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MOHR)덕순 소프라노의 열 다섯 번째 자선음악회에 다녀와서

강정희

한국에 사는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독일에서 있는 간호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하고 5월 22일에 동창인 박덕순 Mohr 소프라노가 계획하는 문화의 밤에 참석하여 한 춤을 추게 되는 영광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며 날 꼭 만나보고 싶다고. 난 큰아들 가정을 방문할 겸 베를린에 다녀오기로 결정을 내렸다.

우리의 삶 속에 만남은 늘 설렘이고 즐거움이다. 설레는 발걸음으로 아들 집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눌러도 자란다고 손주들은 여전히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 겉멋을 부리지 않고 오손도손 최선을 다하며 똑 부러지게 살아가고 있는 아들 부부가 고맙다.

아침 일찍이 아들과 며느리는 직장으로 손주들은 학교로 간 사이에 팬데 미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며 즐겁게 지내고 5월 22일 저녁에는 Berlin Labsaal 15. Benefizkonzert에 참석했다. 거의 100여 명의 독일인들로 아담한 Labsaal을 꽉 채웠다. 박덕순 Mohr 소프라노는 15년째 연중 행사처럼 프로 정신을 가지고 남편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이 행사를 치른다고 한다. 이번에는 수익금으로 베를린 “Verein He Ro”를 돕는다고 한다.

남편인 Hr. Eberhard Mohr 임이 사회를 맡으셔서 진행했다. 후원자 Detlef Dzembritzki, MdB a.D. 인사말과 HeRo 봉지은 대표의 인사말이 있었다. 하동 춤 그룹에서 연분홍 의상을 입고 날개를 펼치는 봄꽃, 장구춤을 추며 분위기를 북돋웠다. 뒤이어 Berlin Kaya 무용단에서 아리랑 춤을 선보였고 김주희 님의 가야금 산조가 있었다.

하얀 적삼에 빨강 생활 한복을 입고 출연한 초롱초롱 맑고 고운 박덕순 소프라노는 전은영 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임이 오시는지, 또 한 송이 나의 모란 독창이 있었다. 순서에 따라 장독대가 있는 초가집, 돌담, 모란꽃 등 적합한 무대의 뒷배경으로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그리운 고향길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박덕순 소프라노는 7년 전에 이미 독일인들로 도라지 합창단을 구성하여 한국 노래를 알려 불리고 있다고 한다. 9명의 독일인은 소프라노, 알토, 베이스, 테너로 도라지 타령,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심심산천의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가 철이 철철 넘는구나 에헤요 데헤요 에헤야 어여라 난다 지화 자자 좋다 네가 내 간장 스리살살 다 녹인다,” 신 아리랑, 동무 생각 합창을 들려주었는데 “에헤요 데헤요 스리살살” 독일인들의 입 모양이 어찌나 예쁘고 발음이 정확한지 놀랄 정도였다.

얼마나 고국을 사랑하면 이 큰 노력과 열정을 쏟아 시냇물 흐르듯이 다정하고 이토록 다듬어진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가슴이 찡하고 감동이었다. 감동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고 허리 굽은 갈대밭에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즐기는 시간이었다.

바이올린 이민희 임, 첼로 임 제린 임, 피아노 서은영 님의 그리운 금강산 3중주가 있었고 도라지 합창단의 보리수나무, 로렐라이 합창이 있었다. Labsaal을 꽉 채운 청중들은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열렬하게 호응했다.

한국에서 온 최희순 님의 살(煞) 또는 액(厄)을 예방하거나 풀기 위한 무속에서 나온 제의적 성격의 춤에서 유래한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마치 빈 몸을 흔들며 살을 태우는 듯한 춤사위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최희순 무용가는 공직에서 2010년에 퇴직 후 취미 활동으로 북, 장고, 가야금, 고전무용 등을 배우며 동호인들과 함께 광주문예회관 대극장 소극장, 빛고을 문화예술회관, 국악 전수관 공연장에서 여러 차례 발표회를 했으며 2011년에는 ‘고이 접어 나빌레라, 개인 발표회를 했다고 한다. 그녀의 몸체는 타고난 무용가임을 알 수 있었다.

하동 춤 그룹의 화려한 부채춤에 독일인들의 넘치는 경이로움과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도라진 합창단의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새 노야‚ ‘어머나‚ ‘고향의 봄’ 합창은 나이만큼 그리움이 온다고 우리 모두의 눈시울을 촉촉하게 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한국의 소리 모둠북은 우리의 심금을 울렸다. 애국 애족이 따로 있으랴? 이처럼 한국 문화를 독일에 전파하는 박덕순 소프라노의 긍정을 키우는 열정에 공들여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차츰 숨 죽어가는 교민 일세를 뒤이어 2세 그리고 3세들의 활동 역시 놀랍고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쏟아지는 별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이 소중한 선물 되어 오래오래 우리에게 남아 있기를 바란다.

지루함 없이 2시간 가까이 계속된 우리의 심령을 쪼갠 오늘의 15번째의 박덕순 소프라노의 자선 음악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큰 숨을 쉬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앞으로도 더 큰 날개를 달고 끊임없이 이어져서 늘어진 스타킹처럼 헐렁한 우리들의 가슴을 꽉 조여주고 힘을 넣어주며 이름다운 우리 전통문화가 뿌리내린 이 독일 땅에 오래오래 펼쳐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굳은 땅 젖은 땅을 생채기 다독이며

청춘을 다 바쳐서 길러낸 지난 꿈들

마음 밭 가라앉힌다 달빛 아래 촉촉이

1269호 19면, 2022년 6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