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Jersbeker의 숲 묘지(Waldfriedhof) 소개

함부르크. 요즈음 감금생활이 약간 풀리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온 지구촌의 일상생활이 마비되어 자유롭지 못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람과 사람 간 2m 간격을 두어야 한다거나 2 사람 이상 만날 수 없다던가, 마스크를 써야 된다는 등등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예방에 대한 정부의 지시를 따르느라 모든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가족도 친구들도 만난 지 벌써 오래고 방을 벋어나 자유롭게 산책한지도 오래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함부르크 시를 벗어나 자연에 푹 젖어보자며 차를 몰았다. 우리가 간 곳은 함부르크 북쪽에 위치한 “Jersbek”이라는 곳으로 들판도 아름답고 숲도 아름다운 곳으로 하루 나들이로는 안성맞춤이다.

특히 Jersbek에 있는 바로크 공원과 숲에 조성되어 있는 수목장 묘지는 매우 인상적이어서 소풍으로 한번쯤 들려보면 좋은 곳이다.

바로 이 인상적인 “숲 묘지( Waldfrieden Am Barockpark)”를 소개해 본다.

위치는 함부르크에서 A1를 타고 Bargteheide 쪽으로 가거나 Norderstedt에서 Kayhude 쪽으로 가다보면 Jersbek 이라는 동네가 나오고 또 함부르크에서 그리 멀지 않아 부담도 되지 않는다.

거슬러 올라가 이 공원의 역사를 보면, 1700년경에 von Ahlefeld 라는 지주가 바로크식 정원을 조성하였다. 다시 1738년에 새 주인이 이 정원을 재조성하여 내려오다가 1984년경에 Stormann 지역에서 인수하여 정원 및 숲 묘지로 조성하여 현재에 이른다.

Torhaus를 옆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정원 양쪽으로 약 280년이나 된다는 웅장한 가로수가 나온다. 이 가로수를 지나면 북부독일의 전형적인 푸르른 숲이 나온다. 여러 방향의 산책길과 작은 인공 호수가 나오는데 호수 가장 자리에 묘지를 상징하는 조형 탑과 설명 게시판이 나온다.

인공호수 옆 자락이 수목장 묘지터로, 날씬한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서있다. 이 나무들 몸통에 수목장 번호와 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및 죽은 날짜가 새겨진 작은 팻말을 걸어 놓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요즈음 한국에서도 매장 보담 수목 장 및 화장하여 바다나 그 외의 고인이 좋아하는 곳에 뿌리는 등 장례문화가 변하고 있다고 한다.

수목장을 녹색장, 자연장이라고도 일컫고 있으며, 이 방법은 자연과 동화하는 친환경 장묘문화로 현재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함부르크의 “Ohlsdorf Friedhof”도 매장하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 묘지 부지가 비어 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부분에서는 아파트 등을 짓기도 하고 또 일반 공원 및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어 앞으론 장례문화가 많은 변화를 가져 올 것 같다.

나무 종류나 나무 크기를 선택한 후, 화장을 하여 나무뿌리 부분에 묻게 되는데, 이 수목장의 장점은 일반 공동묘지 보담 약간 저렴하고 20년 까지 매장할 수 있으며 연장도 가능하다. 그리고 가족묘로도 이용할 수도 있으며 특히 묘지를 관리할 필요가 없어 가족들에게 여러모로 부담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다.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거나 묵도 및 예배를 드릴 장소도 있고 또 간간히 의자가 있어 쉴 수도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Sterntalerbaum”도 있어 아이들도 이곳에 묻힐 수 있다.

이곳을 들릴 때마다 눈에 띄는 것은 나무가 자람에 따라 걸려있는 팻말이 높아진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 이곳저곳에 싱싱한 꽃들이 놓여 있어, 또 어느 누군가가 죽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특히 일반 공동묘지처럼 여러 모양의 크고 작은 비석들 대신 자연적으로 난 풀포기들과 들꽃, 솔방울 등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도 편해진다.

또한 계절 따라 변하는 숲 속의 풍경과 아름다운 목청으로 노래하는 새들 그리고 짐승들이 들리는 이곳은 묘지가 아닌 자연 공원이요 또 숲이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노라니 온 세계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약 2.4km나 되는 산책길을 돌아 바로크 모양의 아름다운 정원을 만끽하면서 산책을 마친 뒤, 맛깔 나는 전형적인 독일식당에서 쉼을 갖고 돌아오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간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사회적 거리 두기 슬로건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며 어서 속히 일상생활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영남기자 (youngnamls@gmail.com)

2020년 6월 5일, 1173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