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항원진단 테스트, 정치/자본의 ‘함박웃음‘?

주경민 (칼스루에)

“코로나19“ 방역으로 독일 보건사회부장관 스판 (J.G. Spahn)은 이제까지 그러해왔듯이, “3월1일부터 독일 모든 사람들이 가정 주치의나 약국을 통해 무료로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을 수 있으며, 일반인 모두에게도 항원 테스트 (Antigen-Test)를 스스로 구입해 테스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무료로 공급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며 또 공언을 미리 앞세웠다.

곧 이어 메르켈 (Merkel) 총리는 이 공언에 대해 3월 3일 각 주장관들과 회의에서 검토할 사항이라며 집행을 중단시켰고 “항원 진단키트는 봉쇄를 단계적으로 풀 수 있게 할 열쇠가 될 것이며 무료 테스트에 대한 자금을 연방정부가 부담할 것이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간 독일 방역정책과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임상 투입과 제반 문제들을 지켜보았고 한국 방역당국이 거뜬히 해내는 일을 독일 방역당국이 왜 이토록 심화되기까지 거의 방치 수준으로까지 이르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여느 사람들과 똑같이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필자로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독일 연방정부의 이런 결정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렇지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함박웃음“에 그리 개운치만 않다.


진단 과정과 진단을 위해 중요한 추출 용액과 키트

왜냐하면, 지난 가을만해도 “항원 진단 키트“에 대한 독일 방역당국의 입장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케쿨레 (A. Kekulé) 교수를 위시한 학자들이 “항원 진단 키트가 임신이나 당뇨 진단키트처럼 간단하고 거의 기능상 유사하므로, 누구나가 스스로 테스트하고 진단할 수 있도록 해서 ‘코로나19‘의 대량 확산을 신속하게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방역당국인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 (RKI)나 드로스텐 (C.H. Drosten) 교수는 “항원 진단키트는 PCR테스트와 달리 정확도도 떨어지고 소위 의료기기조제법 (MPAV, Medizinprodukte-Abgabeverordnung) § 3,4와 감염보호법 § 24에 의거해 병원체의 검출과 진단을 위한 체외 진단은 의사나 전문인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치 내지 그냥 지켜보는 듯 했다.

그런데, 하루 신규확진자가 3만 명을 넘고 독일 의료시스템 붕괴 위험에 직면하자, 지난해 11월 급기야 연방의회에서 방역법과 함께 의료기기 조제법과 감염보호법 해당 조항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독일 연방 제약 및 의료품 연구청 (Bundesinstitut für Arzneimittel und Medizinprodukte, 이하 BfArM로 약칭)에 등록된 모든 “항원 진단키트“를 일반인들이 구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임신이나 당뇨를 진단하듯이 “코로나19“를 스스로 집에서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 석달 동안 독일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듯 하다.

누구와 무엇을 위한 특별허가인가?!

일반적으로 의료기기는 각 의료기 생산회사나 제약사가 엄격하게 국제 기준에 맞춰 생산하고 임상실험을 거쳐 FDA나 CE인정을 마친 뒤에, 유럽소재 신고의무를 가진 회사를 통해 BfArM에 의료기기나 제약품으로 정식 등록된다. 더 나아가 독일에서는 생산자와 수입자가 소위 제약중앙번호 (Pharmazentralnummer, PZN)를 등록해 의사나 약국이 이 번호에 따라 처방하고 판매하도록 분류하고 있다.

녹십자가 출시한 “Genedia Covid-19 AG“가 등록을 일찌감치 마쳤던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손에 꼽을 수 있었던 것이 어느덧 100 여개 “항원 진단키트“가 BfArm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미 테스트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근본 형태는 제품 이름만 다를 뿐이지 거의 같은 모양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발명품이나 특허품도 아니고, 이미 기존의 임신이나 당료 진단키트의 기능을 그대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인지를 빠른 시간내에 진단할 수 있도록 한국 제약계에서 발빠르게 개발해 전세계 시장에 선보인 소위 “K방역“의 산물이다. 정확한 측정키트 (Test Kit)와 “코로나19“에만 정확하게 반응하는 “추출 용액 (Buffer)“은 진단키트 자체의 성능과 품질을 좌우한다.

