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해로

63회: “꿈을 꾸는 여든 살 청춘들”

맥아더 장군은 “사무엘 울만”(1840~1924)의 “청춘”이라는 시를 좋아하여 이 시를 그의 사무실에 걸어놓았고, 연설할 때 자주 그의 시를 인용했다고 한다.

사무엘 울만은 그의 시 <청춘>처럼, 늙어서도 항상 청춘으로 살았다. 사업가였던 그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여 늙어서까지 봉사하며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그의 나이 78세에 “청춘”이라는 시를 썼고 80세에 시집을 출간하였다. 사무엘 울만은 이 시에서 “청춘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고 하였다. 또 ‘사람들과 신에게서 아름다움과 희망, 칭찬, 용기, 힘의 영감을 받으면 언제까지나 청춘일 수 있다’라고 강조하였다.

이 시를 좋아했던 맥아더 장군도 “사람은 나이를 먹기 때문에 늙는 것이 아니라, 그의 꿈을 버리기 때문에 늙는 것이다.”라고 하며 늘 마음을 젊게 유지하려고 하였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그의 퇴임 연설에서 한 유명한 말은, 끝까지 자기가 맡은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육체적인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숫자 나이로 그 사람을 늙었다고 말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마음에 있는 꿈과 생각으로 어르신들의 나이를 평가해야 맞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도 청춘과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꿈꾸는 것이 있을 때, 삶은 의욕으로 가득하며 생기가 넘치고, 젊은이 같은 마음을 갖게 한다.

우리가 기도하는 것에는 우리의 바람과 기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원과 기대의 크기가 기도의 크기가 되고, 기도의 크기가 믿음의 크기가 된다. 믿음의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자산을 계산하거나 그것을 의지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꿈과 비전을 하나님께 보여 드리고, 자신의 비전에 투자하시는 하나님의 큰 능력을 힘입어 사는 사람들이다.

성경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이처럼 산 믿음의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모세는 80살 나이에,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출애굽”을 시작하였다. 또한 모세를 도와 가나안을 정복했던 갈렙 장군은 84세의 늙은 나이에 아직 정복하지 못한 고산지대 헤브론을 달라고 하며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는 유명한 말을 하였다. 믿음의 사람은 나이로 살지 않고 사명과 비전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백세시대라고 하는 요즘, 청춘의 나이에 독일로 와서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지내시며 연로하신 우리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에게도 사무엘 울만이나 갈렙과 같이 항상 젊고 생기 있게 사시면 얼마나 좋을까 소망해 본다. 이런 바람에 응답하듯이 지난 10월 15일에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신 분들의 합창 공연이 있었다.

다양한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베를린의 ‘빌머스도르프’ 구청에서 주최한 작은 축제에서 “해로 합창단”의 첫 공연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단체들은 구청에서 마련한 PANGEA HAUS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민자 단체들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베를린이기에 구청장까지 나와서 축사를 하며 관심을 보인 의미 있는 지역축제였다.

우리 “해로 합창단”이 부른 노래는 먼저 독일 민요 “들장미”를 독일어와 우리말로 불러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홀로 아리랑”을 합창하였는데, 우리 고유의 가락을 흥겹게 부르며 중간중간에 “얼쑤”하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불러서 부르는 사람들은 물론 듣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흥이 났고, 합창 뒷부분의 “아리랑”을 부를 때는 관중들까지 모두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며 동참하였다.

이날 참가한 여러 나라 발표 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고 “엄지 척”과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공연이었다. 합창공연을 본 관중들도 매우 기분이 좋았지만, 가장 기분이 좋은 사람들은 “우리가 잘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을 가진 합창단원들이었다.

“해로 합창단”은 사단법인 해로 안에서 오랫동안 취미활동으로 모임을 가져온 “노래교실”의 새로운 이름이다. 아직 정식 합창단으로 발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첫 발표회를 통해 합창단으로서의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해로 합창단”은 지난 8월부터 뤼벡에서 목회를 하시다가 베를린 해로에 새롭게 합류한 김은용 목사님이 합창단의 지도와 지휘를 맡아주셨다.

김 목사님은 독일에서 성악을 공부하셨고 성악가와 합창지휘자로 활동을 하신 경력이 있으신 분인데, 김 목사님 덕분에 짧은 시간에 합창단의 노래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 이는 봉지은 대표의 지도로 오랫동안 “노래교실”에서 갈고 닦은 노래 경력과 어우러져서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합창단원의 나이는 평균 80세 정도이지만 마음과 열정만큼은 소년소녀합창단에 뒤지지 않는다. 앞으로 크고 작은 행사에 나가서 합창 공연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해로 합창단은 더욱 큰 꿈을 꾸며 다양한 곡을 연습하고 있다. 많이 연습해서 1~2년 안에 한국의 여러 곳을 방문하여 공연하는 꿈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합창단원들 중의 몇몇 분이 가지고 계신 죽기 전에 한국에 한번 가보고 싶은 소원과 함께 “모국방문단”의 이름으로 조국 대한민국의 곳곳을 방문하며 공연할 날을 꿈꾸어 본다.

여든 살 청춘들이 꾸는 꿈, 그 꿈은 이루어진다!

의인은 주님의 집에 뿌리를 내렸으니, 늙어서도 여전히 열매를 맺으며, 진액이 넘치고, 항상 푸르를 것이다 (시편 92:12-14)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288호 16면, 2022년 10월 28일