이 올라가는데도 땀이 나지 않는다면 몸속의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 사우나에 가서 앉아있어도 땀이 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경우 역시 몸의 신진대사가 정상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한방에서는 땀을 일부러 내어 몸의 체온조절을 해주어야 되는 경우도 있다. 만일 감기에 들면 고온이 되며 惡寒(오한)이 심하게 나는데 이때는 땀을 내는 방법만이 해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때문에 서양의학에서는 몸에 감기로 몸에 열이 나면 해열제를 복용시켜 열을 내리지만 한의학에서는 몸에 열을 내어 이불을 덮고 땀을 푹 내는 치료방법을 쓴다. 땀을 내는 과정에 체온도 내려가지만 땀을 통해 감기의 원인이 되는 寒(한)을 쫓아내 체온을 조절해 주기 때문이다.

필자도 태어날 때부터 손발에만 땀이 많이 나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데 이것은 수족다한증이라 말하며 교감신경과의 관계라서 치료하기가 어렵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무엇을 손에만 잡으면 땀이 많이 나서 얼룩이 지며 남들과 악수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어려움이 있고 사회생활이 불편하지만 이것은 치료방법이 힘든 경우다. 요즈음 교감신경을 절단하는 치료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부작용도 많다는 임상보고가 있다.

다한증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바제도병 등), 뇌하수체 기능항진증, 당뇨병, 갈색 세포종, 선단 비대증과 같이 내과적 질환의 일부 증상으로서 나타나기도 하며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나 심장이 허약하여 자율신경계의 평형이 무너진 경우에 겨드랑이나 가슴 한가운데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생각이 너무 많아 심장의 화가 성해져서 심장과 관련된 혈자리에서 땀이 많이 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환자들은 다한의 증상에 의해 여러 가지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일이나 공부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있어, 삶의 질을 현저하게 저하시킨다. 그렇지만, 다한증의 사회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어서 타인에게 이해되지 않은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하거나 사회적인 고통을 받는 환자들도 있다. 대체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염화 알루미늄액의 외용, 통전 요법(이온 영동 치료), 보톡스 주사, ETS 수술(내시경 흉부 교감신경절제술) 등의 방법이 있지만, 각각의 치료 방법에 장단점이 있어 병의 경중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는 신경적인 안정을 권하며 평소에 黃芪(황기)뿌리를 차로 꾸준히 마셔주면 효과가 좋다. 도한증에 복용하는 처방에는 浮小麥(부소맥)이라는 밀이 잘 여물지 않은 밀 쭉정이가 꼭 들어간다. 부소맥이라는 말은 밀을 물에 담갔을 때 가라앉지 않고 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녹차나 호두잎 등으로 차를 만들어 씻어주는 것도 권한다. 알로에나 레몬즙들을 이용해서 부위에 발라주면 강한 냄새를 예방한다고 한다. 필자는 겨드랑 중앙에 있는 極泉(극천)혈에서 피를 좀 내주거나, 침을 놓을 수 있으면 그 혈에 침을 놓고 만일 침을 놓을 수가 없다면 뾰족한 물체로 그 부위를 강하게 자극을 시켜주면 땀을 전신으로 분배를 시키기 때문에 효과가 있어 이 방법을 권한다.

처방을 소개한다.

黃芪(황기) 黨蔘(당삼)牡蠣(모려) 五味子(오미자)浮小麥(부소맥)地骨皮(지골피)銀柴胡(은시호) 龍骨(용골) 生地(생지) 知母(지모) 黃芩 (황금)

1196호 25면, 2020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