한국 내에서는 철저한 방역 정책을 통해 선방하고 있었고 신규 확진자도 겨우 100명 이하였던터라, 신속하고 저렴한 항원키트를 임상에 투입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독일에 한국 제품이 등록되고 출시될 당시만 해도 독일 내에서는 비싼 가격으로 이미 확보한 PCR 테스트 재고가 많았고 테스트 확대를 통해 최대한 PCR키드를 소비하고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아야 할 최적기가 작년 10월 전후였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10월 초 독일 정계, 제계 그리고 의료계에서는 “독일 의료시스템으로 2천명 가량의 신규 확진자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말로 일관했었다.

결국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매일 3만명의 신규확진으로 발전했고 급기야 독일 전역에 봉쇄 조치를 내려야 했으며 자신만만했던 자세는 흔적을 감췄고 연기에 또 연기를 거듭해 넉달간 봉쇄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 2: 진단 과정과 진단을 위해 중요한 추출 용액과 키트

7만 이상의 사망자와 250만 감염자를 낳고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한 마당에 보사부 장관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 “전국민에게 무료 진단 테스트가 가능하게 한다“는 늦어도 한참 늦은 약속이 나왔다. “Schnelltest“란 표현으로 혼돈을 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K-방역의 산물인 “항원 진단키트 Antigen-Test“를 지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법 개정 이후 수개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하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초봄인 이제서야 무료 진단 테스트를 운운하는 것일까?!

필자의 눈에는 “이제 ‘항원 진단키트‘로도 돈벌이할 준비가 되었다!!“는 “함박웃음“으로 밖에 보이지 않음은 왠일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파노라믹스‘가 아스트릭스 (Astrix)를 위해 만든 ‘마법 물약‘이 아니라, 개정된 법을 가지고 “특별 허가“란 이름으로 중국산 “항원 진단키드“와 몇몇 진단키트만을 허가한 사실이다. 이로써BfArm에 정식 등록된 한국산 진단키트와 다른 수많은 진단키트를 법과 위배되는 “2등 상품화“하는 조치를 내린 것이다. 2월 19일자 약국신문 (DAZ)에 의하면 EU에서 허락할 16개 “항원 진단키트“는 다음과 같다.

• Panbio™ COVID-19 Ag Rapid Test, Abbott Rapid Diagnostics

• AMP Rapid Test SARS-CoV-2 Ag, AMEDA Labordiagnostik GmbH

• BD Veritor System for Rapid Deteciton os SARS-CoV-2, Becton Dickinson

• SARS-CoV-2 Antigen Rapid Test Kit (Colloidal Gold immunochromatography), Beijing Lepu Medical Technology

• BIOSYNEX COVID-19 Ag BSS, BIOSYNEX SWISS SA

• CerTest SARS-CoV-2 CARD TEST, CerTest Biotect S.L.

• Clungene COVID-19 Antigen Rapid Test Kit, Hangzhou Clongene Biotech

• Coronavirus Ag Rapid Test Cassette (Swab), Healgen Scientific Limited

• LumiraDx SARS-CoV-2 Ag Test, LumiraDX UK LTd

• NADAL COVID -19 Ag Test, Nadal von minden GmbH

• Sofia 2 SARS Antigen FIA, Quidel Corporation

• STANDARD F COVID-19 Ag FIA, SD BIOSENSOR, Inc.

• STANDARD Q COVID-19 Ag Test, SD BIOSENSOR, Inc.

• CLINITEST Rapid COVID-19 Antigen Test, Siemens Healthineers

• Rapid SARS-CoV-2 Antigen Test card, Xiamen Boson Biotech Co

• Coronavirus Ag Rapid Test Cassette (Swab), Zhejiang Orient Gene Biotech Co.,Ltd

더 나아가 2월 24일자 제약신문 (PZ)은 BfArm의 공식 발표를 바탕으로 누구나 직접 테스트할 수 있는 중국산과 미국산 항원 진단키트를 “특별 허가”했다고 전하고 있다.

