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가족상담 전문가 배문정선생의
“나의 아이 이해하기”(1)

적응 프로그램에 동참하기

한국처럼 첫날부터 아이를 유치원을 하루 종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독일에서는 처음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3일 동안은 부모와 같이 한 시간 동안 같이 있고 그 이후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최소 2주 또는 길게 잡으면 한 달 동안 아이를 유치원에 적응 시키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아이의 상황에 따라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더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

부모 중 한 분이 아이와 같이 유치원에서 적응 프로그램에 동참 시 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기보다는 교사와 아이와 친분을 쌓도록 수동적인 자세로 아이가 심리적 안정 되도록 관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아이와 같이 어울려 놀면, 교사와 아이와의 관계 형성이 늦어질 수 있다.

아이가 엄마에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냥 두는 것이 좋지만, 아이가 교사와 또는 다른 아이와 놀고 있고 아이는 부모가 있는지 중간 중간 확인하는 정도면,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정도의 행동을 하길 바란다. 특히 중요한 것은 3일 동안 잠깐이라도 반(Grupp)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다. 이 시간이 아이가 유치원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첫 단추이다.

예고해 주기

한 달 후 정도면 아이는 유치원에 간다는 것과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하원할 수 있는 시간적 개념을 이해한다. 아이에게 하교 계획을 예고하는 대화법을 활용해 보자.

신기하게도 2시 반에 하원하는 아이와 4시에 하원하는 아이들은 시간을 읽은 순 없어도 개념이 생겨서 부모가 언제쯤 오는지 안다. 그렇기에 규칙적인 시간에 아이를 하원 시키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꾸준히 등원하기

건강한 아이도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면 자주 아프기 시작한다. 이때에도 상황을 보고 가급적 규칙적으로 등원하도록 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대에 등원 하도록 한다. 불규칙적으로 등원할 경우, 아이는 다시 한 번 적응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놀던 친구였지만 어색하여 부모와 떨어지기 싫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불규칙적인 시간에 등원할 경우 아이에게 시간적인 개념에 혼란을 일으킨다. 이러한 불규칙적인 습관은 유치원 생활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아이의 심리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부모와 떨어지지 싫어 울 경우 초기 시기에는 오히려 엄격하고 단호한 한계 설정이 필요하다.

교사에게 문의하기

많은 아이들은 초기 적응 기간에 힘들어한다. 더욱이 독일에서는 언어적 문제부터 부딪치므로 아이가 단시간에 유치원에 적응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치원 생활은 잘 하더라도 하원 시키고 난 후 아이가 부모에게 화를 낼 수도 있고, 보호자에게 투정을 부릴 수도 있다.

이는 피곤하고 힘들다는 아이의 표현이므로 이 부분을 인지하고 아이에게 “엄마랑 떨어져 있어서 엄마가 보고 싶었구나” 라고 아이의 마음을 읽자. 하원할 때 오늘은 내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교사에게 문의하도록 한다. 매일 같은 질문이라도, 매일 같은 답변이라도 교사에 우리 아이를 잘 보고 있는지,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 있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충분히 휴식과 잠

초기 적응 기간에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느껴서 평소보다 더 피로해 할 수 있으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한다. 아이가 밤에 쭉 잠을 자야 아침에 등원 시 울지도 않고 기분 좋게 일과를 시작한다.

아이가 밤에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부모와 하루 종일 떨어져 있었기에 더 오래 부모와 같이 있고 싶어라고 본다. 아이가 잠드는 것이 어렵다면, 식사 전 아이와 밖에서 나가서 자전거 타거나 놀이터 가서 놀기를 권한다. 이후에 식사를 하고 씻고 책을 좀 보다보면 아이들이 잠을 잘 잔다. 이때 간식은 식사 전에 피하도록 한다.

유치원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기

독일 유치원에는 학부모의 참여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이 많다. 여름축제, 오후에 하는 부모 참여도, 부모 참여수업, 겨울 축제, 학부보 회의, 그리고 유치원에 따라 학무모가 참여하는 프로젝트 등이 있다. 독일어를 못 알아들어도 부모의 참여도에 따라 아이 스스로 유치원,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한다.

특히 1년 또 는 6개월 한 번씩 하는 학부모 면담은 꼭 참석하기를 바란다. 유치원의 경우 규칙적으로 1년에 한번, 유아원의 경우 6 개월에 한 번씩 하는 면담은 보육교사에게 자녀에 관하여 자세히 문의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필요에 따라 부모가 유치원 선생에게 먼저 면담 요청을 할 수 있다.

아이에게 친구 만들어 주기

어떤 아이는 스스로 친구들을 잘 사귀어 노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라면, 내 아이의 생일 파티에 아이를 초대하여 놀게 하며 내 아이와 잘 어울리는 아이를 유심히 보고 다음에 놀이터에서 만나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둔다.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아이일수록 많이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가 힘들므로, 한 명씩 초대하여 같이 놀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 편하다. 부모끼리도 친해지면 쉽게 친구들을 집에 초대할 수 있고, 집에 초대할 경우 채식주의자 인지, 종교로 인하여 음식을 가리는지, 알레르기가 있는지, 부모에게 문의하도록 한다.

다음 호에는 주의 집중 결핍 아동과 산만한 아이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 배문정님은 브레멘 대학 교육학 석사 후, 현재 라운하임에서 유치원 교사와 교육 & 가족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1351호 17면, 2024년 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