• Rapid SARS-CoV-2 Antigen Test Card, Hersteller: Xiamen Boson Biotech Co., Ltd, Xiamen, China

• LYHER Covid-19 Antigen Schnelltest (Nasal), Hersteller: Hangzhou Laihe Biotech Ltd. Co., Hangzhou, China

• CLINITEST Rapid COVID-19 Self-Test, Hersteller: Healgen Scientific LLC, Houston, USA

제시된 리스트만 보고도 중국산이 대부분이거나 서구 제품인처럼 보이는 것도 중국산 내지 한국산 제품이 포장만 바뀐 제품들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10분 안에 테스트할 수 있는 사실에 감탄하면서도 애써 평가절하하던 K-방역 “항원 진단키트”가 아닌 중국산 일변도의 “항원 진단키트”에다 “특별 허가”로 “요술 약물”로 급조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세상에 10분 안에 결과를?!”하고 놀라워 했던 “K-방역”에 대한 경외심은 도대체 어디로 날려보낸 것일까?!

무료 항원 진단 키트가 안고 있는 문제점

한국산 항원 진단키트에다 포장만 바꾸고 미국을 통해 독일 제품으로 등록한 2개의 진단키트는 다른 한국산 “항원 진단키트”와 달리 내세울 점은 오로지 높은 민감도 (Sensitivität) 96.52%였다. 이 수치는 지난 몇 개월 각 주정부 입찰의 기준이 되었으며 어느덧 특별 허가를 받았다는 항원 진단키드는 약속이라도 한듯이 모두 민감도 95% 이상이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의 특성상 중요한 것은 “민감도“와 “특이도 (Spezifität)“를 임상에서 어떻게 중요시하는가에 따라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도 있고 더 심각하게 확산시킬 가능성을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는 소위 양성으로 진단된 숫자와 그 중에서 음성으로 확인된 숫자를 뺀 수치의 백분율인 민감도만을 중요시하여 PCR- 항원과 항체 진단키트의 성능을 판단하고 있다. 정작 음성으로 판정되어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하는 보균자에 대해서는 애써 무관심이자 무방비 상태이다.

“코로나19“의 특성상 양성 진단 확인의 수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이유는 항원이든 PCR테스트 진단을 통해 양성인 사람은 일단 격리되거나 입원해 계속 다른 테스트나 치료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음성이 정말 양성이 아닌 음성인지에 대한 결과치인 진단 테스트의 “특이도“를 방역당국이 전혀 중요치 않게 여기는 결과에서 발생한다.

생산자가 마음만 먹으면 희망 “민감도“의 %가 나올 때까지 얼마든지 임상 통계를 바꿀 수도 있고 “항원 진단키트“ 성능을 결정지을 “추출 용액“의 순도와 정확도에 따라 “코로나19“만이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반응하므로 양성 수치는 얼마든지 높아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감도“ 수치로만 항원 진단키트를 평가하는 일은 극히 위험하며 반대로 방역 당국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항원 진단키트“의 “특이도“ 100%란 수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도입될 “무료 진단키트“의 “음성“이란 진단 결과가 다른 이웃들에게 “코로나19“를 대량 전염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특별 허가“를 통해, 그것도 세금으로 무료 테스트하겠다는 방역당국 마음에 속하지만, 대부분 중국산 키트임을 보고 걱정 아닌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백신을 식염수로만 만들다 식염수도 떨어지자 맹물로 백신을 만들어 중국 내에 유통시키고 수출까지도 했다“는 뉴스가 그것이다. 만에 하나 “민감도“ 수치를 높이기 위해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여 양성 결과를 도출하는 “저급 추출용액“ 내지 식염수를 사용하거나, 정작 “코로나19“에는 무반응을 보일 “진단 키트“라면 무료 테스트가 독일과 유럽 방역정책에 또 다른 독약이 될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애석한 일은 이를 통해 “KF94“ 마스크에 이어 한국산 “항원 진단키트“가 독일 내지 유럽 시장에서 “K-방역“의 빛을 거둬야 할지도 모를 기막힌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다.

1209호 14면, 2021년 3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